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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내가 건강보험료를 30%나 더 내고 싶은 이유"

[복지국가SOCIETY] 민간의료보험 드느니 건보료 더 내는 게 이익

2010년 현재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 보장률은 62.7%이다. 만약, 의료기관의 총 진료비가 1,000만 원이라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불하는 비용이 627만 원이고,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비용은 373만 원으로, 본인부담률로 표현하면 37.3%이다.

우리나라가 모든 국민에게 의료보험증을 나누어주기 시작한 1989년도의 본인부담률은 60%를 넘었다. 그러던 것이 조합주의 의료보험이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통합된 2000년 이후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수준이 높아지기 시작해서 김대중 정부 말기였던 2002년에는 본인부담률이 48%까지 낮아졌다.

김대중 정부가 1997년 외환위기와 2001년 2조7천억 원의 건강보험재정 적자를 겪은 상황에도 건강보험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늘릴 수 있었던 이유는 다음의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먼저 1998년 227개의 지역의료보험조합을 하나로 통합하고, 다시 2000년 140개의 직장의료보험조합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보장성 수준을 높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통합 이전에는 가난한 동네의 의료보험조합에 보장성을 맞추다보니 부자 동네의 의료보험조합 적립금을 사용할 수 없었는데, 통합 이후에는 위험분산의 범위가 가난한 조합에서 전국으로 확대되었고, 상대적으로 넉넉한 재정을 가진 조합의 적립금을 활용해서 온 국민의 보장수준을 확대할 수 있게 되었다. 전국 차원의 사회통합과 사회연대를 건강보험 영역에서 실현해 낸 것이다.

둘째, 건강보험재정 적자를 극복하기 위해 2001년 건강보험료를 큰 폭으로 인상하였다. 즉, 2000년 12월 1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운영위원회에서 2001년에 직장가입자에 대해서는 21.4%, 지역가입자에 대해서는 15%의 보험료 인상을 결정하였고, 2002년에도 건강보험료를 전년대비 6.7%이나 높였다.

셋째, 정부재정으로부터의 지원금이 급격히 늘어났다.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정부지원은 1999년 1조 원을 갓 넘는 수준이었으나, 2000년에는 1.6조 원, 2001년 2.6조 원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결국, 조합주의 의료보험의 통합일원화와 함께 건강보험료의 인상, 그리고 정부재정 지원 증가는 의약분업이라는 거대한 제도 개혁 이후 초래되었던 2001년 건강보험재정 적자 사태를 수습하도록 하였다. 이에 더해, 2002년 담배 한 갑당 150원의 건강증진 부담금 부과를 통한 추가적 지원은 건강보험재정을 안정화시키면서 보장성을 확대하고, 본인부담률을 낮출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2002년에 48%였던 본인부담률이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에는 35.4%까지 낮아졌다. 그 당시 시민사회에서 지속적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수준을 높여달라고 요구를 했는데, 이것을 당시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이 대폭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김근태 장관이 취임한 2004년 7월에는 '본인부담액 상한제'가 실시되었는데,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진료비 중 6개월간 300만 원까지만 환자가 부담하고 초과금액을 국민건강보험이 지불하는 제도이다. 2005년에는 MRI가 급여대상이 되었고, 분만의 본인부담이 면제되었다. 또한, 2005년 6월에는 보장성 강화 대책이 발표되면서 암 등 고액중증질환의 법정본인부담이 20%에서 10%로 경감되었다. 2006년부터는 만6세 미만 입원 아동의 본인부담이 면제되고 장기이식수술이 급여대상으로 되었으며, 입원환자 식대에 건강보험 보험이 적용되었다.

이와 같은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은 2007년에 64.6%까지 높아졌고, 본인부담률은 35.4%까지 낮아졌다. 이렇게 보험급여 항목을 늘리고, 보장성을 확대하려면 보험재정이 늘어나야 했다. 건강보험의 주된 재원은 건강보험료이므로 보험료율이 계속 높아졌다. 그래서 2003년에 보험료가 8.5% 인상되었고, 이어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각각 6.75%, 2.38%, 3.9%, 6.5%를 인상했다. 2005년과 2006년을 제외하고는 6%가 넘는 높은 인상율을 기록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 시기에 경제상황의 개선으로 근로자의 임금이 급속하게 늘어났고 건강보험료가 부과되는 근로소득의 범위가 확대되었으므로 건강보험료 수입은 훨씬 더 크게 늘어났다. 또, 2005년부터 담배부담금이 150원에서 354원으로 늘어남에 따라 건강증진기금으로부터의 추가지원액이 크게 증가하였다. 이 모든 재원을 사용하여 보장성의 확대를 추진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는 의료비 본인부담률은 오히려 37.3%로 늘어났다. 그 이유는 우선 보험급여가 일부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식대의 본인부담률이 20%에서 50%로 상향조정되었고, 6세 미만 아동의 입원 법정본인부담도 100% 면제에서 10% 본인부담으로 상향조정되었다. 또한, 2008년부터 2010년까지의 건강보험료 인상율도 이전 시기에 비해 낮아져서 건강보험재정의 증가율이 둔화되었고, 보장성 확대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2008년 말 금융위기의 여파로 건강보험료 인상율은 0%였고, 2009년 건강보험료 인상율도 4.9%에 불과하였다. 또, 건강증진기금 지원액도 2007년 9,676억 원에서 2010년 1조631억 원으로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다만, 2007년도 2.7조 원이었던 국고지원액이 2008년 3.0조 원, 2009년 3.7조 원, 2010년 3.8조 원으로 다소 증가하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국고지원의 법정기준에서 매년 적게는 5천억 원에서 많게는 8천억 원까지 부족한 금액을 지원하였다. 사실상 정부가 국민과의 법적 약속을 어긴 것이다.

이렇게 해서 2010년의 의료비 본인부담률은 37.3%로 높아졌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의료비 본인부담률인 15% 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이 때문에 우리 국민들 사이에 '의료비 불안'이 구조화되어 있다. 그 결과, 2009년 기준으로 전체가구 78%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있고, 매월 내는 민간의료보험의 보험료는 평균 18만 원에 달한다. 민간의료보험회사만 큰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2010년 암으로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의 총 병원비용은 약 1억 원이었다. 암과 같은 중증질환의 경우, '진료비 상한제도'가 있어서 법정급여 내의 진료비에 대해서는 환자본인이 200만 원까지만 부담하면 되었지만, 우리가족에게 청구된 비용은 3천만 원이었다.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서 본인이 전액 부담하는 선택진료료, 병실차액, 최신방사선치료 등과 같은 비급여 진료 항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어머니가 5번에 걸쳐서 병원과 요양병원에 입원을 하셨는데, 이때마다 일당 8만 원으로 간병인을 구해야 했고, 퇴직하신 아버지가 옆에서 간병을 도와야 했다. 간병하시는 아버지가 아프실 때에는 내가 휴가를 내야 했다. 온 가족이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만일,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을 높여 어떤 경우에도 환자 1인당 급여, 비급여 진료를 모두 포함해 1년에 본인부담금 총액 한도를 100만 원으로 정하면 어떨까? 기적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의 추계에 따르면, 2012년 현재 건강보험재정에 약 14조 원 추가하면 이 기적을 이루어낼 수 있다.

추가재원이 필요하다. 국고지원 사후정산제도를 도입하여 정부가 법적으로 약속한 그대로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를 제대로 낼 수 있도록 강제하고,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편하여 금융소득과 임대소득에도 보험료를 부과하고, 보험료의 상한을 인상하거나 폐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재정의 주된 재원이 건강보험료이기 때문에 건강보험료의 인상이 불가피하다.

건강보험료를 30% 정도 더 내자! 그러면 가입자의 보험료, 기업의 분담금, 정부의 지원금이 동시에 30% 가까이 오르게 되어, 가입자가 14.2조 원의 약 절반인 6.5조 원을 기업이 4.4조원을 그리고, 정부가 나머지 3.3조원을 추가로 책임지게 된다.

2001년에 보험료를 20% 인상한 적도 있었다. 그 때보다 10%를 더 늘리면 된다. 이를 국민 일인당으로 계산하면, 현재 부담하고 있는 건강보험료에 월 평균 11,000원 내외를 추가로 부담하는 꼴이다. 가구당으로 계산하면, 월 평균 약 28,000원 내외를 추가 부담하면 된다. 물론, 국민 일인당 11,000원, 가구당 28,000원도 적은 돈은 아니다. 이것은 전체 국민의 평균 개념이어서 기존에 건강보험료를 많이 내던 사람들의 불만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매월 적게는 수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만 원씩 내고 있는 민간의료보험료를 생각해 보라. 민간의료보험료로 매달 꼬박 꼬박 빠져나가는 돈의 일부만을 떼어서 건강보험료로 내면 된다. 오히려 90% 이상 대부분의 가계에서는 돈을 버는 일이다. 민간의료보험 없이도 치료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온 국민 완전건강보장'의 새 세상이 가능하다. 결코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 효율적이고도 정의롭다.

이제 10월부터 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가 내년도의 건강보험료와 보장성 수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서 11월에 결정할 것이다.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지금처럼 다음 해 의료비 지출의 자연증가분 정도를 따라잡는 수준에서 국민건강보험료를 적게 내고 높은 의료비 부담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그래서, 개별적으로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여 가계의 부담을 키울 것인지, 아니면 국민건강보험료를 지금보다 30% 정도 더 내고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함으로써 더 이상 민간의료보험료를 내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여야 정치권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요구해야 한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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