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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놈-나쁜 놈'만 있는 가자지구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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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놈-나쁜 놈'만 있는 가자지구의 비극"

[해외 시각] 또 한 번의 피바다 속 클리셰만 넘쳐나

가자지구의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이날만 가자지구에서 영아와 유아 5명을 포함해 최소 29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졌다. 5일 간의 교전으로 발생한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는 75명, 부상자는 최소 700명에 달하는데 대부분이 여성과 아이들로 알려졌다.

가자지구의 무장단체 하마스 등도 이스라엘에 이란제 '파즈르5'로 알려진 로켓 공격을 감행했지만 이스라엘 측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아이언 돔'에 의해 격추돼 피해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압도적인 무력 차이 속에 지난 2008~2009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당시와 유사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팔레스타인 측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 희생만 늘어나고 있다.

중동 특파원으로 명성을 쌓은 <인디펜던트>의 로버트 피스크가 18일(현지시간) 쓴 칼럼(☞
원문 보기)도 싸늘함이 묻어 있다. 피스크는 이날로 5일차를 맞은 교전을 냉소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단상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이스라엘을 편드는 서방 정치권과 언론 등이 본질을 외면한 채 고루한 수사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글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중동에 또 한 번 '지옥문'이 열렸다?

테러, 테러, 테러…. 또 시작이다. 이스라엘은 - 64년 동안 주장해 왔지만 먹혀들지 않았던 - "팔레스타인발 테러를 뿌리 뽑는" 중이고, "팔레스타인"의 소름끼치는 무장단체 중 가장 최근에 나온 하마스는 자신들의 군사 지도자 아흐마드 알자바리의 암살을 놓고 이스라엘이 "지옥문을 열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대해 몇 차례 "지옥문을 열었다"고 밝혔었다. 슈퍼(super) 테러리스트였다가 - 백악관 잔디 위에 무릎을 꿇은 뒤 - 슈퍼 정치가가 됐고, 캠프 데이비드(미 대통령 전용 별장)의 농간에 말려들었다는 걸 깨닫자 다시 슈퍼 테러리스트가 됐던 야세르 아라파트 또한 1982년 "지옥문" 운운 하는 말을 늘어놨었다.

그리고 우리 같은 기자 나부랭이들은 지난 40년 동안 써먹던 모든 클리셰(cliché, 진부한 표현)를 반복하면서 재주를 넘는 곰처럼 기사를 쓰고 있다. 자바리의 죽음은 "표적 공격"이었고, "외과적 정밀 타격"(surgical air strike)이었다고 한다. 1982년 레바논에서 1만7000명을, 2006년 대부분이 일반 주민이었던 1200명의 레바논인을, 혹은 2008~2009년 가자지구에서 대부분이 일반 주민이었던 1300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죽인 이스라엘의 "외과적 정밀 타격" 말이다. 혹은 지난 주 가자지구에서 임산부와 유아를 죽이고 어제 한 가자지구의 한 주택 안에서만 11명이 숨지게 한 "외과적 정밀 타격"이거나. 적어도 하마스는 자신들의 로켓 공격에 대해 "외과적" 운운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남자건 여자건 아이건 이스라엘인들을 죽이려 한다.

실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렇게 얘기 한다면 반유대주의 나치로 찍힐 것이다. 하마스만큼 악랄하고 사악하며, 형언하기 힘들고 악마 같고 살인적인 나치 말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 조폭들이 가자지구에서 힘을 장악해 망명한 슈퍼 테러리스트 아라파트의 목을 자르도록 고무시키던 1980년대에는 협상에 기꺼이 응했었다.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 인의 사망자 비율은 16대 1로 새롭게 갱신됐다. 물론 이 수치는 오를 것이다. 2008~2009년 사망자 비율은 100대 1이었다.

그리고 우리 역시 그릇된 신화를 만들고 있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 물론 "테러 뿌리 뽑기"라는 이름으로 일으킨 - 지난 번 전쟁은 가자지구의 엘리트들로 추정되는 조직이 자신들이 잡은 (이스라엘 군인) 길라드 샬리트를 찾지도 못하고, 결국 지난해 자바리에 의해 공개됐다는 점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AP>에 따르면 자바리는 하마스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넘버 원' 지도자다. 하지만 그의 생일, 가족관계, 파타당에서 하마스로 이적할 당시 이스라엘에 의해 투옥됐던 점을 알고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잘 알려지지 않을 수 있다는 건가? 내가 알기로는 투옥 시절이 자바리를 정확하게 평화주의자로 바꾸지는 못했다. 그는 칼로 흥하다 칼로 망했고, 공중에서 가자지구 주민들을 죽이는 이스라엘 전사들을 더 이상 괴롭히지 못할 운명이다.

미 정부는 이스라엘이 "자신들을 지킬 권리"가 있다고 지지하면서 겉으로만 그럴듯한 중립을 주창했다. 마치 (하마스가 발사하는) 파즈르5 로켓은 이란에서 왔지만 가자지구에 떨어지는 이스라엘의 폭탄은 미국에서 오지 않았다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는 사이 한심한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하마스가 최근 전쟁에 "주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말이 사실임을 증명한 어떤 증거도 없다. <애틀랜틱 먼슬리>에 따르면 국경 근처에서 길을 헤매던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팔레스타인인을 이스라엘 측이 사살하면서 시작됐을 수도 있다. 혹자는 어린 팔레스타인 소년의 죽음이 자극이 됐다고 추측한다. 하지만 그 소년은 무장한 팔레스타인 단체가 전선을 넘어서 이스라엘군의 탱크와 대적하려 했을 때 총에 맞았다. 어떤 케이스든 비록 하마스가 아닐지라도 팔레스타인 총잡이가 전면적인 총싸움의 시작을 알렸다는 것이다.

이 터무니없는 쓰레기 전쟁을 멈출 수 있는 건 없나? 수백 개의 로켓이 이스라엘에 떨어졌다. 사실이다. 웨스트뱅크에서 아랍의 수천 에이커의 땅이 - 유대인만을 위해 - 이스라엘에게 빼앗겼다. 이제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우는데 필요한 땅도 남겨져 있지 않다.

마지막 두 개의 문장은 지우자. 이 분노의 충돌에서는 착한 놈과 나쁜 놈만 있고 이스라엘은 서방 국가들의 박수를 받으며 자신들이 착한 놈이라고 주장한다(무슬림들이 왜 서방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지 놀랄 노자다).

로켓 대결에서 - 특히 이란의 파즈르5와 헤즈볼라의 무인기(드론) - 새로운 전쟁 방식이 양 진영에서 생겨났음을 보여준다. 더 이상 이스라엘의 탱크가 레바논이나 가자지구의 국경을 넘는 일은 없다. 로켓과 첨단 드론과 컴퓨터를 이용한 공격 - 물론 무슬림들이 할 때는 "사이버 테러"다 - 만이 있다. 그리고 갈가리 찢겨 길가에 널린 인간들은 지난 3일간 그랬던 것 보다는 덜 유의미해 질 것이다.

각성한 아랍은 이제 그들 자신의 길을 취하고 있다. 지도자들은 대중들의 기분을 따라야만 할 것이다. 추측으로는 요르단의 불쌍한 압둘라2세까지도. 이스라엘의 "평화"를 위한 미국의 광대짓은 더 이상 아랍 세계에서 수지가 맞지 않는다. 그리고 만약 벤야민 네타냐후가 첫 이란제 파즈르 로켓이 떨어짐으로써 이란을 공격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면, 그리고 이란이 그에 대한 반격을 - 아마 미국인들에게도 - 함으로써 오바마가 또 다른 서방-무슬림 전쟁을 집어삼키게 된다면 그 다음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음,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와의 전쟁에서 으레 했던 것처럼 정전을 요구할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을 포함한 세계의 악과 싸우는 투쟁에 다시 한 번 서방의 영원한 지지를 요구할 것이다.

그러니 자바리의 죽음을 찬양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 적어도 12개월 전 이스라엘이 독일 첩보기관을 통해 자바리와 협상을 했다는 사실은 잊어버려라. "테러리스트"와 협상할 수는 없잖은가? 이스라엘은 이 최근의 대학살을 '방어의 기둥' 작전이라 부른다. '위선의 기둥'이라고 부르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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