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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김군은 왜 수갑차고 한국에서 추방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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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김군은 왜 수갑차고 한국에서 추방됐나?

[석원정 '우리안의 아시아'] 경찰은 비열했고, 출입국사무소는 잔인했다

● 경찰 연행 과정
2012. 10. 1. (월) 22:30경. 고등학교 1학년인 김00학생이, 몽골로 귀국하는 친구의 환송회를 하느라 귀국친구의 친구들과 함께 어울림. 중간에 전화받느라 잠깐 자리를 비웠다가 와보니 한국인 학생 3명과 다투고 있었음. 다툼의 발단은 한국학생들이 몽골 청소년들을 향해 "몽골새끼"라고 욕설을 하자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다툼이 벌어진 것임. 김00학생은 싸움을 적극적으로 말렸는데, 한국인 학생이 경찰에 신고하여 경찰이 출동했고 몽골청소년들이 다 도망가고 김00학생은 잘못한 일이 없다며 그 자리에 있었음. 김00학생이 싸움에 가담하지 않았음은 한국인 학생들도 인정하였는데 경찰이 지구대로 연행함.(연행에 대해 나중에 경찰은 참고인 자격으로 데려갔다고 변명하고 있음) 김00학생의 보호자가 귀가가 늦어진 김00학생을 찾아다니다가 이 사실을 알게 되어 지구대로 왔는데, 경찰이 '같이 있던 애들을 데려와라."면서 김00학생을 보내주지 않음.

● 경찰 조사 과정
2012. 10. 2. (화) 01:00경. 지구대에서 김00학생을 중부경찰서로 이관함. 그 사이 몽골청소년 한 명이 왔고 김00학생의 신분조회를 하던 경찰측이 김00학생이 미등록자임을 알게 됨. 도망갔던 몽골청소년들이 오기를 기다는 동안 김00학생은 경찰의 지시에 따라 경찰서 한쪽 구석에 앉아있었음.

03:00경부터 다른 몽골 청소년들이 경찰서에 도착하여 경찰이 조사를 시작함.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하는 다른 몽골 청소년들을 조사하던 경찰이 한국말을 잘하는 김00학생에게 "네가 통역해라. 통역을 잘해주면 내보내주겠다."고 해서 김00학생은 03:00경부터 06:00-07:00경까지 경찰을 도와 이들에 대한 조사 시 통역을 담당함.

06:00-07:00경. 조사가 끝났는데도 미등록자여서 안된다면서 김00학생을 내보내주지도 않고, 의자에 앉아 있으라고 해서 아침이 될 때까지 앉아있었음.

●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인계와 강제퇴거명령 및 보호명령 결정
2012. 10. 2. (화) 08:00경, 경찰이 김00학생에게 아침식사도 제공하지 않고 목동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로 인계함. 김00학생이 서울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도착해보니, 이미 아침식사가 끝나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낮 12시경이 되어서야 점심을 먹음.

2012. 10. 2. (화) 오전,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이 김00학생에게 대해 강제퇴거명령 및 보호명령 결정을 내림.

2012. 10. 2. (화) 12:30경 김00학생이 점심먹고 난 직후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김00학생에게 '짐을 싸라'고 하고 내용에 대한 설명도 없이 어떤 서류를 내밀면서 사인할 것을 요구함. 김00학생이 짐을 다 싸자 손에 수갑을 채운 후 뒷문으로 데리고 나가 호송차에 태워서 화성 외국인보호소로 이송함.

이때 김00학생의 보호자가 경찰서에 갔다가 김00학생이 목동출입국관리사무소로 옮겼다는 얘기를 듣고 목동으로 와 면회신청을 하였으나 점심시간이어서 밖에서 대기하다가, 김00학생이 공중전화로 연락을 해서 "지금 화성으로 옮긴다고 한다."라고 해서 비로소 김00학생의 이송을 알게 됨.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측의 공식적인 전달도 듣지 못하고 면회도 하지 못하게 되자 보호자가 "너무하지 않느냐. 이럴 수 있느냐."며 강하게 항의했음. 그러나 담당공무원은 "제도가 바뀌었다. 들어오면 빨리빨리 보낸다."고 답할 뿐이었음.

●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2012. 10. 2. (화) 오후. 외국인보호소로 옮겨진 후, 담당 공무원이 김00학생을 불러 권리에 대한 별다른 고지 없이 서류를 내밀며 그 내용도 알려주지 않은 채 "싸인해."하면서 서류에 서명할 것을 종용함.

이후 추방당할 때까지 10여명의 다른 성년피보호외국인들과 같은 방에서 생활함. 말이 통하지 않아 의사소통이 어려웠고, 이들이 대부분 새벽 내내 잠을 자지 않아 무서워서 추방 전날까지 거의 잠을 자지 못함. 식사도 부실해서 항상 배가 고팠고, 다른 것을 사먹으려 해도 주문시기가 맞지 않아 가능하지 않았고, 담요에서는 이상한 냄새가 심하게 남. 김00학생은 외국인보호소에서의 생활에 대해 "감옥 갔다 나온 심정"이라고 표현하고 있음.

● 사실이 아닌 정보에 근거에 철회한 이의신청 및 일시보호해제신청
2012. 10. 4.(목) 오전, 10월 3일 휴일을 지나 김00학생의 보호자가 이의신청 및 일시보호해제신청을 하기 위해 재학증명서 등 서류를 준비함.

2012. 10 4. 오후, 보호자가 담당 출입국공무원을 만났는데, 공무원이 "1차 과정 마무리까지 10일 정도, 2차 과정은 1-2달 정도 소요된다. 일시보호해제를 해도 김00학생은 어차피 2-3달 뒤에는 귀국해야 하고, 보증금 2,000만원도 필요하다."고 함. 또 화성외국인보호소의 담당반장도 김00학생에게 "이의신청을 하고 빠르면 10일이고, 지금 같은 경우 2달이 될지 그 이상이 될지 모른다. 그리고 2달 뒤에 다시 나가도 얼마 못 있다가 간다. 연장을 하는 것도 좀 힘들거다."라고 말함.(그런데 이는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서 피보호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것임)

보증금 2,000만원 마련이 불가능하고 일시보호해제를 해도 2-3달 뒤에는 다시 나가야 한다는 말에 달리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던 보호자가, 가기 싫다고 귀국을 거부하였던 김00학생을 설득함.

● 반인권적 강제퇴거 과정
2012. 10. 5. (금) 08:00경, 아침식사로 계란 2개와 빵을 먹은 후,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김00학생을 다른 피보호외국인들과 함께 두 명의 손목을 함께 채우는 방식으로 수갑을 채워 호송차에 태워 인천국제공항으로 이송함.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비행기가 오기까지 수갑을 찬 상태에서 호송차 안에서 대기함. 신체를 움직이는 것도 힘들었고, 용변도 최대한 참아야 했고, 물조차 먹을 수 없었음.

2012. 10. 5 12:20경, 비행기를 타기 위해 성인 몽골인 7명과 함께 수갑을 찬 상태에서,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이용객들이 보지 못하게 담요같은 것으로 수갑을 덮고서, 인천공항의 탑승통로를 통과하였고, 항공기 앞에 도착해서 수갑에서 풀려났음.
(이상, 반인권적 이주아동강제추방규탄 기자회견자료에서)

지난 10월 5일, 미등록으로 체류로 있었다는 이유로 어떤 고등학교 1학년 몽골출신 청소년이 겪은 한국추방기이다. 청소년들의 싸움에 휘말려 경찰에 연행된 지 3박 4일, 10년간 살아왔던 대한민국에서, 보호자와는 공중전화로만 통화하고, 친구들-선생님과 '잘 가라-잘 있으라'는 인사조차 나누지 못하고 추방되었다.

이 사안은 지난 11월 9일, 금요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있는 빌딩앞에서 인권단체들의 항의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사회에 알려졌다. 이 사안은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 2013년 유엔인권이사국의 희망을 품고 있는 나라, 다문화사회라고 하는 한국사회가 주목해야 할 몇 가지 숙제를 주고 있다.

먼저, 양국 청소년들의 싸움의 발단이다. 혈기방장한 청소년들인지라 다툼은 흔히 있을 수 있지만 '몽골xx'라는 인종차별발언은 문제가 다르다. 일상생활이나 노동현장에서도 국가이름에 xx를 붙여서 이주노동자들을 욕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리고 이런 욕설은 '특별히' 그 나라 출신 사람들을 분노하게 한다.

다음, 조사과정과 출입국관리사무소로 학생을 넘기는 과정에서 경찰이 취한 처사를 주목해야겠다. 경찰은 싸움에 직접 가담하지도 않은 학생을 연행하고서는 참고인 자격으로 임의동행한 것이라고 변명하였다. 그러나 참고인자격으로 데려갔다면서 경찰은 즉시 학생의 핸드폰을 압류하고 신분을 조회하였고, 학생을 찾으러 온 보호자에게 다른 몽골아이들 데려오라며 학생을 보내주지 않았다. 인질취급을 했다고 해도 할말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몽골청소년들의 조사에 통역을 '요구'하였다. 그 자리에서 이 학생이 통역을 거절할 수 있었을까? 그런데 17세의 청소년이 밤새 통역을 하면서 경찰업무에 조력하였음에도 경찰은 집으로 보내주지도 않았고, 휴식을 취하게 하지도 않았고, (정말 나쁘게도) 아침밥도 먹이지 않고서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로 이송해버렸다.
영장 없는 체포와 연행, 구금으로 재학중인 청소년의 교육을 중단시킨 경찰. 애초 실현시킬 의사도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희망을 갖게 해 밤샘통역을 시키고도 편히 쉬지도 못하게 하고 아침밥도 먹이지 않은 경찰. 경찰의 인권감수성은 이 정도인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조치는 어떤가. 법무부는 지난 2011년 6월, '이주아동의 교육권보장을 위해 미성년자의 구금, 강제퇴거시 보호규정마련 및 초중고재학중인 아동이 있을 경우 미등록 이주민의 강제퇴거를 일정기간 유예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라'고 했던 국가인권위원회의 정책권고를 '전면 수용한다' 하고 '이주아동의 체류를 허용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이 사안에서는 재학중인 미성년자임을 알면서도 강제퇴거명령을 내렸다. 보호자에게 연락도 취하지 않았다.
외국인보호소에서는 미성년자임을 알면서도 성인들과 격리시키지 않은 채 구금시키고 재학중인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떠한 특별한 보호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게다가 '미필적 고의'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드는 출입국관리사무소측의 정보제공. 보호자와 학생 본인에게 제공된 정보들은 본인과 보호자로 하여금 보호해제신청을 포기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었는데 실제로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사유가 있는 외국인이 일시적으로 보호상태를 해제해달라고 하는 일시보호해제신청은, 신청이 있는 경우 '지체없이' 심사하고 결정하도록 출입국관리법에 규정되어 있다. 일시보호해제신청이 받아들여진 경우 납부하는 보증금 2,000만원은 상한선이 그렇다는 것이며, 피보호자의 정상, 해제요청사유, 자산 등등의 사항을 고려하여 감액이 가능하다. 추방학생의 경우 성적이 우수한 고교재학생이라는, 충분히 참작가능한 요소가 있었던 것이다.
출입국사무소가 취한 조치 중 압권은 수갑착용이다. 출입국관리법에 의하면 필요한 경우 수갑을 사용할 수는 있는데, 일시보호해제신청도 포기하고 출국하겠다고 하는 미성년 학생에게까지 수갑을 착용한 것은 명백히 과도한 공권력 행사이며, 변명의 여지없는 인권침해이다.

한국정부가 1989년 비준하여 1991년부터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의하면, 행정기관에 의하여 실시되는 아동에 대한 모든 행동에 있어서 아동의 최선의 이익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이하 '아동권리협약') 제3조 제1항]. 행정기관은 아동의 의사에 반하여 부모로부터 분리되지 아니하도록 보장하여야 하고(아동권리협약 제9조 제1항), 그러한 분리가 행정기관의 아동 감금 조치의 결과인 경우, 그 부모 또는 적절한 보호자에게 그 아동의 소재에 관한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아동권리협약 제9조 제4항). 또한 아동에게는 교육의 권리가 인정되어야 하고 아동의 중등교육에 대한 이용 및 접근이 가능하여야 한다(아동권리협약 제28조 제1항 (b)). 아동은 위법적 또는 자의적으로 자유를 박탈당하여서는 아니 되고 아동의 체포, 억류 또는 구금은 법률에 따라 행하여져야 하며, 오직 최후의 수단으로서 또한 적절한 최단기간 동안만 사용되어야 한다(아동권리협약 제37조 (b)). 자유를 박탈당한 모든 아동은 인도주의와 인간 고유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에 입각하여 그리고 그들의 연령상의 필요를 고려하여 처우되어야 하고, 성인으로부터 격리되어야 하며, 자기 가족과의 접촉을 유지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아동권리협약 제37조 (c)).(진정서 중에서)

이에 의하면 이 학생에 대하여 경찰과 출입국관리사무소가 행한 조치들은 '모두' '분명하게'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위반하였다. 그리고 비준한 국제협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는 것을 우리 헌법은 명시하고 있으니 이같은 조치는 곧 실정법을 어긴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1월 9일 오전, 기자회견을 마친 인권단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고, 향후 추방학생의 침해된 인권회복의 차원에서 이 학생이 한국으로 재입국되어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조처해줄 것, 재발방지를 위하여 인권침해를 자행한 공무원들에 대한 처벌과 교육 및 미성년자의 구금,강제퇴거시 보호규정마련을 촉구하기로 했다.

기자회견이 있었던 11월 9일 오후, 법무부는 제2차외국인정책기본계획안(이하 '외국인기본계획)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시행된 제1차 외국인기본계획은 한국 입출국, 체류하는 모든 외국인들을 규율하고 지원하는, 5년 단위로 마련되는 정책이다. 이제 한국의 외국인정책은 2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이주민들과 한국인들이 동등하게 어울리는, 인권이 존중되고 보호받는, 다문화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이번 학생추방의 사례가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
다문화가정어린이를 대상으로 연 '다문화가정 문화체험행사'에서 학생들이 한지로 공예품을 만들어보고 있다. (사진은 기고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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