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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 오사카부·오사카시를 제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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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홍길동, 오사카부·오사카시를 제소하다

[기고] 법정 투쟁이 시작된 조선학교의 가을

일본의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다. 특히 학교는 운동회와 문화제 등 아이들이 협동해서 여는 행사로 1년 중 가장 바쁘고도 충실한 시간을 보낸다.

오사카(大阪)에 10곳 있는 조선학교(고급학교 1교, 중급학교 1교, 초중급학교 1교, 초급학교 7교)의 가을도 다양한 행사로 바쁘다. 해마다 이 계절이 되면 많은 조선학교에서 일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공개수업과 가을축제가 동시에 열린다. 전형적인 프로그램은 오전에 수업을 참관하고, 오후에는 학부모들이 일일가게를 열어 준비한 불고기와 부침개, 오뎅, 김밥 등을 먹고 캔맥주를 마시면서 아이들의 합창과 악기연주, 무용 등의 문화공연을 즐기는 것이다.

그리고 참가자들을 마지막까지 잡아두기 위해 흔히 행사의 마지막에 '구미가 당기는' 괜찮은 경품을 준비해 제비뽑기를 한다. 올해는 특히 오사카 조선고급학교의 창립 60주년을 맞이해 11월 23일 기념축전이 열렸는데, 문화공연에 출연한 유치원생 어린이와 초·중·고급학교의 학생 등을 포함해 거의 6000여 명이 이 행사에 참가했다고 한다.

▲ 오사카의 한 조선초급학교의 가을축제 풍경. 오전 중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개수업이 열렸다. ⓒ후지나가 다케시

▲ 오사카 조선고급학교 창립 60주년 기념축전에 약 6000여명이 참가했다. 사진은 초·중·고급학교 학생 1300명이 부른 개막 대합창. ⓒ후지나가 다케시



이러한 공개 행사가 해마다 활기차게 개최되는 것은 조선학교가 민족교육의 기관임과 더불어 재일동포 커뮤니티를 유지, 발전시켜 가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 하겠다. 게다가 이들 행사는 지역 주민을 비롯해 일본인 등 외국 사람들에게도 널리 개방되어, 외부 사람들이 조선학교의 실상을 접할 수 있는 귀한 기회가 되고 있다.

실은 조선학교의 공개 행사가 가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공개수업을 봄이나 겨울 학기에 개최하는 학교도 있고, 여름방학에 더위를 몰아내는 납량축제를 여는 학교도 있다. 요컨대, 조선학교는 다른 일본의 학교보다 훨씬 더 열린 학교인 것이다.

재판 투쟁 시작되다

한편, 오사카의 조선학교에게 올 가을은 법정투쟁의 개막을 고하는 계절이기도 했다. 지난 9월 20일, 오사카의 조선학교의 경영을 담당하고 있는 학교법인 오사카조선학원은 오사카부와 오사카시를 상대로 2011년도분의 보조금 불교부 결정 취소와 교부 의무 부과를 요구하는 소송을 오사카지방법원에 걸었다.

이미 <프레시안>에 소개된 바와 같이, 오사카부·오사카시는 올 3월, 오사카조선학원에 대해 오랫동안 지급해 왔던 보조금을 전면적으로 정지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오사카조선학원의 관계자와 변호사 및 조선학교를 지원하는 시민그룹의 3자가 중심이 되어 「조선고급학교 무상화를 추구하는 연락회·오사카」 (이하 '연락회')를 결성하고, 연락회 아래에 조선학교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오사카조선학원 지원 오사카부민 기금' (별명 '홍길동 기금')을 두고 활동에 들어간 것도 이미 전한대로이다.(☞조선학교에 대한 오사카부 보조금 정지 문제(프레시안 2012년 4월 3일자), ☞오사카에 '홍길동'이 나타났다(프레시안 2012년 8월 29일자))


▲ 일러스트레이터 노신부 씨가 그린 홍길동기금의 캐릭터.
12명의 홍길동, 아니 변호사로 구성된 변호인단(단장 니와 마사오(丹羽雅雄) 변호사)은 혼신을 다해 소장을 작성해 주었다. 이 소장에서 변호인단은 보조금 불교부는 일본의 현행 국내법에 비추어 헌법에 보장된 아이들의 학습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사립학교법이 정한 '사립학교의 자유'(교육 내용결정의 자유)에도 반하며, 나아가 국제인권법에서 보더라도 민족교육은 차별하지 않고 평등하게 보장되어야 할 보편적 인권으로서 보조금 삭감 등의 '후퇴적 조치'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점 등을 지적하며 보조금 불교부의 위법성을 치밀하게 논증했다.

이렇게 해서 제1회 구두변론이 지난 11월 15일에 오사카지방법원에서 열려, 원고 변호인단에 의한 소장 요지진술과 현영소 오사카조선학원 이사장의 대표 의견진술이 행해졌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방청석이 30여 석인 법정에 방청 희망자가 150명 이상 쇄도해 다음번(2013년 1월 22일)부터는 방청석 100석 규모의 대법정으로 심리 장소를 옮기게 되었다.

소장의 요지진술을 담당한 나카모리 도시히사(中森俊久) 변호사는 다음과 같은 말로 진술을 맺었다.

"자기가 속하는 민족의 언어로 그 문화와 역사를 지켜나갈 권리가 보장되고 다민족·다문화가 공생하는 사회의 실현이 요청되는 시대에 정치적 및 외교적 이유로 아이들의 권리가 침해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사회적으로) 약한 입장에 처한 원고가 지금까지 필사적으로 어떤 생각으로 학교를 운영해 왔는지, 본 건의 불교부 처분으로 얼마나 큰 타격을 받고 있는지, 그로 인해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 무엇보다 조선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큰 피해를 입고 있는지, 원고가 얼마나 억울한 마음으로 본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는지, 재판소는 조선학교에 다니는 많은 아이들의 얼굴을 항상 염두에 두면서 본 심리에 임해 줄 것을 바라며 소송의 모두 의견 진술을 하는 바이다."
(일본어 원문은 오사카조선학원 지원 부민기금(☞바로 가기) 참조).

이번 제소는 표면적으로는 행정소송이지만 그 목적은 조선학교에 대한 지방행정 당국의 차별정책에 항의하고 보조금 정지의 부당함을 널리 세상에 호소하는 데에 있다. 소장에는 다음과 같이 언급되어 있다.

"(보조금) 불교부의 이유는 분명히 정치적 배경을 가지며, 또 그 배경의 뒤에는 조선학교에 대한 적대시와 차별, 또 그러한 정치와 정치가의 자세가 있으며, 이러한 배경에 기인하는 문제는 본 건의 대상 사항에 한정되지 않고 (일본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

조선학교에 대한 오사카부·오사카시 등 지방자치체의 보조금 정지와 그 발단이 된 일본정부에 의한 '고교무상화' 적용 보류 등의 차별적 조치는 분명히 북한을 적대시하는 정치세력의 의도에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정책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주의 깊게 살펴보면 그 저류에 재일동포에 의한 민족교육 자체를 위험시하고 차별하는 식민주의적 발상이 깔려 있음을 알아차릴 것이다. 그리고 이는 재판을 통해서 명백히 밝혀질 것이다.


▲ 학교법인 오사카조선학원은 9월 20일 오사카부·오사카시 보조금 지급을 요구해 오사카지방법원에 제소했다. 사진은 소장을 제출하려고 법원에 향하는 원고와 변호인단, 지원자들. ⓒ후지나가 다케시

지원 확대의 움직임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제3차 개조내각에서 문부과학대신에 취임한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는 취임 직후인 10월 2일의 기자회견에서 조선고급학교에 대한 '무상화' 적용 심사를 서두를 방침을 내보였다. 지금까지 "심사 종료에 이르지 않았다"는 명목 아래 사실상 조선고급학교를 '무상화'에서 배제해 왔던 일본정부가 드디어 적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조선학교 관계자와 지원자는 큰 기대를 보였다. 그러나 예상 외로 중의원 해산이 빨라지자, 다나카 문부과학대신이 방침을 백지화해 관계자들의 기대는 덧없이 사라져 버렸다. 중의원의원 선거 결과, 자민당 중심의 정권이 탄생하게 된다면 '무상화'제도 그 자체가 폐지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조금 재판을 지원하는 움직임은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 11월 16일에는 재판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모아 콘서트'라고 이름을 붙인 자선콘서트가 연락회 주최로 열렸다. '모아'는 한국어의 '모아'와 영어의 'more'의 두 가지 의미가 담긴 이름이다. 약 1500명이 들어가는 회장이 초만원을 이룬 콘서트에서는 조선학교 학생들의 노래와 사물놀이, 무용 등의 공연과 함께 동일본대지진 때 피해를 입은 조선학교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에서 결성된 <몽당연필>의 공연도 이루어졌다. 또한 오사카 조선고급학교 취주악부의 간사이지방대회 금상 수상, 권투부의 이건태 선수의 전국대회 3관왕 달성, 럭비부의 4년 연속 전국대회 출전 등 학생들이 쌓아올린 노력의 결실은 학교 관계자와 지원자에게 많은 용기와 힘이 되고 있다.

▲ 조선학교를 지원하기 위해 개최된 '모아 콘서트'. 동일본대지진 때 피해를 입은 조선학교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에서 결성된 <몽당연필>의 일원으로 노래패 '우리나라'등이 공연에 참가했다. ⓒ후지나가 다케시


다양한 행사뿐만이 아니다. 조선학교 관계자와 연락회는 가두선전과 서명운동, 재판비용 마련을 위한 엽서제작·판매 등등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통해서 지원의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결같이 학생들의 교육에 힘쓰는 현장 교사들의 열의와 노력에는 정말이지 머리가 절로 숙여진다.

해방 후에 재일동포의 민족교육은 "돈이 있는 자는 돈을, 지식이 있는 자는 지식을, 힘이 있는 자는 힘을"이라는 유명한 슬로건 아래 재건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정신이 오늘날 조선학교를 뒷받침하는 사람들에게로 끊이지 않고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고 하겠다.

【참고 사이트】
오사카조선학원 지원 부민기금(홍길동 기금)의 홈페이지(☞바로 가기)
조선 고급학교 무상화를 추구하는 연락회·오사카의 홈페이지(☞바로 가기)


후지나가 다케시(藤永壯) 일본 오사카산업대 교수는 일본 내 한국학 연구에 있어서 대표적인 중진학자이다. 서울대 연구생 시절 "1932년 제주도 해녀투쟁" 논문을 발표했고, 1980년대 말 역사문제연구소 주최 세미나 등에 참가하면서 한국 연구자들과 교류를 넓혀 나갔다. 일본에 돌아간 후 많은 한국 현대사 관련 연구를 발표하였고, 대표적인 저서로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 긍정·찬미론을 검증하다>(日本の植民地支配 : 肯定·贊美論を檢證する, 공저, 도쿄, 이와나미쇼텐, 2001)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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