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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은 과반, 대선은 더블스코어로 이긴다.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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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총선은 과반, 대선은 더블스코어로 이긴다. 비결은…"

[정치경영연구소의 '自由人']<5>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을 만났다. 그가 외로웠다고 한다.

"우리가 야당이 되고 난 후 참 외로웠다. 실제로 지금도 외롭다. 왜 외로웠냐면 정권을 잃고, 소수세력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어떻게 이 조건을 이기고 새롭게 전진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외로웠다. 그리고 어느 정도 그 방향을 알고 있는데, 함께 가줄 많은 사람들을 구하지 못해서 외로웠다. 그런데 이번에는 길을 찾은 것 같다. 그래서 다시 외로워지지 않을 것 같다."

그 길이 무엇일까.


"지난 8, 9개월 동안 나 나름대로 온 마음을 들여 책임지고 몰두했던 것이 민주당의 당개혁특별위원회였다. 개혁특위안을 만들 때 가장 주안점을 두었던 것은 어떻게 하면 민주당을 수권정당화하여 수권세력으로 만들 수 있을 까였다. 그래서 민주당을 수권세력으로 만드는 일, 좀 더 크게는 야권 전체를 통합된 수권세력으로 만드는 일, 이를 위해 내가 속한 민주당을 개혁하는 일이 요즘 내가 가장 집중하고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다."

▲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 ⓒ프레시안(최형락)

외로웠던 만큼 절박하게 매달렸던 것일까.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내년 대선은 한나라당과의 싸움도 아니고, 보수언론과의 싸움도 아니고, 한나라당의 어떤 후보와의 싸움도 아니다. 그것은 민주당 자신과의 싸움이고, 진보개혁진영 자신과의 싸움이다. 나는 그것을 굳게 믿는다. 그런데 그런 승리의 중요한 조건 중에 하나가 바로 야권통합, 좀 더 크게 보면 야권의 연대다. 나는 그 통합에 있어서도 민주당의 역할이 결정적이라고 본다. 따라서 민주당이 반드시 야권통합에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민주당이 참여한 야권통합이 성공하기 위해서 민주당은 우리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대폭 포기해야 한다."

확신이라기보다 절규였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당개혁특위 위원장, 당대표실 불법도청 진상조사위원장, 그리고 영도 한진중공업, 삼성 백혈병 문제 등 연일 터지는 사건 · 사고와 고통당하는 현장의 중심에 그가 가 있었다. 그 많은 일들을 어떻게 다 소화할까.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물었다.

그러자 그는 "공적 분노! 정치의 핵심이 바로 '공적 분노'를 느끼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나치랑 싸운 본회퍼가 있지 않나. 그 역시 하나님의 절대적인 사랑을 이야기한 사람이지만, 미친 운전자가 운전을 해서 많은 사람을 치어 죽이고 있을 때 그 사람을 끌어내는 것이 사랑이지, 그 사람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사랑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보통 사람들의 존엄한 인권을 침해하고, 죽이고, 그들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 그런 구조와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 나는 분노한다. 보통의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 분노한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사랑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섬마을 소년이 변호사가 되었다. 그 시간을 지나는 동안 수많은 이들을 만났다. 시대의 아픔에 동참하며 자신을 던지는 친구들을 보았고, 노동의 가치와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노동자, 학생들을 만났다. 그러는 와중에 그들의 응원군으로 머물러 있었던 그도 어느덧 인권변호사가 되어 고통의 현장에 함께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사회 구조를 바꾸기 위해 정치에 뛰어들었다. 2% 아니 몇 프로가 부족했기에 정치라는 격랑 속으로 자신을 내몰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 부족함을 사랑이라는 샘물로 채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시민으로서 이 땅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태평양 바다만큼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비록 작은 바가지일지언정 그 태평양 물을 내가 퍼 나를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퍼서 세상을 행복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그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그래서일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사랑의 샘물이 더 깊고 넓고 맑기를, 그래서 이 세상을 더욱더 시원하게 해줄 수 있기를 돌아오는 길 내내 읊조렸다.

[인터뷰 전문]

KBS도청 사건에 대해 강력히 문제제기 하고 있고, 2차 희망버스에도 참여한 걸로 알고 있다. 그렇게 평소 한국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사회 · 경제적 이슈들에 대해서 매우 활발하게 문제제기 하고, 트위터 등 SNS를 통해서 시민들과도 활발히 소통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 많은 이슈들 중에서도 요즘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있다면?

워낙 많은 일들이 매일 터지기 때문에 무엇이라고 바로 콕 집어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김진숙 위원도 싸우고 있고, 아직 가보진 못했지만 유성기업도 있고, 삼성 백혈병 문제로 씨름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게 정말 많은 사람들이 현실에서 외로운 싸움들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나름 열심히 그 분들을 다 돌아보려고 노력하는데, 현실적으로 다 감당하기가 어렵다.

변명 같지만 우리 사회가 조직화되어서 그런 중요한 일들을 다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특히 정치인들만 한정해서 본다면, 이런 문제들에 같이 뛰어다닐 정치인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장에 가보면 늘 보는 사람만 보게 되고, 그렇게 몇 사람들만이 고통당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일을 감당하고 있다.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 이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고 분담할 세력의 필요성에 대해서 느끼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 세력을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정치에 몸을 담고 있는 입장에서 자연히 그 고민을 정치의 영역에서 풀 수밖엔 없는데, 그것을 다른 말로 "어떻게 하면 국민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수권정치세력을 만들 수 있을까"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수권정치세력을 만드는 것. 이것이 요즘 나의 가장 중요한 고민거리이다.

독점탐욕세력을 이길 수권정치세력이 필요하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 세력을 나는 문자 그대로 독점탐욕세력이라고 규정하고 싶다. 왜 그렇게 독한 말을 하냐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결코 독한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세력에 대해서는 학문적으로도 그렇게 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들은 보수도 아니다. 말 그대로 독점탐욕세력이다. 그래서 이런 세력에 맞설 수 있는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

역시 중요한 것은 정치세력의 문제인데, 그런 세력 즉, 개혁적이고, 양심적인, 진보, 민주, 평화, 통일의 가치를 위해서 헌신하는 세력,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추구하는 세력,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세력 등 무엇이라고 표현하든 간에 건강하고 헌신적인 민주진보세력이 수권세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권세력이라는 말이 좀 진부하긴 하다. 하지만 요즘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독점세력으로부터 벗어나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사회를 만들길 원한다고 느낀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든든한 정치세력이 있어야 한다. 무슨 방책이 없을까. 이 말은 달리 말하면, 어떻게 하면 수권세력이 내년에 집권하게 할 수 있을까와 똑같은 말이다. 그래서 그 전략을 찾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 8, 9개월 동안 나 나름대로 온 마음을 들여 책임지고 몰두했던 것이 민주당의 당개혁특별위원회였다. 18차까지 회의를 하고, 수백시간의 회의를 거쳐, 다행스럽게도 지난 10일 민주당 당개혁특위안이 확정되었다. 개혁특위안을 만들 때 가장 주안점을 두었던 것은 어떻게 하면 민주당을 수권정당화하여 수권세력으로 만들 수 있을 까였다. 그래서 민주당을 수권세력으로 만드는 일, 좀 더 크게는 야권 전체를 통합된 수권세력으로 만드는 일, 이를 위해 내가 속한 민주당을 개혁하는 일이 요즘 내가 가장 집중하고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다.



지난 7월 10일 민주당 내 개혁특별위원회가 만들어진 지 8개월 만에 총선·대선 후보 선출 및 공천 방식을 최종 결정한 걸로 보도가 되었다. 지난 3월 홈페이지에서 당개혁특위위원장으로 "동원선거, 돈선거를 반드시 막아내겠다!"라고 했었는데,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공천 룰에 대해서 만족하는지? 개혁특위위원장으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프레시안(최형락)
민주당이 국민의 뜻을 하늘처럼 받드는 정당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에 개혁의 방향을 맞췄다. 무엇을 기본원리로 할까 고민했는데 결국 핵심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거였다. 사실 이 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 말이다. 민심을 잘 반영하는 정당이 되도록 하려면, 문턱이 낮은 정당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자신들의 지혜와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는 그런 정당이 되어야 한다. 또한 보통 사람들의 삶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을 가진, 그런 정책정당이 되어야한다. 그리고 지도부 몇 사람들이 아니라 민주당의 평당원들이 중요한 정책들을 결정할 수 있는 풀뿌리 정당이 되어야 한다. 이 부분들이 이번 개혁특위에서 지향한 주요 지점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몇 가지 중요한 제도들을 도입했다. 그 중에 핵심이 정책당원제, 정책전당대회, 전당원정책투표제다. 지금까지는 민주당 당원이라고 하면, 자기가 속한 지역구의 지역위원장의 지휘 아래 선거 때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였다. 그것도 좋다. 그런데 여기에 정책당원제라는 새로운 범주의 당원을 더했다. 이 사람들은 지역 이슈에 관심 없어도 좋고, 지역구 사람이 아니어도 좋다.

우리 사회에는 정책과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서 활약하는, 촛불시민처럼 젊고 역동적인 시민들이 많이 있다. 정책당원제는 이런 분들이 당에 들어와 활약할 수 있는 마당을 열어주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반값등록금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민주당 정책당원이 되어서 반값등록금 위원회를 만들고, 반값등록금에 대한 여러 가지 정책 제안들을 하면 그것이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하겠다는 거다.

정책당원들은 굳이 오프라인에서 굳이 모이지 않아도 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블로그 등 SNS 수단들을 통해서 만날 예정이다. 그리고 자기 지역구에 매일 필요도 없다. 자신들이 관심 있는 정책과 이슈를 중심으로 활동하면 된다. 기존 당원이 지역위원회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지역당원이었다면 정책당원은 말 그대로 전국당원이나 유비쿼터스 당원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에 매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정책에 관심 있는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젊고 정책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모이게 되면, 거기서 자연스럽게 좋은 정책들이 많이 개발될 것이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젊고 역동적인 정책정당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전당대회라 하면 보통 체육관에 모여서 박수치고 투표하는 체육관 선거만을 연상시켰다. 하지만 정책전당대회는 실제로 민주당이 이제까지 해온 정책들에 대해서 평가하고,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토론하는 장으로 만들려고 한다. 특별히 민주당의 주요 정책들은 정기적인 정책전당대회를 결정할 것이다.

전당원정책투표제는 당에 주요 현안이 있으면 그것을 모든 당원에게 물어보겠다는 것이다. 한미FTA 비준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물론 이것에 관해서 당 지도부와 의원들도 모여서 의논하겠지만, 우리들만 토론하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중요한 이슈다. 이럴 경우에는 당원 전체에게 민주당이 어떻게 결정하면 좋겠는지 물어보겠다는 것이다. 주민투표나 국민투표와 같은 원리인데, 모바일투표 등을 통해서 하면 고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충분히 당원들의 의견을 물어 볼 수 있다.

정책당원제, 정책전당대회, 전당원정책투표제

사실 개인적으로 이번 개혁안 중에 가장 긍지를 가지고 있는 부분이 바로 전당원투표제다. 전당원투표제는 당원이 당의 실제적인 주인이 되도록 해주는 제도이다. 정책들을 결정하는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당대표와 지역위원장은 물론 지역, 중앙대의원까지 모든 당직을 다 전당원투표제로 뽑으려고 한다. 대체로 사람들이 제일 관심 있어 하는 것은 당대표이지만, 시도당위원장, 지역위원장도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지역위원장 같은 경우는 국회의원 공천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 지역위원장과 지역위원장까지 모두 당원들이 직접 뽑게 된다.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하고 기본적인 것 같지만, 사실 우리 정당사에서 매우 획기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공직후보선출은 세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다. 우선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뽑는데 전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민주당 당원이 아니어도 괜찮다. 완전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로 진행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각 시도를 돌며 치르는 경선현장투표 뿐 아니라 모바일 투표도 전면적으로 도입하려고 한다. 또한 현장투표와 모바일 투표가 똑같은 가치를 가지게 할 예정이다. 그래야 많이들 참여한다. 대선 후보 선정의 경우에는 국민들이 많이 참여하면 할수록 좋다. 백만 명, 이백만 명 아니 삼천만명이 참여해서 민주당 대선 후보를 결정하게 된다면 우리 후보가 바로 대통령이 되는 게 아니겠는가(웃음). 그래서 완전히 개방하려고 한다.

다만 딱 한 가지 지역 간의 차이가 큰 것에 대해서는 보정하려고 한다. 민주당원 중에 아무래도 영남보다 호남 사람이 많다. 따라서 전당원투표제로 할 경우 잘못하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호남사람들만의 잔치만으로 그쳐버릴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호남사람에게는 1표주고, 영남사람은 2표를 주고 그러면 등가성의 문제에 있어서 좀 문제가 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이 문제를 마냥 내버려 둘 수는 없다. 그래서 지역별 차이를 고려해서 최대한 조화롭게 각 지역별 차이를 보정하기로 했다. 대통령 후보는 이런 과정을 통해 뽑기로 했다.

국회의원은 어떻게 뽑느냐. 국회의원은 지역구와 전국구가 있다. 전국구부터 설명해보면, 전국구는 30%는 직선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번에 남녀 각 1명씩 청년 국회의원을 반드시 내려고 한다. 청년국회의원은 청년들이 스스로 뽑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20대, 즉 30세 미만으로 연령제한을 두려고 했는데, 마지막에 35세 미만으로 하자는 의견이 서로 팽팽하게 맞서서 현재 30세 미만과 35세 미만의 복수안이 올라가 있는 상태이다.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정될 지 두고 봐야겠지만, 남녀 각 1명의 청년 국회의원을 꼭 낼 것이다. 그리고 영남처럼 민주당 후보가 국회의원이 되기 어려운 지역에서는, 영남지역에서 남녀 2명, 총 4명의 영남지역을 대표하는 비례대표 의원을 뽑을 예정이다.

그리고 세 개 범주 중 나머지 하나는 민주당 밖에 있는 직능단체, 노동, 농민 등 계층 단체들과 정책협약을 맺어서 그 쪽에서 추천한 인사들과 민주당의 정책당원들 사이에서 선거인단을 뽑아서 그 선거인단의 투표에 의해서 전국구 후보들을 공천할 생각이다. 그래서 매우 객관적인 공론화의 과정을 거쳐서 예전과 같이 자기들이랑 친한 사람을 데리고 와서 그 사람들에게 공천 주던 폐해를 극복하려고 한다. 그리고 직능, 계층 단체들과의 정책 협약 또한 단순히 그 단체에서 추천한 사람에게 의원 자리 하나를 배분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단체와 함께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기존의 당 지도부가 전략공천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주려고 한다. 장애인 대표를 영입해서 상위순번에 배치한다거나 그런 것 모두를 시스템에서 다 구속할 수가 없어서 그런 것은 당 지도부가 전략적으로 선택하도록 여지를 주려고 한다.

그리고 이번에 여성의 정치진출을 위해서 획기적인 제도를 도입했다. 지역후보의 15%를 여성에 배당하기로 결정했고, 경선과정에서 여성들에게는 원칙적으로 20%의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또 지역구 공천심사위원회도 매우 객관적으로 만들어 공천 심사를 매우 엄격하게 하도록 했다. 그래서 도덕성에 하자가 있는 사람들을 다 쫓아내고, 민주당의 정체성에서 거리가 있는 사람들은 아예 참가하지도 못하게 할 예정이다.

그리고 예외적으로 후보들 간에 경쟁력이 너무 차이가 나, 경선 자체가 무의미해서 단수공천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는 2~4명의 사람들이 참여하여 경선을 치르도록 했다. 경선 방법은 대통령 선거처럼 누구나 다 참여하는 완전국민경선제로 할 것이냐, 아니면 당원 50%, 일반 국민 50%로 할 것이냐를 놓고 논의 중이지만 현재로서는 전자가 다수안이다. 어쨌든 두 가지 경우 모두 상향식 공천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경선할 때 공개정책토론회를 3회씩 하기로 했다. 그리고 전체 경선 지역 중에 30%는 슈퍼스타K식의 배심원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슈퍼스타K나 위대한 탄생을 보면 심사위원이 있다. 공개정책토론회도 같은 원리로 전문가와 일반시민들로 구성된 배심원들이 정책토론회를 지켜보고 각 후보자들에 대해서 점수를 매기게 된다. 배심원들의 점수를 30% 반영하고, 당원이 되든지, 국민이든지, 경선 투표에 참여한 사람들이 매긴 표를 70% 반영해서 그 점수에 따라 최종적으로 후보를 결정하기로 했다.

ⓒ프레시안(최형락)
그런데 여기서 왜 배심원제를 도입했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상향식 공천이라는 민주적인 제도가 악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사실 대통령 후보나 당대표를 뽑을 때는 선거단의 단위가 전국 규모로 워낙 크기 때문에 특정 후보가 조직 동원력이 크다고 할지라도 전체 선거 결과에 크게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다. 과거 노무현 후보 뽑을 때는 거의 19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한 후보가 몇 백만 명을 동원할 수는 없다. 해봐야 몇 만 명일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는 인지도가 좀 높다는 것도 사실 별게 아니다. 예를 들어 노무현 후보가 이인제 후보를 꺾은 것은 다만 인지도만으로 안 되는 거대한 민심의 흐름에 의해서 된 것 아닌가. 그렇게 단위가 큰 데에서는 상향식 공천이 거대한 민심의 흐름을 반영하는데 매우 중요한 제도적 장치로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게 국회의원이라는 좁은 단위로 넘어오면 그리 쉽지가 않다. 사실 민주당 국회의원 후보 경선할 때 시간을 내어 투표를 할 사람이 많지가 않다. 물론 앞으로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좁은 지역구에서 후보를 선출할 때는 자발적으로 와서 투표를 하는 사람보다 각 후보가 동원한 사람들이 와서 투표를 하는 경향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지역구 후보가 되는데 각종 조직을 가지고 있거나 돈을 가진 사람들이 상향식 공천제도 하에서는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이 뿐 아니라 지역 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사람들이 또 매우 유리하다. 현직 의원들은 그 지역 내 인지도가 매우 높다. 대통령 선거 같은 경우는 단위수가 크고, 사람들의 관심이 높으니까, 민심의 향배에 따라 갑자기 인지도가 오르고 그러는데, 지역구에서는 그러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상향식 공천제도가 절차적으로는 매우 민주적이고 또 그것을 지향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실제적으로는 현역 의원이나 현역 지역위원장이 거의 다 이기는, 이른바 새로운 신인이 현역의원을 누르고 새로운 정치를 해보는 그런 기회가 거의 보장이 안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정책토론회를 도입했다. 슈퍼스타K 방식의 정책토론회를 통해서 정치신인들이 자신들의 비전과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알릴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줌으로서, 기존의 정치인들의 기득권을 넘어설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한다. 그런 면에서 정책토론회는 기존의 상향식 공천 제도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당내 상당한 저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를 반드시 도입하려고 한다.

여기에 더해 당원소환제도 도입하려고 한다. 이것은 민주당의 정체성을 벗어나거나, 도덕성의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임기 중이라도 당원들이 해임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당 지도부 뿐 아니라 지역위원장과 시도당위원장도 당원소환제의 대상이 된다.

이 모두가 맨 처음에 이야기한 것처럼 민주당이 당내 특정 세력의 뜻이 아닌 국민의 뜻을 하늘처럼 받드는 당이 되도록 하기 위해 마련 된 거다. 부디 이 취지들이 잘 살려졌으면 좋겠다.



내년 총선과 대선과 관련해서 야권통합 문제가 정치권의 중요한 화두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의 역할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높다. 이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나는 야권통합이고 다른 무엇이든 간에 민주당이 잘하면 곧 내년 집권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민주당만 집권한다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세력이 집권해서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특히 진보적인 사람들이 트위터 등에서 막 항의를 한다. 민주당이 잘하지도 않고, 민주당을 믿을 수도 없고 그러는데 천정배 너조차도 민주당의 기득권을 주장하느냐며 비판한다. 전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민주당의 기득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기득권을 포기하면서 제대로 된 수권정당의 길을 갈 때,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진보개혁진영이 바라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보는 거다.

왜 그러느냐. 사실 대한민국 민심은 이미 확고하게 정해졌다고 본다. 민심은 이미 반이명박, 반한나라당으로 돌아섰다. 이거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지난 번 강원도 도지사 선거 때 20일 정도를 거의 강원도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뛰어다녔다. 그런데 정말 놀랬다. 강원도 민심이 거의 반한나라당이었다. 그래서 나는 최문순 후보가 이긴다고 거의 100% 확신했다. 분당에서 손대표의 승리도 거의 확신했다. 내가 고수라서 그런가. 아니다. 그저 민심을 바로 봤을 뿐이다. 내 고향 호남, 서울, 경기, 강원도 뿐 아니라 다른 곳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지금 이런 민심에서도 우리 진보개혁진영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그것은 우리 국민들을 탓할 것도 아니고, 한나라당을 탓할 것도 아니고, 보수언론들을 탓할 것도 아니다. 그건 우리 야권이 바보이기 때문이다. 바보보다 더한 말이 있다면 그 말을 써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년 대선은 한나라당과의 싸움도 아니고, 보수언론과의 싸움도 아니고, 한나라당의 어떤 후보와의 싸움도 아니다. 그것은 민주당 자신과의 싸움이고, 진보개혁진영 자신과의 싸움이다. 나는 그것을 굳게 믿는다.

그래서 나는 내년 총선은 야권이 압도적 과반수로 이긴다고 보고, 내년 대선은 더블스코어로 이긴다고 본다. 어떻게 하면? 우리 자신만 잘하면! 여기서 우리 자신이라는 것은 진보개혁세력을 말한다. 그런데 그런 승리의 중요한 조건 중에 하나가 바로 야권통합, 통합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좀 더 크게 보면 야권의 연대다. 야권통합 혹은 연대는 야권승리의 필수조건이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야권통합을 할 수 있을까.

나는 그 통합에 있어서도 민주당의 역할이 결정적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민주당이 현실적으로 야권의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내년의 12월의 대통령은 누가 될까? 지금 시점에서 확실한 것은 불행하게도 한나라당 후보가 되거나,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후보가 될 것이다. 만약 민주당을 빼놓은 야권연대만으로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것?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6년 뒤, 12년 뒤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내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엉망진창이라고 해서 민주당을 빼놓고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시민사회가 합쳐 야권연대를 한다고 해도, 사실상 현재로서는 민주당을 빼놓은 상태에서 내년 대선승리는 어렵다. 지금 시점에서는 말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반드시 야권통합에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민주당이 참여한 야권통합이 성공하기 위해서 민주당은 우리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대폭 포기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실질적인 통합이 가능해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사실 모든 문제가 민주당의 수권정당화가 야권승리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닌가 한다. 민주당이 수권정당이 되고, 기득권을 포기하겠다고 하는데, 민주노동당이나 다른 진보정당이 그래도 우리는 민주당과 같이 못가겠다, 우리끼리 가겠다! 그렇게 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의 혁신, 개혁, 수권정당화가 이 나라의 민주개혁진보세력이 집권해서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만드는 핵심 열쇠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민주당을 살려서 나라를 살리자는 것은 민주당의 기득권을 지키자 그런 말이 아니다. 오히려 뼈아픈 개혁을 통해 야권 전체를 살리고 개혁진보세력을 살리자는 말이다.

사실 국민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정당이 된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시대적 요구를 정확하게 알고 그것을 이루어내는 정당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풀어야하는 시대적 과제 혹은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뭐랄까. 시대정신 사실 그런 거창한 것은 잘 모른다. 하지만 굳이 이야기하자면 "누구나 똑같이 귀하게 사람답게 사는 사회를 만들자." 나는 이게 현재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큰 시대적 물결이라고 생각한다. '보통사람의 시대' 노무현 대통령도 사실 늘 보통사람의 시대를 이야기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보통사람을 먼저 써버려서 아쉽지만(웃음), 난 사실 보통사람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사람들은 나더러 국회의원도 하고 장관도 했으니까 특권층이라고 하지만 내가 가진 역할이 국회의원일 뿐이지 나도 평범한 보통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절대다수의 건강하고 정직하고 부지런하게 사는 사람들이 오순도순 잘 살 수 있는 나라. 노무현 대통령이 말하는 사람 사는 세상이 바로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회를 굳이 달리 표현해보자면 정의로운 복지국가, 한마디를 덧붙이자면 정의로운 통일복지국가가 아닐까 한다.

여기서 정의란 것은 개혁과 맞닿아 있다. 사회의 모든 불합리한 것, 불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한 것을 바로잡아야한다. 이게 개혁이다. 사실 이건 진보적인 것도 아니다. 언론개혁, 재벌개혁, 검찰개혁 이런 건 사실 보수개혁이다. 이게 제대로 되어야 정의가 실현된다.

인생을 마라톤이라고 비교하면 모두가 동일한 선상에서 출발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구는 출발선에서 출발하고, 누구는 몇 백 미터 앞에서 출발하고, 또 누구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직하게 뛰는데, 또 누구는 샛길로 빠져서 자동차 타고 결승전까지 와서 쓰윽 결승전으로 골인하고, 그렇게 반칙이 만연한 사회가 되어선 안 된다. 누구나 인생이란 경주에서 공정한 경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교육과 보육이다. 개천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용이 못된다. 이렇게 되면 안 된다. 부모의 경제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좋은 교육을 잘 받을 수 있는 것은 그런 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무상교육이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각자가 실력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공정하게 뛰더라도 어떻게든 순위가 매겨질 거다. 모두에게 다 동일한 등수를 매기는 것도 사실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순위라는 것이 매겨지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로 대변되는 한국의 보수독점탐욕세력은 사실 그런 사회,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 그런 세상은 안 된다. 꼴등도 기억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일등이든 꼴등이든 각자의 노력 여부에 대해 공정한 룰을 바탕으로 정당하게 보상하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동일노동, 동일임금' 매우 중요한 정의의 원칙

그것을 가능케 하는 방안으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매우 중요한 정의의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하는 일도, 능력도 거의 동일한데, 대기업에 근무하면 7~8천만 원 혹은 억대 연봉을 받고, 중소기업에서 일하면 2천만 원도 받지 못하는 현실은 정의롭지 못하다. 같은 사업장에서 동일한 일을 하면서 정규직 임금의 절반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의 문제는 말할 나위도 없다. 동일 노동이라면 대기업에서 7~8천만 원을 받으면 중소기업에서도 최소한 5~6천만 원은 받을 수 있어야 그게 공정한 사회이다. 이런 극단적인 양극화가 해결되어야 한다.

이것이 아까 말한 독점탐욕의 사회라는 말에 다 녹아져 있는데, 이런 독점탐욕이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개혁이다. 그리고 그 개혁은 재벌, 언론, 검찰, 금융, 교육 등 전반에 걸쳐서 다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서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없는 사회, 억울함이 없는 사회, 반칙당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확고한 개혁은 급격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엔 돈도 들지 않는다. 예컨대 조세개혁 이런 것은 개혁을 하면 할수록 돈이 나온다. 비용이 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많이 남는 것이 개혁이다. 그래서 개혁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복지는 진보와 맞닿아 있다. 모든 사람들이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필요조건을 가지는 것. 자신이 어떠하든 상관없이 국가와 사회가 그러한 조건을 보장해주는 사회, 그것이 바로 복지다. 그런데 복지는 정의라는 문제와 사실 연결되어 있다. 단순히 국가가 세금을 왕창 거둬서 그 세금만으로 복지를 늘릴 수 없다. 이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고, 또 바람직하지 않은 측면도 많다. 그래서 일차적으로는 분배 자체가 잘 되는 것 그것이 제일 좋은 것이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힘으로 벌어서 풍족하게 먹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이다. 그러면 분배가 어느 정도 제대로 이루어지게 된다. 즉 아까 말한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이루어지면 일차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게 된다. 대기업은 높은 연봉을 받고, 중소기업은 2천만 원도 받기 어렵고 그런 상황이 하루빨리 해결되어야 한다. 중소기업이 우리나라의 80% 정도를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중소기업 부분이 살아야하고,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이 정상화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현재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혁신중소기업 중심으로 나가야 한다.

또 1차분배가 잘되기 위해서 빼놓지 않아야 하는 부분이 바로 자영업자 부분이다. 우리나라에는 엄청나게 많은 자영업자들이 있다. 영세자영업자의 규모가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크다. 이 분들을 어떻게 먹여 살리나. 내수경기가 활성화되어야 우리나라의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살아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산업구조는 사실 수출주도형이다. 수출이 활성화되는 것이 내수활성화로 이어지면 좋겠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의 경우 무역의존도가 어떤 경우는 80-90%까지 될 때도 있다. 일본, 중국도 수출중심국가지만 그 나라들의 경우도 수출 의존도가 30-40% 밖엔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극단적인 수출위주다. 수출주도형이라는게 소득분배 측면에서도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토건, 대기업, 수출위주의 경제구조에서 이제는 지식산업, 사람중심, 혁신 중소기업 중심, 내수중심 경제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중소기업-대기업, 내수-수출, 영세자영업자들도 고루 잘 사는 형태로 갈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한국 기업의 88%가 중소기업이라는 것, 600만이 영세중소상인이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88%의 중소기업 고용을 계산해보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1,300만, 1,400만 명이다. 그럼 이 둘을 합치면 거의 2,000만이다. 여기에다 식구 한명씩만 딸린다고 생각해도 4,000만이다. 우리나라 80%의 인구인 것이다. 즉 달리 말하자면 우리나라 보통사람들은 대부분 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거다. 1차 분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극단적인 격차를 해결해야 하고, 내수시장 중심의 경제구조로 빨리 전환해야 한다.

1차 분배가 바로잡아지면,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나. 바로 재분배가 잘 되도록 해야 한다. 1차 재분배가 머냐. 바로 조세다. 조세체계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지금은 간접세 비중이 높다. 즉, 돈 많은 사람들이 세금을 적게 내는 역진적 조세구조다. 지금은 8천 800만 원 이상의 소득을 가진 사람들은 전부 동일한 세금을 낸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8천 800만원보다 훨씬 더 높은 수입을 내는 사람들은 그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한다. 8천 800만부터 2억까지는 동일한 세금을 낸다고 해도, 2억 이상에서 5억까지는 그 보다 훨씬 더 내게 해야 하고, 5억에서는 30억까지는 더 내고, 천억 정도 버는 사람은 사실 80%정도 세금을 내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불로소득을 취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획기적으로 세금을 많이 물려야 한다. 부동산보유세, 주식양도차익 같은 것에도 세금을 많이 걷어야 한다. 요즘 선대인씨가 하는 세금혁명당에서 조세제도 개혁에 대해서 계속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데 너무 좋다. 그런 움직임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 그렇게 해서 1차 재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1차 분배와 1차 재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져도 기본적인 의식주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경우에는 국가가 직접적으로 부조를 해줘야 한다. 국민기초생활, 무상급식, 무상보육, 의료비도 대부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그렇게 소득의 이전이라는 형태로 2차 재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통해 정의로운 통일복지국가를 만드는 것. 이것이 시대정신이다. 여기서 통일은 설명하지 않았지만 다들 잘 이해하고 계실 것 같아 생략하도록 하겠다.

정의로운 통일복지국가. 이걸 위해서는 '확고한 개혁과 온건한 진보'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개혁은 국민들도 바라고 비용도 들지 않으니까 훨씬 더 확고하고 빠르게 해야 한다. 반면, 진보는 복지로 연결되니까 돈이 많이 든다. 그 말은 세금을 많이 걷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점진적으로 국민들의 동의를 얻어가면서 가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즉, 개혁이 확실하게 되고, 정의가 바로서야, 국민들이 정부를 믿고 세금을 기꺼이 낼 수 있게 된다. 그래서 확고한 개혁과 온건한 진보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나도 진보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진보의 가치가 구체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도 확고한 개혁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진보주의자 이전에 확고한 개혁주의자다. 보다 정확히는 중도개혁주의자다.



내년은 총선과 대선이 함께 열리는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한국 사회에 매우 중요한 해다. 내년을 준비하며 특별히 본인이 감당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역할이 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는 2012년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는지?

나 개인을 넘어서서 공적 차원에서 민주당을 수권정당으로 만들고, 그럼으로써 우리 야권세력을 수권정치세력으로 만들어서, 내년 총선, 대선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정의로운 복지국가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한다. 그리고 총선은 과반수 이상으로, 대선은 더블스코어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민주당의 수권정당화에 모든 것을 걸고 앞장서려고 한다. 그것을 위해서 나 자신이 버려야한다면, 모든 것을 버리고, 사심 없이, 헌신적으로 뛰어야겠다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나 개인적 차원에서 보면 나도 야권의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우리 개혁진보세력이 집권하는데 나에게 부여된 뚜렷한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깃발을 확실하게 들고, 내가 가지고 있는 국가비전을 확실하게 붙잡고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여러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평가를 받아봐야겠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나 자신에게나 우리 개혁진보세력에게 가장 크게 기여하는 일이라고 확신한다.

자유주의에 대한 정의와 한국에서의 자유주의 논쟁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프레시안(최형락)
나는 근본적으로 자유주의자다. 그게 정치적으로 아무리 변질되었다고 해도, 인간은 천부적으로 태어났을 때부터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났고, 그것을 억압하는 것은 모든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정치적 · 시민적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떤 자유는 각자 마음껏 누려도 사람들 간에 전혀 충돌이 없는 자유가 있지만, 어떤 자유는 내가 자유를 누리면 누릴수록 상대방의 자유를 제약 혹은 침해하게 되는 것이 있다. 그래서 그런 자유는 서로 분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만약 한 사람이 대한민국의 땅을 다 소유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그 한 사람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이 땅에서 살아갈 자유가 침해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경제 · 사회 ·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모든 국민들이 다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한 개인이 누릴 수 있는 자유가 공정한 룰에 의해 조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게 공정한 시장경제질서라고 생각한다.

자유로운 사회라는 게 신자유주의가 말하는 것처럼 돈만 가지고 있으면 모든 것을 다 할 수 사회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자율화 되어야 하지만, 이웃의 자유 또한 함께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공정한 규제, 조정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자유다. 그런 면에서 공동체, 국가가 강조되어야 한다. 그것을 달리 말하면 진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인과 공동체의 자유를 함께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것, 평등을 지향한다고 할까. 이웃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그런 조건을 만들어주는 자유. 그게 진보적 자유주의라고 생각한다.

탐욕이 자유로 둔갑되어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보수진영에서 진정한 자유주의자를 만나보지 못했다. 물론 평범한 사람들 중에는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식인이라고 할까, 특히 정치인들 중에서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보수주의자를 만나보지 못했다. 예전에도 한번 한 언론사에서 진정한 의미에서 바람직한 보수주의 정치인을 추천해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없다고 했다. 하지만 요새는 좀 있는 것 같다(웃음). 그런데 예전에 비해서 늘어났다는 거지, 사실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탐욕세력만 있지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주의자가 없다. 진정한 자유주의자, 보수주의자면 국가보안법 같은 것을 절대 찬성할 수 없다. 국가보안법이 무슨 진보의 아젠다인가. 그건 보수의 아젠다이다. 자유의 종주국이라는 미국이나 서구 사회에서 국가보안법이 있나? 오히려 거꾸로 전체주의 비슷한 세력들, 정치후진국들에서나 그런 사상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들이 있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너도 빨갱이다 이렇게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정말 천만의 말씀이다.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그 의견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는 당신의 말할 자유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라고 이야기한 프랑스 사상가 볼테르의 말처럼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도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 그게 나의 생각이다.

솔직히 한국 사회는 진정한 의미에서 보수주의자나 자유주의자가 없는 것 같다. 자유를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 자유란 탐욕을 추구할 자유, 그것을 자유라고 이야기 한다. 내 것, 내가 마음대로 하는데 누가 뭐라고 하나며 극단적인 재산권의 자유를 이야기한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금도 안내고, 중소기업 기술 빼앗아오고,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주지 않고 그렇게 해서 부를 축적하면서 그것을 자유라고 한다. 말 그대로 탐욕이 자유로 둔갑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사회에서의 자유주의 논쟁은 논쟁이라고 할 것도 없다.


천정배에게 자유란?

김남주 시인의 시에 '만인을 위해 투쟁할 때 나는 자유다.'는 구절이 있다. 이런 뜻에서 볼 때 현재는 김진숙 지도위원이 가장 자유로운 사람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기독교인이지만 성경말씀 중에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말씀이 있다. 이 말씀이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또 자기가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는 것이 자유라고 생각한다. 저가 중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만드신 급훈이 있었는데 지금도 기억이 난다. '내가 주인이다.'라는 급훈이었는데, 사실 그 때는 어려서 진정한 의미를 잘 몰랐다. 그런데 생각하면 할수록 선생님이 어린아이들에게 참 기가 막힌 진리를 이야기해주신 것 같다. 결국 내가 여러 세상의 외부적인 조건에 좌우되지 않고, 내가 주인이 되어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것, 그게 자유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이 자신들이 주인이 되어서 존엄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최소한의 경제적 사회적 조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굶고 있는 사람들에게 자유로워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느냐. 그래서 누구나 똑같이 귀하게 대접받는 사회가 왔을 때, 비로소 우리 모두 자유로워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꿈이 이루어졌을 때 정치인으로서 나도 진정한 자유를 누리게 되지 않을까 한다(웃음).

전두환 정권 밑에서 판검사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우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판검사를 하지 않고 바로 변호사의 길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청년 천정배의 마음과 가슴에 품었던 꿈은 무엇이었나?

나는 전라남도 신안군 섬으로만 이루어진 곳의 암태도 출신이다. 우리 조상 대대로 거기서 살았고, 나 역시 거기서 태어나 초등학교까지 졸업했다. 어린 시절에 점심을 제대로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소수였고, 초등학교 동기동창생이 75명 정도인데, 그 중에 중학교를 갈 수 있었던 사람이 15명 정도, 대학교를 갈 수 있었던 사람은 나 한 사람밖엔 없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가난해서 공부할 기회를 제대로 가질 수 없었던 사람들에 대해 늘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자라고 대학을 다닌 시절은 엄혹한 군사독재시절이었다. 내가 태어났을 때는 이승만 정권시절이었고, 몰랐지만 나 초등학교 때 4.19가 일어났고, 고등학교 2학년 때 박정희 5.16이 일어났었고, 대학교 때인 72년에는 유신이 일어났다. 그 시절에 많은 지식인들, 학생들, 노동자들이 독재와 맞서서 싸웠다. 그 당시에는 나는 그 분들처럼 독재와 싸우질 못했다. 운동을 하지도 못했고, 감옥은 더더군다나 가지 못했다. 그냥 그들의 진심어린 응원군으로 머물러 있을 뿐이었다. 박정희 정권이나 유신정권에 대해서 엄청난 저항감이 있었지만 내가 직접 나서서 싸우지는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사법시험도 합격하고, 사법연수원도 들어가고,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내가 사실 매우 일찍 결혼했다(웃음). 그렇게 살아오다가 전두환 시대를 맞게 되었다. 그리고 군대에 군법무관으로 있으면서 10.26, 12.12 쿠데타, 특히 5.18들을 겪었다. 그 시간들을 지나면서 더 이상은 참고 있을 수 없었다. 보통 사람들이 대학교 다닐 때 치열해지고, 사회에 나가면 온건해지는데, 나는 되려 사회에 나와서 점점 더 치열해지고 용감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렇게 되는데는 광주사태의 영향이 매우 굉장히 컸다. 원래는 군대를 제대하고 판사나 검사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도저히 광주학살까지 저지른 전두환에게 임명장을 받을 수가 없겠더라. 그 사람의 임명장을 받고, 그 사람의 시종 노릇을 하면서 살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이후에 할 수 없이 변호사가 되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다른 것들 할 수도 있었겠는데, 그 때는 변호사밖엔 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연유로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국제변호사로 탄탄한 입지를 굳히는 와중에 인권변호사의 삶을 선택하신 걸로 알고 있다. 부와 명예가 보장되는 길을 버리고, 어렵고 힘든 길을 선택했고, 그 이후에 결국 정치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 선택을 후회해본 적은 없는지?

솔직히 이야기하자면(웃음) 70년대는 비리비리했지만, 80년대부터 30년 이상은 나 나름대로는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간혹 인생을 돌아볼 때 나를 위해서 살아온 것이 없는, 너무 팍팍한 삶을 살아왔던 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변변한 특기도, 취미도 없고(웃음).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아! 천정배란 사람! 인간적인 매력이 너무 없어!"라고 한다(웃음).

사실 나도 트럼펫이나 기타 같은 악기를 연주하고 싶었다. 군대 있을 때는 테니스를 좋아해서 정말 열심히 쳤다. 등산도 하고, 낚시도 하고 그랬는데, 80년대 이후로는 그것들을 다 끊어버렸다. 나를 돌아보고 위로하는 것에 시간과 마음을 줄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요즘 나의 삶을 되돌아보면 너무 삭막한 삶을 살아오지는 않았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내가 인간적인 맛이 없어 보이는가보다(웃음). 가끔은 그게 살짝 서운하기도 하고, 정말 열심히 살다보니 그랬는데, 그걸 좀 알아줬으면 싶을 때도 있다(웃음).

하지만 이렇게 살아온 삶에 대해 추호도 후회는 없다. 물론 정치인으로서 욕도 많이 먹고, 돌아보면 참 잘못한 일들도 많이 했다. 대체로는 선의로 하려고 노력했지만, 실수도 참 많았다. 그러나 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변호사로서 최선을 다한 것, 그리고 여전히 많이 서툴지만 정치에 뛰어들어 격랑을 헤쳐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이 길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 후회는 없다. 아마 다시 선택을 한다고 해도 이 길을 선택하게 될 것 같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정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하게 되었나?

그런데 사실 모든 사람이 존귀하게 여겨지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꿈은 할머니로부터 나왔다. 우리 할머니는 정말 일자무식,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르시는 분이시다. 평생을 섬을 벗어나지 않고, 농부로 태어나 농부로 돌아가신 분이시다. 하지만 할머니가 나에게 삶으로 가르쳐주신 것은 "아가야. 모든 사람은 똑같이 귀하다!" 이거였다. 그 말씀이 평생에 나를 따라다니는 것 같다.

그리고 중학교 때 우리 지역구 정치인이었던 김대중을 보면서 정치를 해보겠다는 꿈을 꾸기도 했던 것 같다. 그 이후에 자라면서 법조인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좀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후에 더 좀 재미있는 방법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은 없을까도 생각했다. 사실 나는 법률 공부는 좀 싫어한다. 재미가 없다(웃음). 변호사의 길을 걸으면서, 사회를 좀 더 체계적으로, 구조적으로 바라보면서 억울하고 약한 사람들을 위해서 변론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겠다. 사회 구조를 바꾸는 것, 그 중에서도 수평적 정권교체로 사회 구조를 바꾸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들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사실 나 스스로를 인권변호사로 부르지는 않는다. 인권변호사라는 말은 함부로 쓸 수 없다. 그리고 어쨌거나 나는 변호사로서 나름 편안한 삶을 살지 않았나. 반면 우리 사회를 위해 많은 희생과 헌신을 치른 지식인, 노동자, 학생들을 보면서, 내가 가진 조건 하에서 이 사회의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해야겠다는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 시민으로서 이 땅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태평양 바다만큼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비록 작은 바가지일지언정 그 태평양 물을 내가 퍼 나를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퍼서 세상을 행복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들이 차차 발전해서 결국 정치를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천정배 의원은 성품이 유순한 편이다. 그런데 정치를 하려면 싸울 일이 혹은 싸워야 하는 일이 많다. 그런 측면에서 개인 천정배와 정치인 천정배 간에 서로 힘든 점은 없었는지?

ⓒ프레시안(최형락)
내가 생각해봐도 내가 그리 사나운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정치를 하면서 많이 사나워졌다. 아까 이야기했던 것처럼 나이가 들면서 더 치열해져서 그런 게 아닌가 한다. 내가 좀 속이 없어서 그런지, 나는 아직도 만년 청년인 것 같다(웃음). 사실 나는 여러분과도 친구라고 생각한다. 조금 나이차가 있을 뿐이지. 아! 이렇게 이야기하면 벌써 꼰대인가(웃음).

요새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는 책이 히트하고 있다. 공적 분노! 정치의 핵심이 바로 '공적 분노'를 느끼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조걸위학(助桀爲虐)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중국 고대 하(夏)나라의 폭군 걸(桀)을 부추겨 포학하게 한다는 뜻으로 악인(惡人)을 도와 나쁜 일을 함을 말한다. 옛날에 중국 역사에 가장 악한 폭군으로 걸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걸을 도와서 학정을 하게 만드는 것, 그건 아니라는 거다. 불교에도 자비심을 매우 중요하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폭군한테 자비심을 발휘해서, 그 사람이 수백만 수천만 명을 죽이고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진정한 자비심이 아니라는 거다. 성철스님의 말씀에서 들은 이야기다. 기독교 쪽으로 말하면 나치랑 싸운 본회퍼가 있지 않나. 그 역시 하나님의 절대적인 사랑을 이야기한 사람이지만, 미친 운전자가 운전을 해서 많은 사람을 치어 죽이고 있을 때 그 사람을 끌어내는 것이 사랑이지, 그 사람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사랑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보통 사람들의 존엄한 인권을 침해하고, 죽이고, 그들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 그런 구조와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 나는 분노한다. 보통의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 분노한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사랑이다.

작년에 "이명박 정권 죽여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의도적으로 한 것은 아니고 순간적으로 하게 되었는데, 그것도 결코 개인에 대한 분노 때문은 아니었다. 나도 한 개인을 위해서 기도한다. 내가 다니는 교회 교단이 이명박 대통령이 다니는 교회와 같은 교단이다(웃음). 그래서 교회에 가면 비록 혼자 앉아서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서 기도하는 일은 별로 없지만, 대표 기도하는 분이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서 기도할 때마다 진심으로 함께 기도한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에게 정치를 배울 때 나이가 많은 중진들은 온건하고 품이 넒은 정치를 하고, 막 들어온 초선들은 조금 더 전투적으로 나서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래서 그 때는 초선 의원으로서 내가 그런 역할을 했는데, 미안한 말이지만 지금은 어떻게 된 일인지 후배 정치인들 중에 그렇게 분노를 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내가 분노하는 측면도 크다. 하지만 앞서 질문한 것처럼 처음에는 정치라는 것이 기질상 잘 안 맞았던 것 같다. 하지만 오래하다 보니까 조금씩 정치인으로서의 기질이 개발되는 것 같다(웃음).

전두환 정권에서 판검사가 되기를 거절했던 청년 천정배와 <김&장 법률사무소>의 변호사의 길을 버리고 인권변호사의 길을 선택했던 청년 천정배가 지금의 천정배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참 어렵다(웃음). 뭐랄까. 이것도 김대중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야겠다(웃음). 김대중 대통령이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특히 정치인들이 그래야 한다고 하셨다. 대단한 말씀이다. 그래서 그 때의 천정배가 지금의 천정배에게 이야기를 한다면 "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가져라!"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사실 그 때 천정배는 그런 말을 할 실력이 없었다.

아니다. 거꾸로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의 천정배가 그 때의 천정배에게 한 마디를 할 수 있다면 "상인적 현실감각을 가져라!"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그 때의 천정배가 지금의 천정배에게 이야기를 건넨다면 "초심을 잃지 말아라!"라고 이야기하고 싶다(웃음).

정치가의 삶을 살아오면서 가장 외로웠을 때, 가장 행복했을 때를 꼽는다면?

객관적으로 가장 외로웠을 때는 10년 전에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을 때 같다. 그러나 주관적, 심정적으로는 외롭지 않았다. 왜냐하면 남들이 뭐라고 해도 나에게는 워낙 확고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관적으로 정말 외로웠던 시간은 지난 3년간이다. 우리가 야당이 되고 난 후 참 외로웠다. 실제로 지금도 외롭다. 왜 외로웠냐면 정권을 잃고, 소수세력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어떻게 이 조건을 이기고 새롭게 전진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외로웠다. 그리고 어느 정도 그 방향을 알고 있는데, 함께 가줄 많은 사람들을 구하지 못해서 외로웠다. 그런데 이번에는 길을 찾은 것 같다. 그래서 다시 외로워지지 않을 것 같다(웃음).

가장 행복했을 때는 두말할 것도 없이 두 명의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의 기쁨이라면 정말 엄청났다. 나 개인적으로 20~21세기 현대사를 쓸 때 한국 역사는 대한민국이 1945년 일본 식민지에서 벗어난 것, 그리고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으로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것, 그리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통일이 된 것 이렇게 크게 세 가지로 기억할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는 그 역사적 기쁨에 별로 기여한 것이 없다. 이를 위해 몇 십 년을 희생한 분들도 많은데, 나는 운이 좋게도 정치에 입문한 지 불과 1년 몇 개월 만에 그런 기쁨을 맞이하게 되었다. 정말 엄청나게 행복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당선이 되었을 때 정말 행복했다. 사실 역사적 의미로 보면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보다는 나에게 의미가 작을 것 같다. 하지만 나 자신의 책임감이나 역할로 보면 김대중 대통령 당선 때보다 그 의미가 훨씬 더 컸다. 그래서 그 때는 저 자신의 주관적 보람, 기쁨이 정말 컸었다.


요즘 청년 실업이 큰 문제다. 이뿐 아니라 등록금이 너무 비싸서 학업을 계속 이어가지 못하는 청년들이 많이 있다. 반값등록금 문제에 있어서도 누구보다 강하게 문제제기를 해 온 걸로 아는데, 동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기성세대로서 특히 나라 일을 하는 정치인으로서 청년들을 볼 때마다 매우 측은하고 늘 미안하다. 우리 때는 지금에 비해서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의 청년들에 비해서 기회가 더 많았다. 그런데 어느덧 우리 사회가 젊은 세대에게는 별로 희망이 없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유복하게 자라서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직장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과 앞으로의 미래를 늘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로 양극화된 사회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요즘 젊은 세대를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런 현실을 물려준 것이 너무 미안하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럴수록 씩씩하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내가 이런 말하면 무엇인가 어폐가 있어 보인다. 마치 이명박 대통령의 '너가 열심히 안 해서 그렇지.'라는 식으로 구조를 개선해줄 의지는 전혀 없으면서 모든 잘못을 청년들 개개인의 탓으로 돌려버리려고 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지만, 결코 아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씩씩함이란 현실의 조건에 너무 절망하지 않고, 기개 있게 현실을 극복해가자는 거다. 그리고 이를 위해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는 거다.

나는 대한민국이란 사회가 극히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지금 여당과 이명박 정부에 의해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백, 수천 년 동안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온 나라들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정말 매우 빠르게 발전해가고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우리는 이미 선거로 국민을 속일 수 없는 나라가 됐다. 독점탐욕세력도 선거를 어떻게 좌우지 못하지 않은가. 아무리 돈과 권력이 많은 세력이 있다고 해도 그걸로 선거결과를 조작할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 그 말은 국가의 방향을 국민이 완전한 보통 선거에 의해서 선택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좋은 나라, 건강한 나라, 정직하고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국민들이 "야! 우리 이런 좋은 나라를 만들자."라고 딱 마음을 먹는 순간에 당장에 그런 국가를 만들 수 있는 힘이 보통 선거권을 가진 우리들에게 있는 것이다. 여러분과 내가 그런 나라를 만들 수가 있다. 그 점이 굉장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안 되냐. 혹은 왜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냐. 문제는 확고하게 이 국민들의 뜻을 대변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 없는 게 문제다. 더 좁혀 보면 좋은 정치지도자의 문제다. 정말 믿고 맡길 수 있는 수권세력이 있다면, 이렇게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국민들과 힘을 합쳐 변화를 못 이끌어낼 이유가 없다. 그래서 정말 간절히 부탁하고 싶다. 특히 젊은이들이 '민주당은 안 돼. 정치인들 안 돼!'라고 냉소적으로 바라보지 말고 수권세력을 만드는 것에 도움을 주기를 간절히 또 간절히 부탁하고 싶다. 물론 저도 그런 도움을 받을 만한 정치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젊은 여러분들이 스스로 조직화되어야 한다. 그래서 거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번에 20대 국회의원도 반드시 뽑으려고 한다. 소극적이고 비관적이고 그런 것은 어려운 현실을 이기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판할 것이 있으면 촛불집회도 나가고, 인터넷을 통해서도 비판을 하고, 못된 사람들을 보면 분노하고, 김대중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정 비판할 방법이 없으면 담벼락에 대고라도 욕을 해야 한다. 그런 젊은이들의 씩씩한 기상들이 모아지면 단숨에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최형락)
마지막으로 지난 7월 9일에 2차 희망버스를 타고 영도 한진중공업에 다녀오신 걸로 알고 있다. 다녀오신 소감을 말씀해주신다면?

내가 정치인이고, 내가 속한 민주당이 더구나 중산층과 서민을 대변한다고 하는데 이 분들을 좀 더 일찍 돌아보지 못한 것에 대한 자괴감이 컸다. 해고의 위협 앞에서 불안해 떨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실제로 해고당한 사람들이 가족과 동료들의 삶을 위해 생명을 걸고 그 어렵고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데, 이 사람들을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방치해두었다. 일반 시민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들고 일어나기 전에 어떻게 해서든 그 사람들이 살아갈 방법을 모색해주는 것이 정치인의 임무인데, 그러지 못하고 희망버스가 몇 백대 가고 하니까 이제야 뒷북치듯이 이 문제에 대해서 돌아보게 된 것에 대해 무엇이라고 할 말이 없었다.

나는 사실 한진중공업 문제는 꼭 노동자가 옳다. 기업이 옳다의 차원을 넘어선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느 문제나 어느 한 쪽의 이야기만이 옳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책임 있는 정치인, 책임 있는 정치세력으로서 이 문제가 더 극한적인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책임지고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가 나서든 노사 간에 대화의 장을 열고, 국회에서도 청문회를 열어서 이 문제에 대한 정보를 얻고, 그래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좋은지에 대한 사회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리고 이 문제는 비단 한진중공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 사업장 문제도 잘 풀어야겠지만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사업장에 있는 노동자들의 문제 또한 함께 풀어가야 한다. 그에 대한 해법을 찾고, 대안을 모색하고, 관련법을 고쳐야 할 필요가 있으면 고쳐야 한다.

사실 지난주에 2차 희망버스가 내려가기 전에 영도 한진중공업에 다녀왔었다. 가서 크레인 앞에서 김진숙 위원과 통화를 했는데, 차마 무엇이라도 할 말이 없었다. 무엇으로 위로를 할 수도 없고. 매우 곤혹스러웠다. 내가 김진숙 의원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나. "당신 거기서 열심히 싸우십시오."라고 하겠나. "빨리 내려오라."고 하겠나. 거기다 그 때는 전기도 다 끊어버려서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김진숙 위원이 나를 위로하더라. 그 때 돌아오는 길에 트위터에 몇 자 소회라고 썼었는데 할 말이 정말 없었다. 고통의 현장에 갈 때마다 나날이 그런 것을 많이 느낀다. 그래서 야권의 통합과 수권세력의 필요성에 대해서 더 절감하고 있다. 그래서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의 압승을 이루어 정의로운 통일복지국가를 위해서 열심히 뛰면, 그렇게 10년, 20년, 30년 열심히 뛰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제일 좋은 나라 중에 하나가 되어 있지 않을까?

이번에 스웨덴을 다녀왔는데 스웨덴은 1938년에 살츠바덴(Saltsbaden)협약을 통해서 기업, 노동자, 정부 간에 복지국가로 나가자는 협약을 맺었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런 시도조차 하지 못하냐에 대한 자괴감이 컸다. 그래서 민주당이 수권정당이 되어야겠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나 개인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개인만으로는 안 된다. 당이 그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사실 당개혁도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일이다. 난 당개혁위원장이니까 사실은 민주당이 제대로 돌아가면 1년 동안 당개혁만 하고 있어도 된다. 그리고 문방위 소속이니까 문방위 관련된 것만 해도 된다. 서로 역할분담이 잘 되어 있다면 말이다. 그런데 언론탄압에도 대처해야하고, 도청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희망버스도 타야하고, 사실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당개혁특위와 일정이 겹쳐서 2차 희망버스 때 오래 가 있지도 못했다. 삼성 백혈병 문제도 따져봐야되고, 전교조 위원장도 단식하고 있고, 그런 것들을 일일이 나 혼자 다 할 수가 없다. 그런 문제들을 진심으로 우리 문제로 여기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정치세력, 그런 수권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반드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0년 뒤에 만들겠다는 게 아니다. 올해 내로 만들어야겠다. 올해 내로! 그래야 내년에 집권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했다.

스웨덴과 핀란드에 다녀왔는데 사실 며칠 다녀온 거라 그렇게 많은 것을 배워오지는 못했다. 이 두 나라가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다, 일인당 소득이 제일 높은 국가다. 핀란드의 교육정책이 세계 최고다는 이야기는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이번에 내가 놀랐던 것은 지난 5월에 미국의 프리덤하우스에서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했는데, 세계에서 언론 자유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가 어딘지 아는가? 핀란드가 1위고 스웨덴, 노르웨이가 공동2위였다. 이 사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나라가 단순한 복지국가가 아니구나. 언론이 자유롭다는 말은 그 사회가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면서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이번에 전 세계 196개국 가운데 70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의 67위에서 3단계 아래로 밀려난 것이다. 거기다 작년에는 '자유국'의 하위권에 속했으나 올해는 그나마도 안되 '부분적으로 자유로운 국가'로 강등되었다고 언론에 발표가 났었다.

사실 이 나라들의 역사를 보면 유럽의 변방에 불과했다. 자원도 없었고, 특히 핀란드는 수백 년 동안 스웨덴의 식민지였고, 이후에는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던 나라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살기 좋은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만들었을까. 그러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우리도 넉넉잡고 20년, 30년 그래서 2040년, 사실 그 때까지 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진보개혁진영이 집권해서 15년 정도만 열심히 하면, 세계 최고의 국가, 군사력이 센 국가가 아니라, 김구 선생이 말하는 문화국가, 그런 국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힘을 합치면 된다.

여담이지만 나하고 노무현 대통령하고 차이는 그거였다. 나는 "아~ 우리가 안하면 안 되는데. 저들이 이기면 안 되는데." 그러면서 막 안달복달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노대통령은 좀 태평한 사람이었다. 내가 그렇게 안달복달하면 "천정배 당신하고 나 노무현이 없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 아니야."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물론 나에게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사람하고도 이야기할 때 그렇게 했겠지만 말이다(웃음). 바로 역사에 대한 거대한 낙관, 그것을 그는 가지고 있었다. 그 차이가 크다. 그래서 나도 한국이 그렇게 가리라고 믿는다. 아! 그리고 오늘 통일에 대해서 말하지 못했는데, 그래도 이 한마디는 꼭 하고 싶다. 다음에 우리가 집권하면 집권 기간 내에, 즉, 5년 내에 통일한다. 마지막으로 그 말을 꼭 하고 싶다.
ⓒ프레시안(최형락)

[에필로그]

영도 한진중공업을 다녀온 후 어땠나는 질문에 "차마 무엇이라고 할 말이 없었다."며 힘겹게 말을 떼는 그를 보며, 김진숙 위원과 통화 후 남겼다는 그의 트윗이 궁금했다.

jb_1000 천정배(민주당 최고위원)
부산을 떠납니다 김진숙지도위원과 한진중 해고자 그리고 가족들이 눈에 밟혀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네요 토요일 희망버스로 다시 올 것을 기약합니다 노동자와 서민의 생존권이 보장되는 정의로운 복지국가의 희망과 함께.. 7월 6일

jb_1000 천정배(민주당 최고위원)
한진중 현장에서 조합원과 가족들을 만나고 김진숙지도위원과 통화했습니다 끔찍한 고통을 당하고 계신 분들께 위로의 말씀조차 건네기 힘들었습니다 하루빨리 김위원을 비롯 크레인 위에 계시는 분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져 안전하게 내려오시도록 힘을 모읍시다 7월 6일


그리고 오늘 찾아가본 그의 트위터는 여전히 바쁘고 힘찼다. 열심히 샘물을 퍼 나르고 있음이 분명했다.

(인터뷰 및 정리: 김경미, 양태성 정치경영연구소 연구원)

정치경영연구소가 하는 일 중의 하나는 '진보적 자유주의'의 한국적 함의를 정치 및 정책적 맥락에서 찾아내는 일입니다. 과연 자유는 진보적인 걸까요? 그렇다면 그 구체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진보적 의미의 자유를 스스로 누리고 있거나 타인을 위하여 퍼트리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나의 자유와 타인의 자유,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자유, 그리고 자유와 평등은 상호 어떠한 관계에 있어야 하는 걸까요? 정치경영연구소의 청년 연구원들이 자유와 관련된 이 많은 문제들을 현실에서 해결 또는 극복해가고 있는 분들을 직접 찾아 나서기로 작정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자유 이론가 혹은 실천가 분들께 (자신과 타인을 위한) 자유를 실천하는 방식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여쭤보겠다는 겁니다. 아마도 그분들은 젊은 저희들에게 자신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들려줄 겁니다. 앞으로 모든 인터뷰 내용은 잘 정리하여 여기 이 자리에 항상 올려놓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저희와 함께 이 자유의 향연을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 이 연재는 한림국제대학원대 정치경영연구소의 기획, 취재, 집필에 의해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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