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조건 외국인 노동자를 도와주는 사람이 아니다.
<억울한> 노동자만 도와준다.
그냥 노동자는 안 도와줘?
안 도와준다!
저도 인간, 나도 인간인데 뭘 도와줘?
그냥 살면 되는 거지!
그런데 이 차이를 모르고 나를 <무조건 외국인 노동자를 도와주는 사람>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있다.
물론 이 분들 중에는 사장님이 가장 많고,
약간 명의 공무원도 있으며,
심지어는 우리 직원도 있다. 특히 신참 직원!
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의 감독관한테서 전화가 왔다.
"목사님, 회사에서 일단 퇴직금은 주겠지만, 노동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하겠다는데 어떻게 할까요? 그대로 진행할까요?"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회사에서 베트남 노동자에게 줄 퇴직금 290만 원 중에서 삼성으로 170만원만 주고 나머지 차액 120만 원을 안 주었다
하지만 2년 동안의 식대 420만원을 안 받았으므로
퇴직금 차액을 안 줘도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단다.
감독관이 다시 물었다.
"민사소송 하든지 말든지, 퇴직금 받을까요?"
나는
"잠깐만요."
하고는 출석한 우리 직원을 바꿔달래서 물었다.
"근로계약서에는 어떻게 나와 있어?"
"회사에서 식사 제공하는 걸로 나와 있는데요."
" 3끼 다?"
"아뇨. 중식만."
그럼 말 된다! 회사측 주장이.
그러나 오로지 퇴직금을 안 주려고, 지난 2년 동안 무료로 제공한 밥 값을 들고 나왔다는 인상이 짙다.
이걸 깨는 방법은 회사측에서 베트남 노동자에게 지난 2년 동안 한번이라도 식대를 청구한 적이 있는지 확인해 보면 된다. 만일 청구한 적이 없다면 밥은 그냥 준 거고. 따라서 식대를 들먹거리는 이유는 오로지 퇴직금을 떼어먹기 위해서다.
나는 직원에게 말했다.
"베트남 노동자 좀 바꿔 봐."
그러나 직원이
"안 왔어요?"
한다.
기가 막혀 물었다.
"왜 안 와?"
"첫째, 충남 공장에서 서울 노동부까지 너무 멀고요."
"둘째는?"
"공장일이 바빠서 못 온댔어요."
어이가 없어 물었다.
"당신은 안 바빠?"
"저도 바쁘죠."
"바쁜데 거기 왜 갔어?"
아무 말이 없다.
"*당신 돈 받으러 갔어?"
"아뇨."
"그럼 철수해."
직원이 마지못해 물었다.
"안 도와주고요?"
나는 확고히 말했다
"도와주지 마."
스스로 돕지 않는 자는 도울 수 없다.
* 당신 돈 받으러 갔어? : 노동자 돈 받아주러 간 거지, 우리 돈 받으러 간 게 아니다. 비싼 출장비 들여서! 센터에는 더 절박한 사건들이 쌓여 있는데도!
그러면 노동자가 최소한 출석해서 감독관 앞에서 진술하고 증명하며 우리 직원과 같이 사측에 대항하여 싸워야지. 저는 충남에서 제 볼 일 다 보고, 우리 직원만 홀로 출석시키다니! 이렇게 무책임하고 의타적인 노동자는 도와줄 필요 없다. 도와줄 수도 없고! 하늘도 못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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