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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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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미

[한윤수의 '오랑캐꽃']<405>

"너희들은 완전히 포위되었다. 셋을 셀 동안 나오지 않으면 쳐들어간다!"
하더라도 도망갈 새는 있다.
하나, 둘, 셋 하는 사이에 튀면 되니까.

출입국 단속반이 공장에 들이닥쳤다.
진짜 불법체류자는 담을 넘어 도망쳤다.
그러나 호안(가명)은 도망가지 않았다.
설마 자신이 잡혀갈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으니까.

이런 터무니없는 낙천주의는 어디서 오는 걸까?
믿음이다.
높은 사람 즉
사장님에 대한 지나친 믿음.

애시당초 호안의 비자가 끝나가고 있었다.
그는 비자부터 연장해야 했다.
그러나 일단 취직부터 했다.
왜 그랬을까?
1. 회사에 취직하면 사장님이 알아서 비자 연장해주겠지 하는 믿음이 있는데다가
2. 조금 늦어도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으로 특이하다.
베트남 사람은 대개 객관적인데, 왜 호안만 이리 주관적일까?

호안은 불법체류자가 된지 30일 만에 체포되어 외국인보호소에 수감되었고, 추방될 처지에 있다.
그는 여자 친구를 통해 전갈을 보내왔다.
"한 달 월급 토해내고 벌금내면 안될까요?"
"왜 토해내요?"
"한 달 전 깨끗한 상태로 돌아가게요!"
"돌아갈 수 없어요."
"왜요?"
"엎질러진 물은 도로 담을 수 없잖아요."
"변호사를 사도 안 될까요?"
"안 돼요."

여친은 체념했다.
하지만 흐느끼기 시작했다.
당혹스럽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동정심에 호소했다.
"오빠는 월급도 못 받고, 타고 갈 비행기 값도 없대요."
난처하던 차에 옳다 됐다 하고 비행기 값을 짚었다.
"비행기 값도 없어요?"
"예."
"그럼 보호소 담당한테 월급 받아달라고 하고, 안 받아주면 못 간다고 버티세요. 정부밥 공짜니까!"
"밥은 그냥 줘요?"
"그럼요!"

그녀는 비로소 눈물을 훔쳤다.
정부미 신세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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