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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비평지' 미디어오늘 노조, 17년 만에 첫 파업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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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비평지' 미디어오늘 노조, 17년 만에 첫 파업 돌입

편집권 독립 문제서 갈등 빚어져

언론 비평 전문매체 <미디어오늘> 노조가 창간 17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2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미디어오늘 분회(분회장 정재수)는 편집권 독립이 보장되지 않아, 이날 오전 9시부로 파업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언론 비평지 파업, 왜?

<미디어오늘>은 지난 1989년 1월 17일 전국언론노동조합에서 발행한 언론노보에 기반을 둔 언론 비평지다. 1995년 5월 17일 창간했다. 그간 이광호, 백병규, 김종배 등 전현직 언론인이 편집국장을 지냈다.

다른 언론사도 아닌 언론 비평지 노조가 파업에 돌입했다는 건 여러 모로 특이한 점이 있다. 당장 문제가 되는 건 일반 매체에도 있는 편집국장 임명동의제가 이 언론사에는 아직 없다는 점이다.

언론 민주화 투쟁 이후 편집권 독립을 위한 장치 마련은 언론 노동자의 오랜 숙원이었다. 실제 지난 2002년 전국언론노조는 편집권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편집국장을 구성원 직선제로 선출하는 방안을 모범단협안으로 각 노조에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경향신문사(임명동의제), 국민일보사(중간평가제), 동아일보사(임명동의제), 연합뉴스사(임면동의제), 한겨레신문사(임명동의제, 중간평가제) 등은 편집국장 취임 시 사측의 인사권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미디어오늘에는 아직 이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 언론사 노사는 관련 제도 도입 여부를 놓고 그간 수차례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 2009년 이완기 사장 취임 이후에는 무려 4차례나 편집국장이 교체됐고, 이때마다 노사 갈등이 빚어졌다.

이번 파업의 불씨는 지난 25일 열린 노사협의회에서 댕겨졌다. 전임 이정환 편집국장이 개인적 사정으로 물러나고, 신임 윤성한 국장이 임명되는 과정에서 노조가 편집국장 임명동의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이를 반대해 노사 협상이 결렬됐다.

노조와 사측에 따르면 25일 노사협의회에서 이완기 사장은 편집국 구성원 의견이 반영되는 대안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팀 구성을 제안했으나 편집국장 임명동의제 도입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후 노조는 26일 긴급총회를 열어 29일 오전 9시부로 파업에 돌입할 것을 결의했다. 현재 전체 조합원 14명 중 경영기획실 소속 2명과 편집국 소속 1명을 제외한 11명이 파업에 들어간 상태다. 당장 오는 31일 발행될 지면 제작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윤성한 신임국장의 취임은 지난 27일부로 확정됐다. 윤성한 신임국장은 미디어오늘 창간 멤버로, 이전에는 언론 비평지 <미디어스>의 편집국장을 지냈다. 노조도 윤 신임국장의 취임 자체를 반대하진 않는다.

▲<미디어오늘> 온라인판 화면 캡처. ⓒ미디어오늘


특수한 매체의 파열음

노조는 파업 돌입 직후 낸 보도자료에서 "편집국장 임명동의제는 언론의 자유와 비판적 기능을 위한 기본적인 제도"라며 임명동의제 도입을 거절한 사측의 입장이 "미디어오늘 구성원의 자존감을 짓밟은 것과 같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미디어오늘 17년 역사에서 편집국장 임기(2년)를 다 채우고 나간 사람이 불과 한 명에 불과하다"며 "회사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노조의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오늘 노사가 이처럼 갈등을 빚는 근본원인에는 이 언론사의 특수한 노사관계도 한 몫을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디어오늘의 최대주주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이며 2대 주주는 MBC노조다. 따라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미디어오늘 최대주주이자 노조위원장이 된다.

즉, 보통의 회사처럼 노사가 선명한 입장차를 드러내기 힘든 상황이다.

더구나 미디어오늘은 언론노조에 의해 편집권, 경영권이 일방적으로 휘둘리는 걸 막기 위해 편집국장을 언론노조위원장, 언론노조수석부위원장, MBC노조위원장, 미디어오늘 사장과 함께 5명의 당연직 등기이사에 포함시키고 있다.

편집국장 임명동의제 도입에 노사의 특수한 관계가 얽혀, 사정이 더 복잡해진 셈이다. 박용성 미디어오늘 경영기획실장은 "미디어오늘만의 특수한 상황이 있어, 기술적인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며 "노조가 지나치게 일방적인 요구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강택 언론노조위원장은 27일 미디어오늘 사장, 기자들과 만나 중재안을 마련한 후 오는 3월 정기주총에 올리자고 중재한 바 있다. 이 방안에 대해 노조는 28일 태스크포스팀을 11월 안에 구성해 개선안을 만들자는 대체안을 내놨으나, 협상이 되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이미 추후 편집권 독립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자는 내용이 단협안에 있는데도 편집국장 임명동의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건, 결국 편집권 독립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논리"라며 "이번에 도입을 못 한다면 3월로 미뤄도 해결될 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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