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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만 뜨면 살인·강간, 탈출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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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눈만 뜨면 살인·강간, 탈출구는?"

[복지국가SOCIETY] '보편적 복지' 실현돼야 강력범죄 준다

"아이 웃음이 안 들리게 창문을 닫아요." 이 문구는 최근 연이어 발생하는 엽기적인 어린이 성폭력 사건들에 대한 국민들의 심정을 표현한 어느 신문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옛날 어르신들께서는 '사람 사는 집에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담장을 넘고 웃음꽃이 동구 밖까지 피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우리나라는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유난히 '묻지마 폭력' 사건이 많았던 지난 8월

18일에는 의정부 지하철역에서 30대 남성이 공업용 칼을 휘둘러 행인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20일에는 서울 광진구의 주택가에서 전자발찌를 찬 40대 남성이 집안으로 들어와서 30대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였고, 21일에는 수원시 장안구에서 30대 남성이 성폭행 미수 뒤 인근 주택에 침입해 칼부림으로 1명을 살해하고 4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30대 남성이 흉기로 전 직장동료와 길을 가든 행인 등 4명에게 칼을 휘둘렀다. 그리고 8월의 마지막 날인 31일에는 나주에서 집안 거실에서 이불을 덮고 잠을 자던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 납치되어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왜 갑자기 이런 강력범죄가 급증을 하고,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엽기적인 성폭력이 연이어서 발생하는 것일까?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건수가 2.4배 증가했다고 한다. 여성가족부가 2010년 발표한 '국내외 아동 성범죄 특성 분석 연구결과'에도 2008년 한국의 아동인구 대비 성범죄 발생비율(아동인구 10만 명당 발생건수)은 16.9건이었다. 이는 독일(115.2건), 영국(101.5건), 미국(59.4건)에 이어 세계 4위다.

아동 성범죄 발생건수의 증가 비율은 미국과 영국, 독일, 일본을 제치고 한국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는 한국의 아동 성범죄가 세계 주요 국가와 비교해도 심각한 수준인 것을 알 수 있으며, 최근 잇따르고 있는 아동 성범죄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단순히 몇 건의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해서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이 아니라, 실제로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성폭행 전과자의 거세와 불심검문이 해법인가?

국민의 불안을 재빨리 포착한 정치권에서는 이에 대해 발 빠르게 대응방안들을 발표하고 나섰지만, 국민들은 별로 안심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몇 년 전 잇따른 아동 성폭행 사건과 국민들의 가슴을 울렸던 '나영이 사건'을 계기로 급하게 도입된 여러 제도들의 한계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성폭력 관련 전과자들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한 '전자발찌 제도'도 결국 범죄를 예방하거나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가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는 전자발찌를 찬 상태에서 임산부를 성폭행하려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관련 범죄자에게 발찌를 채우기만 하였지 이들을 추적하고 감시하거나 재교육을 실시하는 등 지속적인 관리를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를 처음 도입할 당시에도 이미 이러한 문제점이 지적되었으나, 정치권에서는 발찌를 채우고 나서는 잊어버렸고, 인력과 예산이 한정되어 있다는 이유로 더 이상 개선되지 않고 지금까지 시간이 흘러왔던 것이다.

성폭행 전과자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도록 한 제도도 마찬가지다. 당시 전과자의 인권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면서 도입되었으나, 범죄자 자신이 관련 홈페이지에 등록을 하도록 되어 있다거나, 사진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도록 구성되어 있는 등의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에 이 일을 담당하던 공무원들이 누구였으며, 제대로 제도를 시행하지 못한 이들에 대한 처벌이나 책임을 물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있다.

정책 실패인지 또는 행정 실패인지를 밝히고,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일 것이다. 그리고 국회는 그동안 행정부에 대한 감시를 어떻게 하였는지, 지난 18대 국회에서 이를 담당하는 행안위의 의원들은 무엇을 하였으며, 이들의 소속 정당은 어디였는지도 밝혀서 비판을 받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인데, 그러한 이야기는 관련 정당에서도, 언론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화학적 거세'라고 불리는 성충동 억제 약물 치료도 다시 각광(?)을 받고 있고, 한걸음 더 나아가 물리적 거세를 하자는 법안도 발의되었다. 최근 약물 성충동 치료의 첫 적용 사례가 발표되었다. 다른 OECD 국가들에서 이러한 제도들이 그리 환영을 받지 못하는 것은 이 제도가 가진 장점과 동시에 문제와 한계가 있기 때문일 것인데, 실효성과 타당성에 대한 많은 논란을 거치면서도 다른 뚜렷한 예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실제로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다. 좀 더 적극적이고 자극적인 대안을 찾는 일부 언론들도 적극적으로 이 제도를 확대하자고 부추기고 있다.

아동 성폭력 사건과 잇따른 '묻지마 범죄' 들에 대한 대책으로 경찰은 불심검문을 실시하겠다고 나섰다. 지난 민주정부 시기, 불심 검문은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국민의 신체적 자유,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이유로 폐지되었던 전력이 있다. 이렇게 판단한 이유는 국민의 기본권이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침해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청은 이달부터 지하철역과 대로변, 그리고 다세대 주택가를 비롯해서 사고 다발지역에서 불심검문과 몸수색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범죄 예방"을 이유로 폐기된 제도를 다시 시작하려는 조치에 대해서도 '실효성'과 또 다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우리의 해법 : 문제의 조기발견과 예방을 위한 투자

'묻지마 폭력'이나 아동을 상대로 하는 성범죄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단순 폭행이나, 상해, 그리고 살인에 이르기까지 범죄의 종류와 유형에 따라 개별적인 원인도 다양하다. 그리고 성인을 상대로 한 폭력과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들 반사회적인 범죄들의 원인은 유전적인 부분과 사회적인 부분의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최근 유전자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개인별 DNA의 차이를 활용하여 선천적인 유전 인자와 질병이나 범죄 등과의 연관성을 밝히는 유전역학이라는 학문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 이들 연구의 결론은 범죄 중의 일부는 유전적인 소인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연구 결과들이 날 때부터 범죄자가 될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다는 말은 아니다. 마치 당뇨병이나 위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 가족력이나 유전적인 소인이 있는 분들처럼, 범죄로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마치 나치가 제2차 대전 당시, 우생학이라는 이름으로 열등 유전자를 배제한다는 논리에 따라 유대인을 학살하는 것과 같이 사전 격리하거나 등록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이러한 유전 인자는 옛날에도 있었지만, 공동체 사회에서는 아이들이 자랄 때부터 동네 어르신들이나 이웃들이 그러한 아이들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과잉행동 수준에서 억제가 되고 범죄로 이행되지 않도록 감독하고 지도하는 역할이 공동체 내에서 암묵적으로 시행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급속하게 도시화 되고 지역사회의 공동체가 붕괴되면서 이러한 역할을 부모가 혼자서 감당해야 하거나 아예 방치되면서 사회문제로 도출되고 있는 것이다. 선진복지국가들에서는 각종 교육제도나 복지제도를 통해 이러한 아동들을 어린이집이나 초, 중, 고등학교 학생 시기부터 조기에 발견하고, 문제 행동에 대한 집중적인 지도나 교육, 대화와 관심을 통해 사회적인 감독을 하게 되면서 범죄로까지 연결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반면, 주요 선진복지국가들에 비해 'GDP 대비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지출'의 비중이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우리나라는 이러한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받으면서 성장할 수 없기 때문에 사회경제적인 압박이나 각종 스트레스가 범죄로 이행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국가의 공공사회복지 지출이 다른 OECD 국가들이 2만 불일 때와 비교해서 30% 수준밖에 되지 않는 우리나라는 보육과 양육, 그리고 교육 과정에서 이러한 사전 발견과 예방이 이루어지지 못하여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강력 범죄의 중요한 원인으로 사회경제적 요인에 주목해야

의정부 상해 사건의 피의자는 주머니에 200원 밖에 없는 상태에서 직장도 없고, 독촉되는 카드빚 등 가계부채에 대한 압박상태에서 사회에 대한 불만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범행으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되었다. 여의도 커트 칼 상해 사건의 피의자는 직장에서 자신을 해고시키고 왕따시켰던 상사와 동료들에 대한 분노를 지나가는 행인들까지 포함한 불특정 다수에게 투사하였던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살인·강도·강간·방화 등을 저지른 강력범죄자는 총 9만256명으로 집계되었다. 살인·강도·성폭행 등을 저지른 흉악범죄자 10명 중 7명은 빈곤층, 10명 중 5명은 안정적인 직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살인범 5,395명 중 58%는 직업이 불안정하고, 77%는 경제수준이 하류에 속했다. 강도 역시 전체 2만 5,159명 중 60%가 직업이 불안정했으며 76%가 경제적으로 하위소득자였다. 강간범의 경우 36%가 직업 불안정, 65%가 빈곤을 겪고 있었다.

물론, 저소득층이 모두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직장의 불안과 소득의 불균형이 국민들을 범죄로 이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상호간에 원인적 인과관계가 있는 것이다.

폐기되었던 불심검문의 부활로 범죄가 예방되겠는가?

미국과 같이 총기를 가지도록 하여 스스로 자신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해결책이 아닌 것은 물론이다. CCTV 설치율이 늘면 범죄자의 검거율은 높아지지만, 그것으로 발생율이 낮아지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인구 숫자 대비 경관의 숫자도 중요한 요인이지만, 이 정책 역시 범죄 예방 정책으로서 충분조건은 아니다.

실제로 2005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복지국가인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각각 0.7과 0.9에 불과한데 비해 미국의 살인 범죄율은 인구 10만 명당 5.6명으로 세계 최고였다. 우리나라는 2.2로 높았지만, 다행히 아직 미국 수준은 아니다(이상이, 2012). 거의 500만 명이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지만, 미국 사회의 범죄율은 낮아지지 않는다.

궁극적 해법은 복지국가 건설을 앞당기는 것

범죄와 관련된 전문가들도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는 한, 범죄는 근절될 수 없다"고 한다. 범죄 예방의 사회적 인프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소득보장을 통한 양극화 해소와 안정적인 일자리의 제공이다. 강력 범죄나 성범죄에 대한 가장 좋은 예방책은 전 국민이 차별 없이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되는 보편적 복지국가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자녀를 둔 엄마들은 "우리 아이라고 이런 일 당하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느냐"면서 이제 두렵고 무섭다고 한다. 여의도의 상해사건 현장을 지나던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제 우리나라의 어디에도 안전한 곳이 없다는 생각에 아내와 딸 그리고 부모님과 여동생이 너무 걱정된다. 밤길이 무섭다"고 말한다.

아이를 둔 어느 엄마는 동네가 주택가인데 아이 웃음소리나 울음소리가 문밖으로 샐까봐 창문까지 꼭꼭 닫고 지낸다고 한다. "자는 애도 다시 보자, 잠긴 문도 다시 보자"라며 심지어는 이웃이랑 친하게 지내지 말아야겠다고, 모든 게 겁나고 무섭다고 한다.

최근 아이를 키우는 아주 평범한 엄마들이 모여 만든 '발자국'은 지난 4일 거리 집회를 시작으로 전국적인 집회를 열고 정부와 정치권에 강력하고도 효과적인 아동 성폭력 예방대책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잊을 새도 없이 반복되는 참혹한 아동 성폭력 사건에 분노한 엄마들이 직접 나서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이러한 목소리들이 바로 복지국가를 요구하는 또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복지국가를 만든다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담장을 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동구 밖까지 울려 퍼지는 것, 그리고 동네 골목에서 아파트 광장에서 마음껏 뛰어 놀도록 할 수 있는 것, 이것이 사람답게 사는 복지국가가 아니겠는가?

어려운 것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받으며, 꿈을 키우고 가족과 함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것, 그것이 바로 복지국가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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