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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안철수 출마는 기정사실, 그의 숙제는…

[이태경의 고공비행] '공정국가' 건설을 통해 특권과두제를 해체해야

안철수의 대선출마는 이제 기정사실이 된 것 같다. 박근혜 캠프와 새누리당을 정면으로 비판한 금태섭 변호사의 기자회견은 안철수 대선출마의 가장 확실한 증거이다. 안철수가 대선출마를 결심하지 않았다면 이런 기자회견은 전혀 불필요했다.

안철수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고 해서 탄탄대로가 펼쳐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안철수의 앞길은 첩첩산중이다. 대통령 선거에 국한시켜서 말하자면 안철수는 우선 민주당의 대선 후보를 꺾고 야권 단일 후보가 되어야 하고, 그 이후에는 새누리당 박근혜를 누르고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천신만고 끝에 대통령이 된 들 안철수 앞에 비단길이 펼쳐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안철수는 MB가 모든 부문에 걸쳐 만신창이로 만든 대한민국을 재건하는 데 올인해야 할 것인데, MB가 치세 동안 대한민국에 남긴 상처가 너무나 크고 깊어서 이를 아물게 하는데 자칫하면 임기의 대부분을 사용할 지도 모른다. 이 말은 개혁의 폭이나 속도가 안철수 본인이나 안철수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못 미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안철수의 집권이 박근혜의 집권저지나 MB실정의 설거지 정도의 수준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이 직면하고 있는 모순들의 크기와 폐해를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의 우선순위를 정하며, 정교한 솔루션을 마련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정상적인 발전을 가로 막고 국민들의 삶을 질곡으로 몰아넣고 있는 모순들의 순위를 정해 으뜸인 것부터 해소해내지 못한다면 참여정부가 그랬듯이 개혁은 난관에 봉착하고 말 것이다.

안철수는 특권과두제를 반드시 혁파해야

안철수가 대통령이 된 후 집중해야 할 개혁 과제 가운데 첫 손에 꼽을 만한 것이 대한민국을 완전히 사유화하고 있는 특권과두동맹을 혁파하고 특권과두제의 종언을 고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과두제(oligarchy)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 그리고 문화권력 등이 소수 엘리트에 의해 장악되고 이 소수 엘리트가 국가를 자신들의 일상사를 처리하는 위원회로 만들어 사적 이익 추구에 동원하는 정치체제이다. 특권동맹이 지배하는 국가에서는 국가-시민사회-시장 간의 건강한 균형과 견제 그리고 상호보완 작용이 완전히 무너진 채 특권동맹이 국가-시민사회-시장의 맨 꼭대기에서 특권동맹만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국가-시민사회- 시장을 재조직한다.

또한 특권동맹이 과두체제를 구성해 국가를 장악한 상태에서는 법도 특권동맹을 위해 해석되고 집행되며, 여론조작과 왜곡이 일방적으로 특권동맹에게 유리하게 일어나고, 게임의 룰과 각종 기회가 특권동맹의 이해에 부합되게 만들어지고 주어지며, 사회적 자원이 특권동맹 위주로 할당되고 배분된다. 특권과두제 국가는 특권동맹의, 특권동맹을 위한, 특권동맹에 의한 국가라 할 것이다.

특권과두제가 고대나 중세 혹은 현대의 제3세계 국가들에서만 발견되는 지배형태라고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정확히 특권동맹의 과두제가 지배하는 나라다. 87년 체제 성립 이후 한국사회의 성격을 가장 정확히 규정짓는 개념은 특권과두제가 아닐까 한다.

권위주의 정부 하에서 독재권력의 하위 파트너 역할을 하거나 하수인 역할을 했던 재벌, 금융엘리트, 정치 엘리트, 검찰 및 고위 경제 관료 등의 엘리트 테크노크라트, 조중동 등의 수구과점언론, 학자 및 연구자 등의 전문가 그룹 등은 민주화 등으로 인해 국가권력이 연성화 된 틈을 타 광범위하고도 강고한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선출된 권력을 압박하고 종내에는 제압하기에 이르렀다.

이 네트워크를 과두제라 명명하는 것은 정당하고 자연스럽다. 또한 이 네트워크는 정의·평등·자유·공화 같은 지고의 가치나 민주국가원리, 법치국가원리, 사회국가원리 같은 대한민국 헌법이 추구하는 국가구성원리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배타적 특권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특권동맹이라고 부르는 것이 온당하다. 과두제와 특권동맹을 합치면 특권과두제가 된다.

이 특권과두제는 한국사회를 자신들의 특권이 최대한 관철되는 사회로 완전히 재편했을 뿐 아니라 국가를 사실상 장악해 국가를 모든 국민이 아닌 자신들만을 위한 국가로 개조했다. 삼성공화국이니 검찰공화국이니, 밤의 대통령이니 하는 말들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표현들이다. 민주화 이후 점차 힘을 키워가던 특권과두제는 MB 통치기간을 지나는 동안 정점에 이른 느낌이다.

분명한 것은 특권과두제가 지금처럼 온존하는 한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다는 사실이다. 특권과두제 국가 안의 지배블럭은 특권동맹의 특권보장을 위해서 국가와 언론을 사유화하고 시민들의 정신을 노예화하며 법과 제도를 지배도구로 적극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 불의, 불공정, 반칙, 특혜, 부정, 부패, 비리, 유착 등이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사회가 이렇게 재편되면 시민들은 서로에게 이리가 되며 사회에 적대와 반목, 증오와 다툼이 만연하게 된다. 사분오열되고 구성원들이 서로를 적으로 간주하는 국가가 사멸하지 않을 도리는 없다.

이처럼 안철수가 대통령이 된 후 무엇보다 힘을 쏟아야 하는 개혁 과제는 바로 한국사회 질곡의 몸통이라 할 특권과두제의 혁파이며 특권과두동맹의 몰락이다. 그런데 무엇으로 특권과두동맹을 패퇴시키고 특권과두제의 종언을 고할 수 있을 것인가?

'공정국가'모델은 특권과두제의 경제적 토대를 허물 것

특권과두동맹을 약화시키고 특권과두제를 해제시키기 위해서는 정치·사법·사회·경제 등 모든 부문을 망라한 총체적인 솔루션이 필요할 것이다. 그 중 경제부문에 국한된 솔루션에 대해 소개하자면 '공정국가(fair state)'모델이 특권과두제를 해체시킬 묘방이 아닐까 한다. '공정국가(fair state)'는 바림직한 국가발전모델이 지녀야 하는 보편성, 구체성, 정합성, 역동성, 안정성, 효율성, 형평성 등의 가치들을 포괄하는 공정성(fairness)을 핵심가치로 삼는 국가발전모델이다. '공정국가'는 출발의 평등과 반칙 없는 경쟁, 공정한 경쟁을 통한 결과의 승인을 중요한 가치로 삼으며, 승자 재신임과 패자 부활전을 법과 제도로 보장하는 국가이다.

공정국가적 관점에서 본 대한민국은 부동산 및 주식 등의 불로소득이 창궐하고, 교육·의료·금융·사회적 안전망 등의 측면에서 기회균등이 전혀 보장되지 않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산업 간,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간의 불공정경쟁이 일반화된 나라다.

2012년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구성원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만드는 존재들은 '자본'이나 '신자유주의', '시장' 따위가 아니고 사회 전반에 만연된 '반칙', '특권', '불공정', '부정'이다. 따라서 '공정국가'는 사회 전체에 일반화된 '반칙'과 '특권'을 해체하고 공정성을 복원해 효율과 형평, 성장과 분배,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들을 구현하고자 한다.

'공정국가'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반칙'과 '특권'을 해소하고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해 3가지 원칙과 이 원칙들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패키지들을 가지고 있다. 3가지 원칙은 불로소득 환수의 원칙, 기회균등의 원칙, 자유경쟁의 원칙이다. 불로소득 환수의 원칙은 조세제도, 기회균등의 원칙은 사회제도, 자유경쟁의 원칙은 경제제도에 각각 대입할 수 있는 원칙이다.

이제 '공정국가' 모델의 3원칙과 이를 실현할 정책패키지에 대해 살펴보자. 불로소득 환수의 원칙은 불로소득은 근절하고 노력소득은 권장하는 조세제도의 원칙을 의미하는데, 사회적 폐단만 있는 토지 불로소득은 패키지형 세제개혁 및 토지공공임대제를 통해 완전히 근절하고 악성정도가 낮은 주식 불로소득은 자본이득세 신설 등을 통해 적정한 수준에서 환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토지불로소득의 사유화는 재정운용의 왜곡, 토건형 산업구조의 고착화, 각종 부정부패의 온상 역할, 경제위기의 초래 등 경제와 사회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악영향을 미친다. 주식불로소득 또한 주주이익 중심의 경영을 야기해 저투자와 비정규직 양산의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으며 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있다. 이 같은 토지불로소득 및 주식 불로소득을 환수한다면 경제적, 사회적 효과가 자못 심대할 것이다.

기회균등의 원칙은 지속적인 출발의 평등을 담보하기 위한 사회정책으로서 교육균등, 의료균등, 금융균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사회적 안전망(사회적 일자리 창출 포함) 등을 주요한 정책수단으로 채택한다. 국가가 교육·의료·금융균등 등을 통해 사회구성원들의 평등한 출발을 보장하는 한편 각종 사회적 안전망 및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튼실히 구축해 일시적 낙오자들을 돌보는 동시에 항상적인 패자부활전의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이 원칙의 취지다.

자유경쟁의 원칙은 재벌개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착취관계 근절, 신규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배려(법률 및 경영인프라 구축, 신용공여 등), 소속이 아니라 숙련에 따른 임금체계(비정규직 차별 철폐)마련 등의 정책수단들을 통해 기업 간, 산업 간, 노동 간 공정하고 효율적이며 자유로운 경제제도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공정국가'의 3가지 원칙은 '공정성'을 공통분모로 해서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예컨대 불로소득을 환수하면 창업이 활성화되고 기업들이 생산적 투자에 집중하게 돼 생산과 고용, 소비가 늘어 사회적 후생이 증진될 뿐 아니라 자유경쟁을 촉진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 또한 환수한 불로소득을 기회균등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회균등의 원칙 가운데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과 사회 안전망 구축을 제대로 구현한다면 기업들이 노동의 유연성을 담보할 수 있고 이는 자유경쟁의 원칙을 충족시켜 기업들의 국제경쟁력 제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자유경쟁의 원칙이 충실히 구현된다면 기업 간, 산업 간, 노동 간 양극화가 개선되고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이는 복지의 필요를 줄이게 될 것이다.

아울러 '공정국가'를 구현하기 위한 3가지 원칙 안에는 건강한 시장경제, 복지국가, 법치주의 등의 이상과 가치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기존의 좌파가 추구하던 평등·형평·분배 등의 가치와 우파가 추구하던 자유·효율·성장 등의 가치가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다.

'공정국가'는 출발이 평등하고 경쟁이 공정하며 공정한 경쟁의 결과가 존중되는 국가, 일회적인 경쟁의 결과가 사회적 신분을 확정짓는 것이 아니라 승자에 대한 재신임과 패자에 대한 부활전이 법적·제도적으로 보장돼 자유로운 신분이동이 가능한 국가, 반칙과 특권이 폐절되고 노력과 기여에 의해 평가받는 국가, 자본과 노동이 상생할 수 있는 국가, 대한민국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을 향유하도록 보장받고, 자신의 노력과 성취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는 국가를 지향한다.

'공정국가'모델을 국가발전모델로 삼는다면 '특권'과 '반칙'을 일삼으면서 경제적 지대(rent)를 수취해 온 특권과두동맹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다. '공정국가'는 특권과두동맹이 가장 두려워하는 '공정성'을 중핵으로 하는 국가발전모델이기 때문이다. 경제적 토대의 약화 없이 특권과두제를 해체시킬 길은 없다.

▲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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