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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류현진을 잡아야 하는 5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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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류현진을 잡아야 하는 5가지 이유

[배지헌의 그린라이트] 왜 류현진의 미국 진출이 '대의'로 포장되나

요즘 야구계에서는 '류현진 미국보내기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야구에 관해 발언권을 가진 거의 모든 매체와 인사들이 합심한 듯 류현진을 미국에 보내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백네트 뒤에 앉은 해외 스카우트들의 존재가, 야구계 인사들의 낙관적인 예상이, 언론에서 쏟아져 나오는 기사가, 무엇보다 야구팬들의 뜨거운 기대가 류현진의 미국행이 '대의'라고 증언하는 것처럼 보인다. 류현진을 미국에 보내는 것이 의무이자 당연한 도리인 것처럼 몰아가는 분위기가 오래전에 만들어졌다. 류현진의 소속팀인 한화에는 '대승적으로 이제 그만 놓아주라'고 대놓고 압력을 가한다. 에이스를 순순히 놓아주는 게 한화에 주어진 유일한 선택지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과연 그럴까. 물론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강타자들을 삼진으로 잡아내는 류현진의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은 다르지 않다. 하지만 나는 시즌 뒤 한화가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류현진을 반드시 붙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이유가 있다.

1. 한화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구단이다

만일 류현진의 소속팀이 한화가 아닌 넥센이었다면 이야기가 달랐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류현진의 포스팅 금액으로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화는 국내 대표적인 대기업이 운영하는 구단이다. 비록 비슷한 규모의 그룹이 운영하는 다른 팀들에 비해 '짜다'는 평을 들어오기는 했지만, 어찌됐든 과거 해태처럼 선수를 판 돈으로 운영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만일 한화가 포스팅비로 구단 재정을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때는 야구를 떠나 한국 경제를 먼저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류현진의 포스팅비로 자유계약선수(FA)를 사올 수 있다는 견해도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 프로야구는 특성상 미국과 달리 FA 시장을 통한 전력보강이 원활하지 않다. 10승이 보장된 에이스의 빈 자리를 채울만한 FA 자원은 아주 드물다. 무엇보다 기왕 FA를 '지르려면', 류현진을 보유한 상태에서 FA를 영입하는 게 진정한 의미의 전력 보강이다. 10승이 확실한 에이스를 팔고 어중간한 선수 한두 명을 데려오는 것은 전력보강과는 거리가 멀다. 한화 정도 구단이라면 포스팅비 없이도 FA 영입에 충분히 투자할 수 있다.

일각에서 얘기하는 '포스팅비 1500만 달러'가 과연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을지도 미지수다. 2011년 미국에 진출한 이와쿠마에게 오클랜드가 제시한 금액이 1700만 달러다. 올해 밀워키에 입단한 아오키는 250만 달러를 제시받았다. 한국 프로야구는 일본 프로야구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된다. 아직까지 미국 무대에서 성공한 사례도 없고, 한국에서 곧장 미국에 진출한 사례는 전무하다. 포스팅 대박의 꿈은 현실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다르빗슈(5170만 달러) 정도의 금액을 챙긴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구단이 전력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포스팅을 해서 얻는 실익은 크지 않다.

2. 한화는 단골 최하위 팀이다

가장 중요한 이유다. 한화 이글스는 최근 몇 년간 바닥이 보이지 않는 추락을 거듭했다. 2007년을 끝으로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것은 물론, 최근 4년 동안에는 세 차례나 최하위에 그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김태균과 박찬호, 송신영을 영입하며 크게 투자했지만 성적은 압도적인 8위다. 시즌 막바지에는 한대화 감독이 경질되는 사단도 겪었다. 시즌이 끝나면 당장 새 감독을 선임하고 팀을 재건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양훈이 군입대를 앞두고 있고, 박찬호도 내년을 보장하기 힘들다. 여기에 팀 전력의 절반인 류현진마저 빠져나갔다가는, 내년 순위는 8위가 아닌 9위가 될 수도 있다.

전례가 있다. 지난 2009년, 최하위로 시즌을 마친 한화는 스토브리그에서 김태균과 이범호를 손쓸 겨를도 없이 떠나보냈다. 신임 한대화 감독은 재창단 수준의 리빌딩을 요구받았고, 결국 부임 첫 해를 최하위로 끝마쳤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한화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나마 김태균과 이범호는 자유계약선수라서 어쩔 수 없었다고 치자. 하지만 2009년 당시와 비교해 상황이 조금도 나아진 게 없는 한화가, 어째서 리그 정상급 에이스를 '당연히' 해외로 보내줘야 한단 말인가? 류현진을 놔주라는 세간의 압력은, 한화더러 앞으로도 계속 최하위에 머물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한화가 지금 같은 팀 상황에서 에이스를 '여론'에 밀려 포기한다면, 프로구단의 사명인 승리를 포기하겠다는 의미다.

▲류현진의 해외 진출은 과연 대의인가. ⓒ뉴시스

3. 리빌딩을 위해서는 류현진이 필요하다

한화의 리빌딩은 다시 3년 전 한대화 감독 부임 이전의 원점으로 돌아왔다. 다시 최하위에서 출발해야 하고, 새로운 감독과 함께 시작해야 한다. 새 감독이 팀을 다시 만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차근차근 재건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리빌딩은 무조건 젊은 선수를 자리에 고정시켜놓고 기용만 한다고 자동적으로 되는 게 아니다. 기본적인 전력의 뼈대가 갖춰져야 하고, 이기는 경기를 하면서 실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자면 투수진과 선발 마운드의 기둥으로 지탱할 류현진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류현진을 제외하고 한화 마운드에서 확실하게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선수는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다.

한화로서는 류현진의 남은 기간을 잘 활용해서 팀의 미래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에이스의 등판일에 100퍼센트 승리를 챙기면서, 다른 경기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 팀 전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 한화가 류현진을 데리고 있는 동안 아무 것도 못하고 세월만 보낸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못했다면, 이제부터라도 그렇게 하면 된다. 앞으로 류현진과 함께하는 기간 동안 어떻게 팀을 재건해 나갈 것인지, 분명하고 현실적인 청사진을 만들어서 제시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 이는 류현진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4. 류현진이 모든 것을 다 이룬 건 아니다

류현진은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다. 입단 첫해부터 MVP와 신인왕을 한꺼번에 거머쥐었고, 매년 투수 개인기록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2006년과 2010년의 활약상은 프로야구 역대 레전드들과 비교해도 손에 꼽힐 정도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보였다. 그런 공로를 생각해서라도 보내주자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하지만 류현진이 국내 무대에서 더 이상 이룰 게 없다고 하기는 조금 이르다. 지난해와 올해 같은 경우 류현진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운 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한화의 수비와 불펜 탓만 하기에는 류현진 본인의 투구내용도 예전만 못했다. 류현진은 아직 우승 경험도 없을뿐더러 2007년 이후로는 포스트시즌 무대도 밟지 못했다. 물론 본인의 책임은 아니지만, 아직 못 이룬 목표는 얼마든지 있다는 얘기다.

류현진의 구위가 당장 세간의 장밋빛 기대처럼 메이저리그에서 통할지도 확실치 않다. 체인지업은 미국에서도 평균 이상이지만, 빠른 볼의 구속이나 제구는 정상급에는 조금 못 미친다. 두 가지 주무기를 받쳐줄 서드 피치(third pitch)도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빅리그 3선발급' 같은 이야기는 립서비스로 넘기는 게 좋다. 실제로는 선발진 진입을 두고 옵션이 걸린 계약을 한 뒤 스프링캠프에서부터 경쟁해서 살아남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보다 낮은 코스로의 컨트롤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고 서드 피치를 보강해서 도전할 때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미국에 가서 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미국 야구는 경쟁도 치열하고 비즈니스도 냉정하다. 그럴만한 시간을 줄지 의문이다.

5. 프로야구에 톱스타가 없다

한국프로야구는 현재 역대 최고의 호황처럼 보이지만, 실은 위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인기는 하늘을 찌르는데 경기력은 갈수록 하향 평준화다. 리그를 압도하는 슈퍼스타도 없고 역사에 남을 만한 대기록을 내는 선수도 없다. 당장 내년 WBC 때는 선발 마운드를 어떻게 꾸려야 할지가 막막하다. 퍼펙트게임이나 노히터 같은 기록은 다른 나라 이야기다. 예전에는 곧잘 나오던 사이클링 히트나 20승, 30-30클럽, 연속경기 출장, 연타석 홈런 같은 기록을 본지가 오래다. 고만고만한 선수들이 모인 팀끼리 비슷비슷한 팀컬러를 갖고 계속 물고 물리는 게 지금 프로야구의 모습이다.

게다가 내년 시즌에는 신생 NC가 합류해서 9개 구단 체제로 리그가 확장된다. 10구단으로 늘어나면 한동안 경기력, 특히 투수 쪽에서 리그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류현진처럼 리그에 몇 안 남은 특급선수의 해외진출은 한화만이 아니라 프로야구 전체에도 큰 타격이다. 당장은 몰라도 장기적으로 프로야구의 경기력 수준과 인기도에 분명 영향을 줄 것이다. 최근 일본프로야구의 인기가 떨어지고 경기 수준이 낮아진 것도 스타플레이어들의 잇단 미국 진출이 원인이 됐다. 일본보다 선수 자원이 부족한 한국에서는 더 큰 여파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자원을 해외로 유출할 때가 아니라, 어떻게든 당근을 제시하면서 지켜야 하는 시점이다.

물론 선수가 자격을 갖춘 뒤에 자신의 권리를 행사해서 정당한 대우를 받고 해외에 진출하는 것은 막을 일이 아니다. 하지만 류현진은 아직 해외진출을 할 수 있는 '권리'를 갖추지 못했다. 그 권리는 어디까지나 한화 구단이 보유하고 있다. 한화는 포스팅 금액을 필요로 하는 팀도 아니고, 전력에 여유가 있어서 흔쾌히 선수를 보내줄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당장 내년 시즌 코가 석자인 상황이다. 한화가 류현진을 붙잡아도 조금도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최근 돌아가는 여론은 류현진이 당연히 미국에 가야 하는 것처럼, 한화가 류현진을 보내줄 의무가 있는 것과 같은 분위기다. 그게 마치 굉장한 '대의'인 것처럼 포장된다. 사실 미국에 많은 돈을 받고 진출해서 좋은 것은 류현진 본인과 그의 에이전트다. 반드시 이뤄내야 할 대의와는 거리가 멀다. 그 대의를 위해 모두가 류현진의 미국 진출을 응원하느라, 당장 한화라는 팀의 앞길과 프로야구 판의 미래는 나몰라라하는 듯하다. 혹시라도 한화가 류현진을 잡았다가는 '젊은 선수의 도전을 가로막는 이기적인 구단'으로 질타를 받을 분위기다. 어디서부턴가, 무언가가 잘못되었다.

www.futuresba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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