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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노조, 언론의 책무와 자존감을 건 힘겨운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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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노조, 언론의 책무와 자존감을 건 힘겨운 싸움

[창비주간논평] 대선 정국에서 공정 보도를 바란다면…

"우리는 유권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했으나 실패했음을 인정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발생한 느리고, 반복적이며 알려지지 않은 고칠 수도 없는 이 아수라장의 공범이었음을 인정합니다. 저는 언론산업의 리더로서 잘못된 선거 결과를 만들고, 테러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며, 논란을 야기하고, 미국 정치구조의 변형을 보도하지 못한 실수를 범했습니다." (미국 드라마 <뉴스룸>에서)

MBC 노조의 파업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그들이 비록 제작 거부를 풀고 현업에 복귀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파업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측과의 아무런 협상이나 협의 없는 복귀는, 다만 파업의 형태를 바꾼 것뿐이다. 물론 제작 거부란 파업의 갖는 가장 상징적이며 실질적인 싸움의 방식이다. 그럼에도 MBC 노조는 가장 절정의 시기에, 가장 많은 시민사회의 연대와 지지와 조합원들의 참여가 만들어진 시기에 업무에 복귀하며 전략을 수정했다.

▲ MBC 정영하 노조위원장이 지난 7월 17일 총회 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MBC 노조는 다음날 업무에 복귀했다. ⓒ연합뉴스

총선 패배 이후 현업 복귀까지

현업 복귀 결정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MBC 노조를 비난하고 우려하고 걱정했다. 유래 없이 긴 파업기간과 또한 유래 없이 많은 시민의 지지를 받으며 '공정방송'이라는 기치를 건 '불법파업'을 진행하던 MBC 노조였다. 그들은 왜 격정적인 지지자들을 실망시키면서, 또 사측이 그러한 상황을 얼마나 활용할지 예상하면서, 현업에 복귀하는 조합원들이 받게 될 핍박과 보복을 감수하며 전략을 수정한 것일까? MBC 노조 역시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 변화는 기실 지난 총선 패배에서 비롯했으리라는 건 그리 어려운 추측이 아니다.

MB와 최시중, 김재철로 상징되는 언론장악과 공정방송 훼손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야권의 총선 승리와 방문진 이사진의 교체가 필수적인 요소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 비록 아슬아슬하기는 했지만 현 여권이 승리했고 이에 따라 MB의 김재철과 김재철의 MBC가 그대로 지속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MBC 노조로서는 그리고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사람들로서는 무척 절망적인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파업기간 내내 얻은 시민 지지와 김재철 개인의 비리들이 수면으로 부상하면서 다소나마 상황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대선을 앞둔 새누리당의 계산이 복잡해진 것이다. 적지않은 사람들이 노조를 지지한다는 것도 부담이지만 파업에 동조하지 않더라도 김재철이라는 인물이 MBC 사장으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여론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론은 대선을 앞둔 시점에 새누리당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노조의 입장에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에서 빠져나와 '선 복귀 후 김재철 사임'이라는 효과적이며 지극히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 있었던 기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또다른 김재철로 대체된다면

그래서 결국 새누리당은 노조의 이 무난한 시나리오에 합의하였을 것이다. 합의가 쉬웠던 이유는 아마도 또한 김재철을 사퇴시킨다고 해도 새누리당에서는 그를 대체할 만한 우호적인 인물을 찾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김재철에 대한 여론의 추이가 최종적인 결정요인이 된다. 새누리당이 아무리 MBC 노조와 김재철 사임에 대해 공감했다고 해도 김재철에 대한 여론의 추이나 MBC 노조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바뀌었다고 판단하면 그런 증빙 없는 약속쯤이야 언제든지 뒤엎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MB, 새누리당, 김재철 모두는 노조가 파업을 지속하는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대선 정국에서 MBC 하나쯤 없다고 해서 크게 불리한 상황이 아닐뿐더러 오히려 그들이 '공정'하게 방송을 하기로 한다면 무척 불리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가능하면 그냥 두고보겠다는 심산이었을 것이고 실제로 그렇게 해왔었다.

하지만 그들이 여기까지(적어도 김재철을 대체하는 것에까지) 밀려오게 된 까닭은, 노조의 노력과 시민들의 지지라 할 수 있다. 그것이 없었다면 파업이 얼마를 가더라도 이 싸움은 질 수밖에 없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MBC가 정상화되고 그들의 요구대로 공정하게 방송을 할 수 있는 힘은 오로지 스스로의 노력과 그것을 받쳐주는 시민들의 지지뿐이다.

책임감과 자존감, 공정언론의 동력

어떤 의미에서 새누리당이든 민주당이든, 정당과 정치인들이 정말 '공정한 방송'을 바라는가 하면,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들은 대개 공정한 방송보다는 우호적인 방송을 바랄뿐이다. 우리 역시 스스로는 공정함을 바란다고 하지만 그것은 착각일 경우가 많다. 우리는 각자의 이해관계에 얽혀 있고 그에 따라 빈번하게 공정과 우호는 뒤섞인다. 그러니 어쩌면 우리가 공정할 수 있을 때는 어떤 선택을 내리기 전, 어느 한쪽에 서기 전이거나, 최소한의 상식을 지키려고 노력할 때뿐이다. 그것은 무척 어렵고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꼭 필요한 일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우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그 공정함을 지키는 사람들을 선택해 어느 편에 서지 않고 다만 공정한 사실만을 전달하는 직업을 가지도록 했다. 바로 MBC 노조 같은 언론인들 말이다. 나는 비록 어느 편에 서게 되어도 적어도 언론에서는 나의 치우침을 확인하고 바로볼 수 있기를 원한다.

아마도 MBC 노조가 '공정방송'을 외칠 수 있는 힘은 그들이 언론인으로서 여전히 어느 편에 서 있지 않기 때문이라 믿는다. 또한 그들이 언론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상식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라 믿는다. 이것은 기계적인 중립과는 다르다. 이른바 미디어 엘리트로서의 책무이며 동시에 자존감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대선과 그 이후까지 '공정방송'의 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

"뛰어난 지성에 오랜 시간의 경력 그리고 흔들리지 않은 언론에 대한 헌신.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지금 소수에 불과합니다. 이 순간부터 방송되는 내용은 우리가 결정할 것이며 민주주의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를 잘 알고 있는 유권자라는 단순한 사실에 기반하여 방송할 것입니다. 더 넓은 관점에서 정보를 이해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너희가 뭔데 그런 결정을 하느냐고 물어보실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뭔데 이런 결정을 하느냐고요? 저희는 언론의 엘리트입니다."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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