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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재선만으로 북미관계 변화할까?

[한반도 브리핑] 한국의 대선이 더욱 중요한 이유

버락 오바마의 재선으로 북미관계에 변화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역대 미국 정부의 경험을 보면 2기 행정부에서 북미간의 극적인 반전이 이루어졌고, 이런 경험으로 인해 앞으로 북미간에 대화 국면이 열릴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때를 같이하여 그간의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의 주요 인사들의 비판적인 발언도 나오고 있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국무부 부장관이나 제프리 베이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의 '기다리는 전략은 전략이 아닌 전술'이라거나 '오바마가 집권하면 북한과 직접 대화을 할 것'이라는 발언은 이러한 기대를 한층 높여주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한반도 주변의 정세를 보면 북미대화나 현재의 교착국면이 어떤 형태로든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출범과 지속적인 북중협력의 강화, 오바마 집권에 따른 북미대화의 가능성 진전 등은 이러한 기대감의 객관적 배경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남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당장 눈앞에 다가온 한국의 대선 향방이다. 언제부터인가 남북관계 및 한반도 정세의 진전에 한국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오바마 1기 행정부의 등장 때에도 많은 사람들이 북미간 직접 대화를 예견했지만, 결과는 대부분 사람들의 예측을 빗나가고 말았다. 또한 중국과 북한의 밀착관계와 중국의 적극적인 중재에도 불구하고 북미간 대화나 남북간의 대화는 진전이 없었다. 이유는 간명하다. 바로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미국과 한국은 행정부 출범에서 엇박자를 보여왔다. 김대중 정부 시기의 클린턴 2기 행정부의 짧은 시기를 제외하면, 김대중 정부-부시 행정부, 노무현 정부-부시 행정부, 그리고 이명박 정부-오바마 행정부 등으로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은 엇박자를 보여왔다. 이에 따라 '개입과 봉쇄'가 엇갈렸고, '강경과 포용'이 충돌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한미의 굳건한 동맹체제에도 불구하고, 대북정책을 둘러싼 불협화음은 결과적으로 남북관계 및 한반도 문제 해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던 것이다.

2000년대 이후, 남북관계와 한반도의 정세 변화에 한국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2000년 정상회담은 남북관계에서 우리가 이니셔티브를 쥐고 주변국들을 추동하는 중요한 계기점이었다.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 특히 일본의 대북 접근 그리고 북미 공동코뮤니케(2000년 10월)의 성사는 모두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른 것이었다. 남북관계가 진전되자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등 주변 국가들의 북한에 대한 접근 태도에 변화가 발생했던 것이다. 소원했던 북중간의 관계가 회복의 조짐을 시작한 것도, 2000년 7월 푸틴의 평양 방문도 그리고 2차례에 걸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의 방북도 모두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에 힘입은바 크다.

그리고 이후의 상황도 비슷하다. 2006년의 북한 핵실험과 북미간 갈등의 와중에도 남북관계의 지속은 북미간 파국을 방지하였고, 결국에는 9.19 공동성명에 이은 2007년의 '10.3 합의'를 만들어내었다. 여기에는 2007년의 제2차 남북 정상회담 성사가 자리하고 있다. 남북관계의 향방에 따라 주변국과 북한의 관계 및 한반도 문제 해결의 방향이 달라졌던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주변국의 정세 변화는 사실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

이렇게 보면 결국 중요한 것은 한국의 대북정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어떤 정권이 들어서느냐의 문제가 된다. 그래서 이번 대선이 중요해진다. 다행스러운 것은 현재까지 유력한 후보 모두 남북관계의 개선과 한반도의 평화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뉴시스

특히, 지난 5년의 기간동안 남북한이 서해상에서의 심각한 무력 충돌을 경험한 조건에서 평화의 중요성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고, 이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진지한 모색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무척이나 고무적인 현상이다.

또한 대북 인도적 지원을 비롯한 경제협력에 대해서도 그 중요성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나아가 유력 후보 모두 현재의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실패라 인정하고, 이와는 다른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엄정한 평가는 차후에 보다 더 구체화되겠지만 현재의 유력 후보 모두가 주장하는 바를 놓고 보면(적어도 공식적인 정책만을 놓고 평가한다면), 향후의 남북관계는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점이 바로 주변 국가의 정권 변화와 관련되어 충분조건으로 기능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기반한다면, 차기 정부는 여러 가지로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앞서 말한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은 말할 것도 없고, 이미 구체화되고 있는 북중 경협에 대비한 남북한 경제협력의 전략을 신중하게 모색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나선지역에 대한 개발은 중국, 러시아에 더해 몽골까지 자신들의 자원 수출의 거점으로 판단하고 나선항의 임차를 추진하고 있다. 나선지역은 중국, 러시아, 몽골까지 북적거리는 국제적인 중개지역으로의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모색단계이지만, 장기적으로 보자면 북한의 나선지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경제협력의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이와 관련하여 <조선신보>는 중국, 러시아, 몽골 그리고 남한까지 더하여 동북아시아의 경제협력 그리고 남북한의 공영을 말하고 있다. 북한 역시 차기 한국 정부에게 남북관계 개선과 경제협력 추진의 의지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북한은 겉으로 보이는 남한에 대한 강경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내심으로는 남북간의 경제협력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성패는 차기 한국 정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에게 요구되고 있는 미래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서도 그리고 북한이 상대해야 할 대상으로서도 앞으로 만들어지게 될 한국 정부는 무거운 역사적 책무를 안고 있다. 한국 대선과 대선을 통해 들어설 정부가 기대되는 이유이며, 동시에 남북한 그리고 동북아시아의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도 이번 대선은 그 역사적 무게가 무겁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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