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공주는 악수를 많이 해가 손이 아프다던데, 나는 청소노동자를 만나면 맘이 아픕니다." "생활임금은 150만 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최저임금은 100만 원도 안됩니다. 그 차이는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훔치기라도 해야 한단 말인가요." "노동자를 위한 정치가 아니라 노동자가 주체가 되는 정치를 해야 합니다." 심지어 <중앙일보> 이나리 논설위원도 "김순자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가장 쉬운 말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그가 18대 대통령선거 후보로 나섰다. 다만 이번엔 총선과는 사정이 다르다. 밖으로는 '빅3' 외엔 그 어떤 후보도 관심을 못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진보신당이 3%를 얻으면 당선될 수 있다는 목표를 세운 총선과 달리 대선에선 청소노동자를 주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게다가 더 큰 어려움이 있다. 김순자 후보가 자신을 비례 1번으로 세운 진보신당을 탈당하여 무소속 출마를 감행했기 때문이다.
진보신당은 9월 8일 전국위원회에서 "노동자 민중의 독자후보에 동의하고 신자유주의와 연립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 개인과 함께 사회연대후보를 출마시켜 완주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당이 동의하고 참여하는 공동 대통령 후보 선거에서 선출된 후보는 당의 후보로 한다"는 대선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10월 27일 전국위원회에서 당 외부와의 공동대응이 최종 결렬되었음을 밝히고 대선 독자대응 안건이 상정됐다. 대표단의 합의를 거치지 못하고 공동대표인 안효상 대표가 독자적으로 올린 안건이었다. 이 안건도 부결됨으로써 이번 대선에서 진보신당은 공동대응과 독자대응 모두 좌초했다.
진보신당 대표단은 공동대응 논의가 진행 중이던 때 김순자 당원에게 대선후보 출마를 요청했다. 공동대응 과정에서 당의 후보로 경선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는 판단이었다. 그런데 10월 23일 '김순자 당원 대선출마 기자회견'이 추진되었다가 직전에 취소되는 일이 있었다. 이즈음 출마를 결정한 김순자 후보가 일부 당원들의 권유에 따라 기자회견에 참석하려 했지만, 이 기자회견이 중앙당과 공유되지 않은 까닭에 당내 반발에 부딪친 것이다. 며칠 뒤 열린 전국위원회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진보신당 게시판은 "당이 대선 독자대응을 포기했고 당원의 출마의사를 꺾었다"는 주장과 "대선이 전부가 아니며 당을 재정비하자"는 주장, "변혁모임이 추대한 김소연 후보(전 기륭전자지부장)를 지지하자"는 주장들이 부딪쳤다. 그리고 11월 6일 김순자 후보는 게시판에 "당원동지 여러분, 김순자입니다"는 글을 올려 탈당 후 무소속 출마의지를 밝혔다. 그는 "당의 후보가 아닌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고, 저를 사랑해준 당원들에게 미안하다"면서 "당이 자신의 주장을 멈추거나 주장한 것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당은 더 빠르게 수명을 다해간다"고 주장했다.
진보신당 대표단은 11월 7일 김순자 후보의 탈당에 유감을 표했다. 현재 진보신당의 공식입장은 변혁모임이 추대한 김소연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김순자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겠다는 당원들도 게시판에서 자기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 그런 가운데 김순자 후보는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 선거운동에 나섰다. 김순자 후보를 만나 어째서 탈당까지 하며 출마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11월 10일 임시 선본사무실이 있는 홍익대 근처에서 약 1시간 30분 정도 이뤄졌다. <기고자>
▲ 김순자 대선후보. ⓒ청년대선캠프 |
오준호 : 대선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순자 : 나는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다. 이번 대선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 얘기를 누군가 해야 할 것 같았다. 노동자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노동자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처음에는 망설였다. 총선 후보를 해봤더니 힘이 많이 들더라. 자신이 없었다. 총선도 그렇게 힘든데 대선을 어떻게 치르나, 못한다고 했다.
처음에는 진보신당 당원 동지들이 나한테 대선후보로 나가달라고 얘기했다. 홍세화 대표, 김선아 부대표, 안효상 대표, 금민 고문한테도 제의를 받았다. 그런데 나는 대선후보는 자신이 없다, 못 한다 이렇게 얘기했는데 또 달리 생각해보니까 나가야 할 것 같더라.
고민고민하다가, 우리 조합원들하고도 의논했고 지역 동지들하고도 의논했다. 답이 안 나오더라. 이 사람은 좋다 하고 저 사람은 안 된다 하고, 오락가락하더라.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내가, 힘들다고 이런 일을 회피하면 어떻게 되겠나 싶어 마음을 굳혔다. 하는 게 맞겠다, 비정규직을 누군가 대변해야 된다고 결심했다.
오준호 : 대선출마는 다른 일보다도 더 큰 결단이 필요했을 텐데.
김순자 : 노동조합 만들 때도 마찬가지였다. 노동조합 참 힘들다. 학교는 탄압하고, 조합원을 다독거려야 하고. 그런데 노조도 그때 그런 결단을 안 했다면(김순자 후보는 2006년 6월 울산과학대에 청소노동자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지금의 우리도 없었다. 그때도 '언니야 노동조합 하면 해고된다더라' 하는 사람, 노조 힘들 텐데 어떻게 하느냐는 사람이 많았다. 나도 걱정되고 망설였지만 그거 다 생각하면 못 한다. 일단 부딪쳐보자 하고 시작했다. 정치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누가 정치경험 많은 사람 있나. 부딪쳐 보면 길이 나온다.
오준호 : 선거운동본부는 구성했나? 주로 어떤 사람들이 선거운동원을 하나?
김순자 : 11월 8일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선거운동본부도 어느 정도는 구성됐다. 주로 청년들이다. 지난 총선 뒤에 대학에서 불러서 강연을 많이 다녔는데 그때 만난 이들이다. 그동안 이 청년들이 자기를 대변할 후보가 없다는 사실에 힘들어했다. 경희대에 특강 가니까 인형을 들고 왔더라. 자기들이 지지할 후보가 없으니까 브라우니 인형을 들고 자기를 대변할 후보가 없다고 안타까워하더라. 이들은 마음은 있지만 후보가 없다. 반면 진보신당은 후보가 있는데 마음이 적었다. 그런 청년들이 나를 많이 도와준다.
"정권 잡은 기존정당들은 왜 지금까지 비정규직 철폐 못했나?"
오준호 : 이번 선거에서 김순자 후보의 핵심 공약이 무엇인가?
김순자 : 비정규직 철폐다. 물론 지금 큰 당의 후보들도 비정규직 얘기는 한다. 그들도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긴 안다. 하지만 알면 바꿔야 할 것 아닌가. 지금까지 몇 번이나 정권도 잡고 국회의원도 많은데 왜 현실적으로 바뀌는 게 없나. 바꿀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비정규직 법안부터 철폐시키겠다. 현행 근로자파견법, 기간제법 없애겠다. 정리해고부터 없애야 한다. 그게 고통의 원인이다. 그런데 그런 것이 되려면 비정규직이 먼저 힘을 모아야 한다. 지금 비정규직이 같은 비정규직들의 투쟁에 결합을 안 한다. 비정규직 스스로 자기 문제라고 생각해야 단결할 수 있다. 내가 후보로 뛰면서 그들이 단결하도록 돕겠다.
오준호 : 선거 기탁금 및 선거운동 비용은 어떻게 마련할 생각인가? 선거운동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려고 하는가?
김순자 : 선거를 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러 가겠다. 며칠 동안 서울에 있을 텐데 대학이나 대학병원에 청소노동자들 만나러 가려고 마음먹고 있다. 투쟁하고 있는 학교 비정규직 급식조리종사원들도 만나러 갈 것이다. 학생 100명당 급식종사원 1명이 맡아 했다. 지금은 140명당 1명씩 선다. 노동 강도가 훨씬 힘들어졌다. 이 사람들 저임금에 시달리고 조금만 잘못하면 해고된다. 선거에서 이런 점이 옳지 않다고 얘기해야한다. 또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투쟁도 연대하러 가야 한다. 반드시 정규직화 해내야 한다. 우리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선거비용도 만만하지 않다. 진보신당 만 오천 명 당원들이 얼마나 도와줄지 미지수다. 함께 하실 분들이 많이 있으면 선거는 되는 거고, 아니면 힘들지 않겠나. 어차피 나 혼자 하는 건 아니다. 기금을 모아 선거를 치를 생각이다.
▲ ⓒ프레시안 |
오준호 : 지난 총선 때 김순자 후보는 전국의 청소노동자들을 찾아다니며 휴게실도 없는 열악한 근무 환경, 저임금 문제를 트위터 등을 통해 많이 알렸다. '청소노동자 휴게실 공약'은 그들에게 매우 절실한 요구였을 것 같다.
김순자 : 그때 트위터 도와주는 분이 있어서 내가 얘기를 하면 트위터에 올려주곤 했다. 그게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이번에도 잘 해야 하는데.
총선 때 청소노동자들을 많이 만났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없더라. 맘 편히 먹고 쉴 수 있는 곳. 학교에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도 청소노동자들은 식당에 가지를 못하더라. 학교에서 식당을 이용 못하게 해서 거의 80%의 청소노동자들이 직접 해먹거나 싸와서 먹더라. 또 학교마다 청소노동자를 만나려면 지하에 가야 만날 수 있다. 청소노동자는 햇빛도 안 들고 통풍도 안 되는 그런 데서 쉬어야 하나. 비정규직 노동자는 편히 먹고 쉴 권리도 없나. 분노했다. 이러한 현실을 바꿔내고 싶다.
학교 총장실은 20평도 넘는데, 우리 청소노동자 열 명이 쉬는 휴게공간은 단 한 평도 없다. 울산과학대도 휴게실이 첨엔 계단 밑에 있었다. 앞으로 관공서나 학교 지을 때는 설계할 때부터 노동자들의 공간을 내어놓아야 한다.
오준호 : 청년들이 김순자 후보의 선거운동을 한다는데, 청년들의 어려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김순자 : 울산만 봐도 남성 비정규직 노동자는 장가 못 간다. 아가씨들은 비정규직한테 시집 안 가려고 한다. 현실적인 문제 아닌가. 우리 조합원들도 아들이 있는데, 걔들 두 명이 모두 장가를 못 가고 있다. 청년들이 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 비정규직으로 시작하게 된다. 한번 비정규직이 되면 도저히 벗어나기가 어렵다. 정규직 되기는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렵다. 그러니 비정규직 문제는 곧 청년들 문제다. 사회에 나가서 결혼도 하고 애를 낳고 싶어도 안 되는 거다. 이런 구조에서 가장 타격 받는 분들이 청년들이다. 희망이 없다. 그러니 자꾸 자살하는 것 아닌가. 이래서는 안 된다.
오준호 : 우리 사회에는 노동문제도 중요하지만, 가계부채 문제나 영세 자영업자 문제, 핵발전소 문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김순자 후보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해법을 갖고 있는가?
김순자 : 지금 한국사회가 농민은 농민대로,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상인은 상인대로 다 죽겠다고 한다. 너무 힘들다고 한다. 청소노동자가 공약이나 정책을 얼마나 알겠나. 모르는 부분이 더 많다. 하지만 모두가 힘들다는 건 안다. 그런 시대다. 친정이 농촌이다. 힘들어 죽겠다고 한다. 우리 이웃집 사람들 중에 장사하는 분들이 많다. 열심히 일해도 쪼들리고 빚더미에 올랐다. 대형마트 때문에 망해간다. 이런 건 다 보인다. 내가 그 사람들하고 같이 살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을 위하는 정책을 만들 생각이다. 핵발전소 문제도 심각하다. 내가 울산에 살기 때문에 더 그렇다. 가까운 발전소에 사고 나면 어떻게 되겠나. 그냥 두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각 분야의 전문적인 분들 많다. 울산에도 탈핵 시민단체 많이 있다. 그런 분들과도 만나고, 하나하나 체크해가면서 공약을 만들겠다.
오준호 : 이번 대선은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후보만 있는 것처럼 돌아가고 있다. 그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특히 세 후보의 비정규직 공약에 대해 평가해달라.
김순자 : 새누리당도 요즘 비정규직 차별을 완화하겠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의원도 많은데 왜 지금까지는 안 했나? 마음만 먹으면 당장이라도 비정규직법을 없앨 수 있는데. 선거 때 표 얻으려는 작전 같다. 문재인 후보도 비정규직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참여정부가 파견법, 기간제법을 만들어서 노동자들이 이렇게 고통 받고 있지 않나. 민주당 자기들이 그렇게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믿어달라고 하면 이해가 가겠나. 비정규직이 스스로 뭉쳐야 한다. 그 사람들 밀어줘도 세상은 안 바뀐다.
오준호 : 언론이 거대 후보들 몇 명을 중심으로 선거를 보도하고 군소후보에게 관심을 안 주고 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김순자 : 언론의 할 일이 힘없는 사람들 편에 서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거라고 보는데 지금 그렇지 못하다. 서운하다. 하지만 진실은 거짓을 이긴다고 생각한다.
오준호 : 노동자 후보로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중심에 제시한다면, 지금 출마를 선언한 김소연 대선후보(전 기륭전자 노조위원장)와 지지층이 겹치지는 않겠는가? 두 후보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나?
김순자 : 개인적으로 김소연 후보를 만나본 적은 없다. 하지만 언론에서도 듣고 또 다른 동지들한테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훌륭한 분이라고 알고 있다. 그 분도 같이 출마해서 비정규직 목소리,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더 냈으면 좋겠다. 다른 점보다 닮은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오준호 : 혹시 두 후보가 동시에 출마할 경우 단일화를 할 수도 있는가?
김순자 : 그 부분은 선본하고 의논해서 얘기할 생각이다.
ⓒ오준호 |
"진보신당 대표단이 나한테 대선 출마 권했다가 번복"
오준호 : 지난 총선에서 김 후보는 진보신당의 비례대표 1번을 했는데 현재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순자 : 저는 당이 존재하면 당의 후보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전에 울산시당에서 대선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못 한다고 하더라. 30억 원인가 든다고. 내가 그 돈을 낼 수도 없으니까 대선 얘긴 말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홍세화 대표가 나간다 해서 그럼 열심히 돕자, 맘먹었다. 그런데 또 홍 대표가 못한다고 하더니 시간이 지나니까 나한테 요청이 왔다. 제의 받고 보름쯤 고민하다가 출마를 결정했다.
처음에 당 대표단이 나한테 후보 출마를 부탁했을 때 나는 이게 당의 방침(합의된 추대)이라고 생각했다. 대표단이 합의해서 나한테 부탁하는 거라고 봤다. 무소속 출마설도 어쩌다가 듣긴 했다. 나는 안 했으면 안 했지 무소속이 뭐냐, 우리 당이 있는데. 한다면 당의 이름으로 나간다, 당의 대표로. 무소속은 안 한다, 이렇게 얘기했다.
오준호 : 10월 23일 '김순자 대선후보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하려다 취소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일로 당내에 혼란이 컸다.
김순자 : 당원들이 날 찾아왔다. 대한문에서 기자회견을 하자고 하니까, 그래 좋다고 하고 서울로 올라온 거다. 막상 기자회견을 하려고 하니까, (기자회견이) 중앙당과 공유가 안 되었다고 하더라. 나는 뭐 오늘 못하면 내일하면 되지, 공유가 안 되었으면 공유하면 되지, 기자회견 미루면 된다고 생각했다. 큰 문제 아니라고 생각했다. 대표단이 나보고 출마하라고 해서 출마한다고 얘기하려고 했다. 그런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갔다.
오준호 : 전국위원회가 열려 그 기자회견의 추진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대선 독자대응 안건이 올라와 부결되었고.
김순자 : (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 자리에 나가서) 미안하다고 얘기했다. 기자회견으로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 하지만 후보로 나서게 되었고 좋은 방향으로 힘을 모으자, 그렇게 얘기했다. 그랬는데 전국위원회가 열려서는 진보신당 대선 못 하겠다, 안 한다는 방침으로 흘러갔다. 개인적으로 섭섭했다. 후보 하라고 해놓고 이게 뭔고 싶고. 이럴 거면 나보고 왜 나오라 했는가. 나오라 해서 어렵게 결정을 했는데 이렇게 하니까 너무 고통스러웠다.
(진상조사위 안건은) 개인적으로 이해가 잘 안 갔다. (안건 발의한 울산시당 위원장이) '기자회견 하는 것을 울산시당에서 전혀 몰랐다'고 얘기했다. 그럼 후보가 자기 행보를 일일이 시당에 얘기해야 되나, 이런 생각도 들었다. 울산시당에서 진상조사위 안건을 올리니까 서운했다. 다른 데서 그렇게 해도 막아주고 설득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오준호 : 그 얼마 뒤에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당 게시판에 올렸다. "당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무소속 출마한다"라고 했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
ⓒ오준호 |
나는 총선 때 이 당이 비정규직 당이라고 생각하고 들어왔다. 그런 당이 대선을 안 한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 비정규직 위한 당이라고 했고, 비정규직 청소노동자가 그럼 후보를 하겠다고 나섰는데 대선 안 하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 지금 내가 택한 길이 최선의 길인 것 같다. 지금 내가 안 하면 비정규직을 대선에서 제대로 대변할 수가 없다. 난 진보신당 정신은 비정규직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내겐 처음부터 그것이었다. 내가 강의를 갈 때도 그렇게 이야기했다. 진보신당은 비정규직과 함께 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오준호 : 진보신당 현 대표단에서 최근 당 게시판에 '대표단의 무능과 판단 미숙으로 김 지부장님에게 혼란을 끼친 점'을 사과하고 무소속 출마의 재고를 요청했다. 현 대표단은 무소속 출마는 당론에 위배된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김순자 : 나는 이해가 잘 안 간다. 당이 존재하고 후보도 있다. 우리가 열심히 하면 다른 진보진영들도 함께 할 텐데, 우리가 주체가 될 생각을 안 하고 이쪽저쪽 눈치만 본다. 우리가 주체가 되면 된다. 당이 뭔가 할 방법을 내놓지 않으니까 나로서는 방법이 없다.
오준호 : 이번 출마로 당 내부의 혼란이 커졌는데, 김순자 후보가 당내를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더 기울여야 했던 것은 아닌가?
김순자 : 그러고 싶지만 대선이 코앞에 다가왔다. 설득을 하긴 해야겠지만 대선이 바로 앞인데 지금 그러기는 너무 늦은 것 같다. 이 시점에 그래서는 아무 답이 안 나올 것 같았다. 너무 촉박하지 않나.
1만5000 당원을 믿고 가겠다. 의견 차이가 있다는 거 안다. 당원들이 지지해주면 선거를 잘 치를 수 있다. 당원들이 나를 싫어하면 다시 돌아가서 청소하면 된다. 어차피 선거 끝나면 다시 학교 가서 일할 생각이다. 단지 비정규직들의 심정을 알리고 싶은 거다. 탈당은 했지만 당과 정신적으로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준호 : 완주할 계획인가?
김순자 : 당연히 완주할 생각이다.
오준호 : 이번 대선에서 얻으려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는가? 대선 활동의 성과를 가령 새로운 정당 건설로 이어갈 계획인가?
김순자 : 선거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알리고, 사람들의 힘도 모으고 하겠다. 앞으로 진보신당과 또 진보신당 밖에서 좌파활동 하시는 분들과 머리 맞대서 함께 좌파 정당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오준호 : 진보신당 당원들과 유권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신다면?
김순자 : 결국 탈당을 하게 되어 가슴이 아프다. 나를 아껴준 당원 동지들에게 제일 미안하다. 하지만 이 심정을 이해해줬으면 한다.
서민들이 요즘 많이 어렵고 힘들다. 서민들의 삶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한다. 내가 비정규직 청소노동자고, 애를 셋 낳고 어려움 속에서 살아왔다.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서민을 위한 복지제도부터 시급하게 해결하고 비정규직 철폐 꼭 이루겠다. 청소노동자도 대통령이 되는 나라를 만들겠다.
* 김순자 후보 약력
1955년 7월 6일 울산 언양 출생
2006년 6월 민주노총 울산지역연대노조 울산과학대지부 설립
2007년 2월 23일 조합원 전원 해고, 63일간 파업농성으로 복직 합의
울산지역 청소노동자 배움터 '노동이 아름다운 빛나는 학교' 운영위원
19대 국회의원 선거 진보신당 비례대표 1번 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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