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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콘 사태로 본 중국 제조업의 현실

[中國探究] 거대한 기계의 부품이 된 中 노동자들

중국 최대 전자제품 제조전문 기업인 팍스콘(Foxconn)이 위기를 겪고 있다. 팍스콘의 위기는 근로자의 연쇄자살과 임금인상 요구 및 안전사고와 파업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전자산업에서 팍스콘으로 더 널리 알려진, 혼하이 정밀공업(Hon Hai Precision Industry)은 1974년 대만에서 설립되었고 중국 현지에서 전자제품 위탁생산 사업을 전개하면서 급성장하였다. 팍스콘은 1988년 선전(深圳)에 처음으로 중국 현지 공장을 설립하였고 1990년대 후반까지 상하이 중심의 장강삼각주와 선전을 중심으로 한 주강삼각주에 공장을 집중적으로 건설하였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연해지역 근로자의 임금이 크게 상승하자 팍스콘은 쓰촨성 청두, 충칭, 산시성(山西省) 타이위안(太原) 등 중서부 내륙으로 생산거점을 확대하여 왔다. 2011년 말까지 중국 내 30여 개 팍스콘 공장에 고용된 근로자는 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며, 공장 규모는 최소 2만 명에서 최대 40만 명에 달한다. 중국 최대 규모인 선전 롱화(龙华) 공장은 한 때 근로자 숫자가 43만 명에 달해, 그 자체로 거대한 팍스콘 도시를 형성하였다.

팍스콘은 이러한 중국 내 생산기반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위탁제조 기업으로 성장하였는데, 최근에는 단순 제조뿐만 아니라 신제품 개발과 디자인, 완제품 물류 및 판매 후 서비스(AS)에 이르기까지, 마케팅을 제외한 가치사슬의 대부분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팍스콘의 위탁생산 품목은 '3C'로 대변되는 컴퓨터(데스크 탑, 노트북, 태블릿 PC), 커뮤니케이션(스마트 폰), 소비자 가전(카메라, 게임기)을 포괄하며 팍스콘은 이를 바탕으로 애플(Apple), 델(Dell), HP, 노키아, 소니, 닌텐도 등 세계적인 IT기업들을 주요 고객으로 확보하였다.

특히 팍스콘은 애플의 아이폰(iPhone)과 아이패드(iPad)의 대부분을 독점 공급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2011년 현재 팍스콘은 세계 전자제품 위탁 생산량의 50% 이상을 점유하였다. 한편 팍스콘의 매출액은 2011년 63억 5400만 홍콩달러(미 달러로 약 8억 1776만)로 2010년보다 매출액이 4% 가량 감소하였다. 그러나 팍스콘은 포춘(Fortune)이 선정한 2010년 세계 500대 기업 순위에서 112위를 차지하였고, CNN 머니(Money)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에서는 2010년 112위에서 2011년 60위로 순위가 급상승하였다. 최근 경영성과가 다소 부진함에도 불구하고 사업 규모에서 팍스콘은 이제 세계 최고 수준의 IT기업 면모를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2∼3년간 중국 팍스콘 공장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은 '과연 팍스콘의 사업 모델이 앞으로 얼마동안 유지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을 갖도록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2010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팍스콘 직원 24명이 자살을 시도하였고 그중 20명이 사망한 사건은 팍스콘뿐만 아니라 팍스콘의 주요 고객 및 중국과 미국 정부를 포함한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사실 중국 및 해외 언론에 보도된 자살 사건만 24건이기 때문에, 실제 자살 시도 건수는 보도된 것보다 적어도 5∼10배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이는 중국에서 팍스콘 사업 모델의 지속 가능성에 '빨간 불'이 켜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위해서는 팍스콘과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Stakeholder)들의 이익 증진을 바탕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활동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종업원들의 연쇄적인 자살 시도는 팍스콘 종업원의 이해관계가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각종 조사를 통해 드러난 팍스콘 근로자들의 자살 동기는 크게 강압적인 근로 환경과 고독한 생활환경 등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팍스콘의 자살자 비율이 중국 평균보다 낮고 자살 시도자 거의 대부분이 25세 미만이라는 점을 들어,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소위 '바링 허우(80后) 세대'의 나약한 정신력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연쇄적인 자살자 발생 현상과 '왜 팍스콘에서만 그런 일이 발생했는가?'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편협적인 주장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팍스콘 종업원의 이해관계 침해와 자살 사건을 서로 연결시킬 수 있는데, 우선 강압적인 근로 환경에서는 팍스콘 근로자의 80% 가량이 1주일에 6일, 하루 12시간씩 일했고, 반강제적인 월간 초과근무가 80시간이 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팍스콘 생산라인 근로자의 월 급여는 2011년 3월(주당 40시간 기준) 현재, 청두 공장이 950위안(147 US달러), 션쩐 공장이 1200 위안(186 US달러)에 그쳤으며, 초과 근무수당을 모두 더해도 1600∼2000 위안에 머물렀다. 2011년 선전의 월 평균 생활비와 법정 최저임금이 각각 2000위안, 1100위안이었음을 감안하면 팍스콘이 농촌에서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온 젊은이들의 노동력을 싼 값에 사들인 셈이다. 특히 각 지역 기술계 고등학교에서 팍스콘으로 현장실습을 나온 학생들의 경우, 소위 학생 인턴으로 불리며 근로 계약서도 없이 저임금, 초과 근무에 시달리며 노동법과 사회보험의 사각 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또한 노동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라인에 배치된 근로자들의 업무를 세분화하고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개별 작업자들은 스스로를 거대한 기계의 부품이나 로봇처럼 여기는 노동 소외 현상이 나타났다. 선전의 롱화 공장에서는 하루 24시간 동안 공장을 풀(full) 가동하면서 매일 평균 13만7000여 개 아이폰을 생산하였는데 이는 1분당 90개 이상 만드는 놀라운 효율이다.

팍스콘은 이러한 생산 효율을 유지하고, 더욱 높이기 위해 생산 라인에서 근로자들 간 잡담 금지, 주문량 초과 시 휴식 시간제한, 상여금을 내건 생산성 경쟁 유발 및 부진 작업자에 대한 정신교육 강화와 임금 삭감 등 다양한 규율을 엄격하게 적용하였다. 즉 팍스콘의 수직적 관리, 감독시스템은 종업원들이 극도의 긴장감과 집중력을 가지고 매일 정해진 생산목표를 신속하게 달성하도록 독려하는 군대 조직과 유사하게 운영되었다. 이는 작업 공간과 퇴근 후 사생활이 보장되어야 하는 휴식 공간을 모호하게 중첩시킴으로써 그 효과를 더욱 키울 수 있었다.

글로벌 IT기업들의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신속하게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주문량에 따라 노동 투입량을 재량껏 조정할 수 있는 유연생산체제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했는데, 팍스콘의 기숙사 운영은 노동력을 24시간 동안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기숙사에서 팍스콘의 젊은 종업원들은 20∼30명씩 같은 방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자신의 침대를 제외하면 개인적인 공간은 거의 없었다. 더 나아가 같은 방을 쓰는 종업원들 대부분은 서로 다른 지역 출신으로서, 근무시간과 작업 부서도 서로 달랐기 때문에 사적인 대화나 상호 교류 기회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팍스콘 종업원들은 작업장뿐만 아니라 기숙사에서도 자신의 스트레스와 고민을 털어 놓을 만한 대화 상대를 찾기가 어려웠고, 기숙사는 단지 육체적 고단함을 잠시 풀면서 다음 근무를 위해 대기하는 공간으로 여겨졌다.

▲ 지난해 중국 대학생들이 팍스콘의 노동환경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로 작업복을 입고 아이패드 안에 해골이 그려져 있는 피켓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물론 팍스콘 근무환경이나 생활환경이 주는 스트레스나 고독감의 정도는 개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전체 종업원의 문제라고 일반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 나아가 팍스콘 생산라인의 긴장감이나 경쟁 상황에 잘 적응하면서 뛰어난 작업자로 대우받는 종업원들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다만 그러한 근무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경쟁에서 낙오되는 종업들을 자살까지 시도하게 만드는 팍스콘의 인사관리제도는 하루 빨리 바뀔 필요가 있다. 사실 현 시점에서 정작 필요한 것은 제도의 변경보다도 종업원에 대한 팍스콘 경영진의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다. 아울러 외자 유치를 통한 고용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팍스콘의 기업 활동을 적극 지원하면서 부당한 노무 관행을 묵인한 중국 지방정부도 연쇄적인 자살사건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근로시간 준수와 초과근무 수당 지급, 노조 설립과 활동 보장 및 학생 인턴 제도를 법에 따라 관리, 감독하는 권한은 중국 정부에게 있기 때문이다.

최근 팍스콘이 근로환경 개선에 전향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는데, 이것도 중국 정부보다 애플과 미국 공정노동위원회(FLA)의 현장 조사이후 나온 조치라는 점은 팍스콘 사태를 바라보는 중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많다. 금년 8월 팍스콘은 종업원들의 기본급을 20∼30% 가량 인상하고 초과 근무를 포함한 주당 근무시간을 60시간으로 줄이되, 근무시간을 계속 감축하여 2013년 7월까지 주당 근무시간을 49시간으로 줄이기로 했다. 만약 이러한 조치가 제대로 실행된다면 팍스콘 이해관계자 모형에서 종업원들의 이해관계가 주주와 투자자, 지역사회와 국가, 소비자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근로환경 개선 계획의 실행 여부는 종업원에 대한 팍스콘 경영진의 인식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앞으로 현지 종업원들의 이해관계는 팍스콘처럼 중국을 거점으로 하는 제조전문 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핵심 요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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