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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권 5년, 철도 민영화 대재앙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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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MB정권 5년, 철도 민영화 대재앙의 역사

[기고] 2015년은 철도산업 민영화의 원년?

고속철도, 일반철도, 도시철도 등 모든 궤도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여 국가기간망 철도를 외국자본에 완전히 개방하고 공공철도 시스템을 파괴하기 위한 작업이 전방위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올봄, 정부가 야심차게 밀어붙였던 수서발 KTX 민영화가 전 시민적 반대에 부딪히자 사업자 선정을 미루는 등 주춤한 모습을 보였던 국토부가 추진한 것이 철도공사가 가지고 있는 관제권, 역시설·차량기지를 환수한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왜 국토부는 이토록 끈질기게 이 정책을 밀어 붙이는 것인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9월 말 WTO GPA(세계무역기구 정부조달협상)협상안의 초안이 공개되고, 10월 5일 박원석 의원(무소속)이 WTO 협상 관련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공개하면서 비로소 비워졌던 퍼즐이 채워졌다.

정권·관련부처·업계가 한 몸이 되어 추진해 온 민자사업 확대

2000년대 초반 IMF 위기를 겪은 후 정부재정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다양한 각도로 모색되었다. 이때 강력하게 떠오른 방안이 막대한 재정이 들어가는 사회간접자본투자에 대해 민간의 투자를 이끌어 정부재정 부담을 줄이는 것으로 이른바 민자사업이라고 부르는 '민간투자사업'이었다. 1994년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자본 유치촉진법>이란 이름으로 시작된 민자사업은 IMF 구제금융 직후인 1998년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으로 전면 개정 되고 이에 따른 민간투자가 기지개를 펴게 된다.

초반에 지지부진하던 민자사업은 현재 수많은 민자사업에서 말썽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 MRG(최소운영수입보장제)가 도입되면서 활성화된다. MRG는 '민간투자자의 사업성을 보장하기 위해 사업시행 전 예측된 수요에 미달할 경우 그 손실부분을 보전해 주는 제도'이다. 그런데 MRG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민간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극대화하는 장치로 변질된다. 이제 민자사업은 세금을 밑 빠진 독에 부어넣는 일이 되었다.

또한 외국인 투자의 제한 규정을 없애고 투자유치 시 자기자본 비율도 대폭 낮춤으로서 민자사업의 새로운 국면이 열리게 된다. 2002년에는 민간이 투자할 수 있는 사업대상이 확대되고 국··공유지를 무상으로 임대해주며 지원금도 확대하는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민자사업은 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었다. 민자사업법은 2005년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으로 다시 한 번 개정되었고, 이후 민자사업은 도로, 철도 등 전통적인 사회간접자본 뿐만 아니라 군부대, 학교, 한강 위에 떠있는 새 빛 둥둥섬 같은 레저나 문화시설까지 아우르는 한국사회의 광범위한 사업패턴으로 자리 잡는다.

민자사업법의 제정 이후 개정 과정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무시되었고, 민간자본의 이익은 극대화되었다. 인프라 투융자 사업이 초고율 이자소득 보장, 법인세 회피로 이어지는 등 각종 반사회적 행태가 선진 경영기법으로 둔갑해 자리 잡았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라는 투자금 유치방법으로 민간자본은 최소의 투자로 무한정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길도 닦았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최근까지도 철도협회 같은 곳의 협회 회원사와 관련 기업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도시철도 교육과정은 민자사업의 활성화와 사업과정에서의 수익확보방안을 위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강사진 또한 재벌 건설사 부장이나 지하철 9호선과 신분당선 등 민자지하철 회사 간부, 국토부 간부들로 포진되어 있었다.

이렇게 정권과 관련부처, 업계가 하나가 되어 온 나라를 민영화가 지배하는 땅으로 만드는 작업들이 오랜 시간 동안 진행되어 왔다. 결과적으로 국가의 존재이유인 공공의 이익을 구현하는 장치들이 이윤논리에 지배당하는 상업 목적의 시스템으로 전환됐다. 전 방위적 민영화가 시민들도 모르는 사이에 시도된 것이다. 민자사업이 지하철 9호선이나 용인경전철, 우면산 터널 같이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역습을 가하기 전까지는.

이런 흐름속에 2008년 비즈니스 프랜들리 이명박 정권이 탄생했다. 민자사업과 민영화를 경제를 살리는 원천이라고 믿는 정권이 출범한 것이다. 서울시장 시절 서울지하철 1호 민자사업인 9호선을 성공적으로 유치했던 이명박 정권이 취임일성으로 약속한 것이 공기업 선진화 계획이다. 원래 민영화로 얘기 되었지만 사회적 반대가 거세지자 대운하사업을 4대강으로 개명하듯 민영화를 선진화로 바꾸었고, 이 계획에 따라 공공부분이 책임지고 있는 사업영역에 대한 민자사업과 민영화가 급물살을 타게 된다.

MB정권은 2009년 기획재정부를 통해 "정부재정지출 효율화를 위해 민간투자사업을 계속 확장 하겠다"고 발표했다. 민자사업이야 말로 기업투자를 활성화하고 정부재정을 줄이며 경제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는 시장만능주의적 정책기조를 강력하게 유지한 것이다.

철도도 민영화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해

철도산업은 MB정권 출범초기 효율화를 전제조건으로 민영화 대상에서는 제외 되었으나 집권 중반기를 넘어서면서 민영화를 위한 제반 여건들이 준비되었다.

특히 2010년은 철도분야에 대한 민영화와 민자사업을 가속화시킨 첫 해로 기록될 것이다. 10월에 대우건설이 만든 <GREEN 고속철도 민간투자사업 사업제안서>가 제출되었다. MB정권의 경제정책을 총괄한 강만수씨가 은행장으로 있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모기업이고 고속철도 민영화시 자금 조달을 맡는 안이 계획되었다. 대우건설 사장은 대통령의 고대 후배이며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과 가까운 실세로 통한다는 것도 언론을 통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동시에 민영화 전도사로 나서고 있는 국책연구원인 한국교통연구원이 국토부의 용역을 받아 수행한 <철도산업발전 경쟁력강화를 위한 용역보고서>가 대우건설 보고서의 결론과 유사한 내용을 담아 두 달이라는 시차를 두고 제출되면서 수서발 KTX 민영화의 사회적 논란을 촉발시킨다. KTX 민영화를 위한 정부와 재벌의 동시다발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 2010년 하반기 토건자본과 국토부 용역을 받은 국책연구원이 잇따라 고속철도 민영화안을 내놓았다. 왼쪽은 <GREEN 고속철도 민간투자사업 사업제안서)(2010년 10월), 오른쪽은 <철도산업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용역보고서>(2010년 12월).

이 시점에서 국토부가 한 일이 또 하나 있다. 박원석 의원이 정부로부터 제출받은 문서를 통해 공개된 철도산업 대외개방의 갑작스러운 추진이다. 2010년 12월 한국교통연구원의 민영화 추진 타당성 용역보고서가 제출되었고, 이달 3일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97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국토해양부 장관이 'WTO 정부조달협정(GPA) 개정 및 양허확대 협상 3차 양허안'에 대하여 수정요청을 했다. 2006년 1차 양허안과 2007년 2차 양허안에는 없었던 철도시설공단과 그 사업분야를 다룬 양허안이 협상마감 3일을 앞두고 전격 제시된 것이다. 그리고 이 안은 WTO에서 수정없이 채택되었다.

당시 국토부 장관은 정종환이었다. 4대강 사업의 전도사이자 MB정권의 오른팔이라 불리는 정종환 전 장관은 철도청장 시절인 2002년, 제1호 민자 철도사업인 인천공항철도 사업에 정부 측 협약대표로 서명한 사람이다. 성공이 확실하다며 장미빛 미래를 장담하던 인천공항철도 사업은 터무니없는 수요예측으로 세계에서 가장 한산한 철도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국민의 세금만 민간자본에 쏟아 붇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철도공사로 떠 넘겨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 사업을 만들어낸 장본인이 바로 정종환 전 국토부 장관이다.

현재 국토부는 철도 운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시설에 대한 관리권을 철도공사에서 철도시설공단으로 넘기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철도공사에 출자된 자산을 '감자'하는 방식으로 회수하려 하고 있다. 이 경우 철도공사의 부채는 급등하게 된다. 국토부가 역시설과 차량기지를 철도공사로부터 환수할 경우 자본이 5.5조원 감소하여 철도공사의 부채비율은 11년 말 기준 130%에서 385%로 증가하게 된다. MB정권 들어 공기업 부채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는데 정부가 발 벗고 나서 공기업을 부실화 시키는 믿지 못 할 일이 또 벌어지고 있다.

철도공사 자산을 환수하는 절차에서도 꼼수를 쓰고 있다. 철도산업의 기본 골격을 다루고 있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명시된 운영관련 자산의 철도공사 책임이 분명히 있는데도 법 규정을 무시하고 철도산업위원회란 기구의 의결을 통해 이관하려 하고 있다.

철도산업위원회란 무슨 기구인가? 국토해양부장관이 위원장으로 관련 7개부처 차관과 위촉직 위원을 포함하여 25명으로 구성된 철도산업발전에 필요한 자문을 하는 기구이다. 정부쪽 위원을 빼더라도 이들 위촉직 위원 중에는 민영화에 우호적인 민간기업들의 대표가 포함되어 있다. 소비자 단체 대표 자격으로 참여하는 <녹색소비자 연대>와 <소비자 시민모임>은 지난 6월 19일 KTX 민간운영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낼 정도로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이다. 게다가 KTX 민영화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해온 한국교통연구원 같은 단체의 대표가 포진해있는 곳이 철도산업위원회다. 이런 위원회가 철도 정책을 자문한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단순 자문기구를 나라의 중요한 정책을 제 멋대로 의결하는 장치로 둔갑시킨 국토부의 행태도 참으로 졸렬하다.


2015년은 철도산업 민영화의 원년이 될 것인가

철도공사의 자산을 철도시설공단으로 이관하려는 이유는 2010년 협상마감을 3일 앞두고 급하게 수정한 WTO 협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기에 특별히 한국철도시설공단의 항목이 신설되고 그 세부내용에 역사 등 제반 시설에 대한 개방안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철도시설공단의 관할로 이관시켜 국내외 자본에 운영권을 넘겨주게 되는 순간 철도산업 전반의 민간개방이 완수되기 때문이다. 어처구니없게도 고속철도분야의 개방 배제에 대한 주석이 뒤늦게 국토부 제안으로 추가되었는데 이것은 협상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더 놀라운 사실은 2011년 양허안 협상 막바지에 무더기로 지자체 관할 도시철도 즉, 현재 각 도시에서 운영되는 지하철이 포함된 것이다. 단 이 지하철부분에 대한 협정 적용은 2015년까지 유예된다. 이제 퍼즐의 조각이 다 맞아간다.

국토교통망 계획에 의해 건설되는 강원도권 등 많은 신설철도는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그동안 정부의 입장이었다. 또 철도공사의 시설자산을 빼앗아 언제든지 국내외자본에 개방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게 되었다. 민간에 개방하겠다는 수서발 KTX의 개통 시기는 2015년이다. 전국의 지하철에 WTO GPA 협정이 적용되는 시점 또한 2015년이다. MB정권과 국토부는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추진했던 민영화계획에 따라 2015년을 고속철도와 일반철도, 도시철도 할 것 없이 모든 철도산업의 민영화를 촉진하는 원년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이 정부가 꿈꾸는 미래는 사회의 공익적 자산이 모두 사라지고 이윤이 최고의 가치인 민간영역이 지배하는 사회인가? 국가 기간 철도망부터 신기술인 고속철도뿐만 아니라 서민의 발인 지하철까지 모두 팔아 넘겨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진정으로 평범한 서민들, 시민들을 위한 나라는 불가능 한 것인가? 디스토피아를 설계하면서 자신만만해 하는 권력과 정부당국이 심히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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