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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누가 미국 대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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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누가 미국 대사를 죽음으로 내몰았나?

[해외시각] "괴짜들이 온라인으로 중동 전쟁 일으키는 세상"

9.11 테러 11주년을 기해 터진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리비아 주재 미국대사의 사망사건이 서방과 중동의 관계를 또 다시 악화시킬 조짐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이슬람 모독 영상에서 시작된 이번 사건은 33년 만에 중동에서 대사급 인사가 사망하게 되면서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미 미 공화당은 이번 사태에 알카에다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날을 갈고 있다.

하지만 내전의 후유증이 끝나지 않은 리비아에서 터진 이번 사태가 계획적이었는지, 우발적이었는지를 떠나 미국에서 제작된 이슬람 모독 영상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이 영상이 없었더라도 9.11 11주년에 맞춰 리비아의 미국 외교 공관 습격이 일어났을까'라는 질문은 가정으로 남은 반면, 과거 중동의 무슬림들을 분노케 한 서방의 이슬람 모독 행위는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왔다.

영국 일간 <인디펜턴트>의 중동 전문기자 로버트 피스크는 12일(현지시간) 칼럼에서 같은 주장을 폈다. '이슬람은 악'이라는 차별적 주장에 기초해 끊임없이 도발을 감행하는 서방의 일부 세력들 때문에 중동은 스스로 생산적인 논의를 할 기회를 잃고, 중동과 서방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서방 외교관과 국제기구 직원들의 신변이 위험해진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바로 가기)


▲ 11일(현지시간) 리비아 주재 미국 영사관의 모습. ⓒAP=연합뉴스

리비아 무장세력 대 '온라인 무장세력', 누가 더 문제인가

또 한 명의 불만 많은 인터넷 상의 똑똑이가 중동에 불을 붙였다. 선지자 (풍자) 만평, 그 다음엔 코란 불태우기, 이제는 강도를 당한 '테러리스트'들과 가짜 사막이 등장하는 영상이다. 순진한 이들(무슬림)이 목 졸리고, 참수당하고, 다른 식으로 죽음을 당해 분노한 무슬림들의 복수가 '이슬람은 폭력적인 종교'라는 인종차별적 주장을 '증명'하는 동안 이 알카에다의 서방 기독교식 버전(영화)은 숨어버렸다.

물론 선동가들은 중동에서 정치와 종교가 섞이지 않았다는 걸 안다. 그들도 마찬가지다.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벵가지에 있던 그의 동료 외교관들, 터키와 아프리카의 성직자, 아프가니스탄의 유엔(UN) 직원, 그들은 모두 이 '기독교 사제', '만평가', '영화제작자', '작가'들을 대신해 대가를 치렀다. 인용부호를 붙인 이유는 마술사와, 실제 고의로 16억 무슬림을 도발하는 이들 사이의 작은 차이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어서다.

덴마크 일간지에 선지자 모하메드가 쓰고 있던 터번 안에 폭탄을 숨긴 만평이 등장했을 때 베이루트 주재 덴마크 대사관은 불길에 휩싸였다. 텍사스의 목사가 '코란에 사형을 언도'하기로 결정했을 때,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칼이 나돌았다. 바그람 기지에서 미군이 '실수로' 코란 사본을 태웠던 일도 있다. 그리고 이제 고의적으로 (이슬람교를) 모독하는 영화가 미 국무부의 가장 공정했던 외교관 중 하나의 죽음을 촉발시켰다.

여러모로 이는 익숙한 사건이다. 15세기 스페인에서 기독교 만평가들은 모하메드가 형언하기 힘든 행동을 저지르는 장면들을 그렸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도 종교 모독에 분노한다. 파리의 한 영화관이 그리스도가 한 여성과 사랑을 나누는 영화를 상영했는데, 영화관에 불이 났고, 한 영화애호가가 살해당했고, 범인은 기독교인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우리의 놀라운 기술에 힘입어 몇몇의 괴짜들이 무슬림 세계에서 작은 전쟁이 벌어지게 만들기까지 몇 초 걸리지 않게 됐다. 불쌍한 - 다른 외교관들이 그렇게 하지 못할 때 정말로 아랍 세계를 이해했던 - 크리스토퍼 스티븐스가 벵가지 영사관을 덮치고 자신의 죽음을 불렀던 폭동을 유발한 '영화'에 대해 들은 적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미국이 알카에다를 상대로 '십자군 전쟁'을 벌일 것이라는 우둔한 주장(고맙다, 조지 부시)과, 굉장히 의도적으로 (무슬림) 전체를 모욕한 것은 별개다. 이런 종류의 인종차별은 많은 이들을 동요하게 만든다.

그리고 - 빈 라덴의 중동 통치보다는 존엄성을 더 바랐던 아랍 시위대들에게 패배한 - 알카에다는 이제 그들의 대의명분을 강화하기 위해 대중영합적인 불만에 편승하기로 결정했나? 힘이 없는 리비아 정부는 스티븐스의 죽음에 (영사관을 사고가 터지기 전에 비웠어야 했다고) 미국을 탓하면서 카다피의 잔당들이 공격의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자신들을 '이슬람 율법 지지자'라고 칭하는 벵가지의 무장세력이 '온라인 무장세력'보다 더 많다면, 알카에다의 개입이 의심받아야만 한다.

역설적으로 무슬림들 사이에서는 예컨대 코란의 재해석 문제 같은 심각한 논의를 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서방의 도발이 그런 식의 흐름을 막는다. 동시에 우리는 '자유 언론'의 편에 서서 통곡한다. 뉴질랜드의 한 편집자는 자랑스럽게 자신이 몸담은 신문이 폭탄을 감은 터번을 쓴 선지자의 만평을 다시 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에게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하게 될 때 폭탄을 든 랍비를 그린 만평을 실을 계획이 있냐고 묻자 그는 허둥지둥 반유대주의가 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물론 문제가 있다. 어떤 것들은 건드리지 못하고, 다른 것들은 전혀 제한이 없다. 몇몇 라디오 진행자들은 어제 내게 카이로와 벵가지에서 터져나온 불만이 9.11에 맞춰 계획된 게 아니냐고 물었다. 단순히 말해 (서방의) 도발자들이 영상을 내보낼 시점을 9.11에 맞추기로 결정했는지를 물어보는 일은 결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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