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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논란 교수 "이 기사 나가면 소송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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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논란 교수 "이 기사 나가면 소송할 겁니다"

[단독] 소송 걸린 사람만 5명…'카카오톡 대화'도 명예훼손 주장

"모텔에서 논문지도를 하자"고 발언하는 등 여제자들을 상습적으로 성희롱·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려대 H 교수가 피해를 제보한 여학생들을 포함해 총 5명을 고소했다.

지도교수였던 H 교수에게 성추행·성희롱을 당했다고 최초로 제보한 여학생 2명은 지난 8월 무고죄로 맞고소된 상태다. 고소인은 H 교수와 남제자 J 씨였다. 이밖에 해당 학생들과 성추행 등 피해 상담을 한 다른 교수 등 주변 사람들까지 고소에 휘말렸다.

J 씨는 지난 3월 H 교수를 비판하는 고려대 대학원총학생회의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오히려 여제자들이 허벅지, 엉덩이를 만지는 등 해당 교수를 성추행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인물이다. (☞관련 기사 : "고려대 교수, 여학생에게 '모텔 가자'고 성희롱")

최초로 성폭력을 제보한 2명 외에도 성추행 피해를 추가 제보한 또 다른 여자 대학원생 A 씨도 H 교수로부터 고소당했다. H 교수의 측근 제자와 A 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가 H 교수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는 이유에서다. A 씨는 지난 4월 학내 양성평등센터에 지도교수인 H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바 있다.

A 씨는 명예훼손으로 피소된 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동료가 나에게 카카오톡을 보내 H 교수의 사생활을 거론하며 성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식의 대화를 이끌었다"며 "나는 상대방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대화로 나눴을 뿐인데, 마치 내가 대화를 이끈 것처럼 편집된 자료가 경찰에 증거로 제출됐다"고 말했다.

▲ 지난 3월 26일 고려대 대학원 총학생회가 서울 안암캠퍼스 민주광장 앞에서 연 기자회견. J 씨는 당시 "오히려 여제자가 해당 교수의 허벅지, 엉덩이를 만지는 등 해당 교수를 성추행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성추행 상담 진행한 다른 교수도 명예훼손으로 피소

성희롱 사건 제보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도 무더기로 소송에 휘말렸다.

H 교수는 해당 여학생들과 성희롱·성추행 문제로 상담을 진행한 또 다른 B 교수도 지난 7월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상담 자리에서 B 교수가 H 교수의 사생활에 대해 험담을 늘어놓았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B 교수 측은 "당시 면담자리는 성희롱·성추행을 당했다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자리였지, 의도적으로 H 교수를 비난한 바 없다"고 맞받았다.

H 교수는 "B 교수가 성희롱 사건을 배후 조종했다"고 주장했지만, B 교수는 "면담 요청이 있기 전까지 나는 두 대학원생과 잘 아는 관계도 아니었고 내가 두 사람을 매수할 이유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B 교수는 "타 교수의 박사과정 학생을 교수가 선동했다는 것은 대학원 문화를 모르는 사람들의 얘기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설사 내가 두 사람을 매수했다고 치더라도 나중에 제3의 (성추행 피해) 제보자가 나타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H 교수의 지도제자가 아닌 대학원생 C 씨도 H 교수에게 고소를 당했다. H 교수의 측근 제자가 카카오톡 및 전화로 H 교수를 비판하자 "정상이 아닌 것 같다"고 답장을 보낸 것이 빌미였다. C 씨는 성폭력 제보자들의 같은 학과 동료다.

C 씨는 "H 교수의 측근 제자가 H 교수의 성적 문란, 금전 제공 압박을 토로하기에 맞장구를 쳤을 뿐, 내가 먼저 그 제자에게 전화를 걸어서 H 교수를 험담한 적은 없었다"며 "이는 수많은 전화를 누가 먼저 걸었는가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C 씨는 "지난 9월 경찰 대질심문에서 해당 제자는 자신이 H 교수의 이야기를 꺼내 먼저 험담했으며 나는 대부분 들어주는 입장이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톡 대화가 명예훼손인가는 논란"

H 교수의 잇따른 고소가 검찰에서 받아들여질지 여부는 미지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권영국 변호사는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공공연하게 특정 개인의 명예를 훼손해야 한다"면서 "교수가 대학원생에게 한 상담은 사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명예훼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A 씨와 C 씨의 경우, 카카오톡을 한 상대가 교수의 측근이라면 측근과 나눈 대화에는 전파가능성이 없다"며 "게다가 상대방이 먼저 꺼낸 대화에 맞장구를 쳤다면 이들에게는 고의가 없었기 때문에 명예 훼손 구성요건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막걸리 한 잔 마시면서 둘이 뒷담화를 했다고 치자. 이런 것까지 다 처벌하면 어떻게 사느냐"고 반문하며 "그래서 명예훼손으로 형사처벌을 강하게 하는 나라일수록 후진국"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변호사는 "이 사건을 검사가 기소한다면 그 사실 자체가 코미디"라면서도 "다만 경찰 조사를 받고 불기소 처분을 받을 때까지 대학원생들에게는 고소 과정 자체가 큰 스트레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희롱 제보자들은 "우리에게 맞고소를 하는 건 그렇다고 쳐도, 아무 상관없는 주변 교수와 다른 대학원생에게까지 고소하는 건 너무하다"며 "피해사실을 알리고 싶어도 다른 사람에게까지 2차 피해가 너무 확산돼서 도저히 알릴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대학원 총학생회 관계자도 "피해자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함께 사건을 공모했다고 지목된 셈인데, 학내에서 일어난 일을 학내 중재기관을 통해서 해결하지 않고 굳이 이런 식으로 해결해야 하느냐"며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는 행동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려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보다 더 고질적인 문제"

앞서 지난 3월 고려대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여학생들은 "지도교수인 H 교수가 허벅지, 등, 팔을 더듬는 등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했고 모텔에서 놀다 가자는 등의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고발한 바 있다.

제보자들은 "대학원 사회에서 이런 일(성희롱)은 으레 있는 일이라고 해서 참으려고 했지만,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며 "이런 관행이 고쳐지지 않으면 후배들이 같은 일을 당해도 말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대학원을 그만둘 각오까지 하고 폭로했다"고 밝혔다.

이에 고려대학교 양성평등센터는 지난달 '가중징계 의견'을 첨부해 H 교수를 교내 징계위원회에 회부했지만, 검찰은 지난 9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B 교수는 "고려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의 경우 동료 관계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났지만, 이번 사건은 교수와 대학원생의 권력관계에서 장기적·지속적으로 일어난 만큼, 고려대 의대생 사건보다 더 고질적인 문제"라며 "소송 등 2차 가해로 피해자가 마치 가해자로 둔갑됐다"고 비판했다.

H 교수 "나는 결백…언론사·양성평등센터에 소송걸 것"

각종 고소에 대해 H 교수는 "고가의 선물 및 해외여행 강요, 조교비 횡령, 성희롱, 성추행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물증이 있다"며 "상대방이 대학원총학생회의 대자보와 언론보도를 통해 허위로 나를 망신시켰다"고 말했다.

H 교수는 "내가 고소를 많이 한 것은 사건의 핵심이 아니"라며 "공정하지 않으면 법적 구제 절차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부당하다면 무고로 (나를) 고소하면 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나를 가해자로 모는) 대학원총학생회의 대자보와 언론 보도도 나한테는 성희롱이다. 그 표현물을 보고 내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내가 결백하다는 결과가 나오면 대학원총학생회에도 징계조치를 요구할 것이며, 사실을 왜곡한 모든 언론들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고 민사소송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

양성평등센터의 '징계 의견'에 대해서는 "모텔 가자는 말에 대해서도 반박자료가 다 있는데도 양성평등센터가 편파적인 조사를 했다"며 "양성평등센터의 불공정한 처분에 대해 교내기관과 사법기관 등 국가기관에 민원을 넣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톡 고소에 대해서는 "판례를 보면 단 한 명에게 (명예가 훼손되는) 말을 해도 기소되기 충분하다. 카카오톡도 있고 증인도 있다"며 "범인들은 곧 기소될 것이다. 며칠 전에 검사에게 (기소 관련한)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두 대학원생을 고소한 J 씨는 "고소한 건은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인데, 고소에 대해 어디서 들었느냐"며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취재에 응할 의향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고려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등으로 구성된 H교수 사건 대책회의는 1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H 교수의 파면과 그 측근에 대한 징계를 촉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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