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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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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밭

[한윤수의 '오랑캐꽃']<409>

경기도 M(가명)군의 상추밭에서 일한다는 베트남 여성이 왔다.
"사장님이 나만 구박해요."
"어떻게 구박해요?"
"일을 안 시켜요."
"그거 말고는?"
"일을 시켜도 꼭 2등급 상추밭에서 혼자만 일하라고 해요. 다른 베트남 사람들은 1등급 상추밭에서 협동 작업을 하는데."
"사장님이 왜 그럴까요?"
그녀는 태연히 대답했다.
"제가 일손이 느리거든요."
"많이 느려요?"
"아뇨. 조금."

사장님의 얘기는 달랐다.
"입사 후 한 달 정도 됐을까요? 외국인등록증 받고 나서 태도가 달라졌어요. 볼 때마다 직장 옮겨달라고 하고, 일부러 늑장 부리며 천천히 일하고, 머리 아프다는 핑계로 쉬고."
"왜 그럴까요?"
"남편이 좀 떨어진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거기서 일하고 싶은가봐요."
"아! 그렇군요."

나는 그녀에게 단디 주의를 주었다.
1. 남편과 같이 일하는 건 불가능하다.
2. 사장님에게 사과하고 상추밭에서 열심히 일해라.

하지만 단디 새겨듣는 것 같지 않았다.
그녀는 농장으로 바로 가지 않고, 이 센터 저 센터 들려서 갔으며, 돌아가서도 사장님에게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 그녀가 주로 한 일은 이 센터 저 센터 사람들을 시켜 사장님에게 전화하게 한 것이다.
사장님은 그녀라면 머리를 흔들었다.

그 후에도 사장님은 일을 시키지 않았다.
그래서 1차 경고했다.
"사장님, 노동자가 잘못은 했지만 일을 안 시키면 안 됩니다. 일을 안 시킬 거면 차라리 내보내세요."
"누구 좋은 꼴 보이려고 내보냅니까? 내보낼 수는 없고요. 그렇다고 일을 시킬 수도 없어요."
"왜요?"
"얄미우니까."
"일을 안 시켜도 기본급의 70프로는 줘야 합니다. 그러면 사장님 손해 아닌가요?"
"손해나도 일은 못 시켜요."
그녀는 아직도 일을 못하고 있다.

하지만
설령 일을 한다 하더라도
신뢰가 회복될 것 같지는 않다.

상추밭에 똥 싼 개는 *장 *조 개 조 개 한다더니,
그녀는 신용을 영영 회복하지 못했다.

*장 : 항상

*조 개 ; 저 개 (that dog)


(다음 번 글은 8월 8일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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