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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적' 대출과 가계부채 폭탄,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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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약탈적' 대출과 가계부채 폭탄, 해법은?

[복지국가SOCIETY] '공정대출법' 만들자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한참 진행 중이다. 그리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소위 '민생행보'를 활발히 하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민주당의 대선후보들도, 그리고 박근혜 후보도 '가계부채 폭탄'에 대한 책임 있는 대안을 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가계부채 문제는 지난 몇 달간에 걸쳐서 신문지면에 가장 많이 등장했던 민생현안이다. 또한 서민들의 절박한 아우성이 담긴 가장 중대한 민생현안이기도 한데 말이다.

서민들의 절박한 아우성 - 약탈적 대출과 가계부채 폭탄

그렇다면, 가계부채 문제는 왜 논란이 되고, 서민들은 왜 아우성일까? 가계부채 문제가 '가계부채 폭탄'으로 언급되는 이유는 결론부터 말하면, 감당할 수 없는 규모와 감당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 더 세부적으로 말하면, 대외적 경기변동에 취약한 구조인 △변동금리 △일시적 만기상환 △가처분소득을 상회하는 규모이기 때문이다.

먼저 규모를 살펴보자. 가계부채 규모는 가장 최근 한국은행의 2012년 2/4분기 가계신용 조사(잠정) 발표에 의하면, 총 922조원 규모이다. 이중에서 은행권과 비(非)은행권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이 약 400조원 규모이다. 그리고 한국은행의 가계신용조사에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자영업 대출이 약 170조원 규모이다. 즉, 자영업 대출을 포함한 가계부채는 약 1,100조원 규모이다.

부채 보유 가구 중, 1분위의 가처분소득 대비 총부채 비율은 무려 902%

가계부채 문제를 '가계부채 폭탄'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는 가처분소득 대비 총부채 비율이다. 패널조사인 한국은행의 <2011년 가계금융조사>에 의하면, 전체 가구의 경우, 가처분소득 대비 총부채는 158%이다. 이 수치는 흔히 언론에서 많이 인용되는 수치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표-1]에 나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는 가계부채가 없는 가구를 포함한 '전체 가구'를 기준으로 하는 수치이다. 부채가 있는 가구만을 대상으로 하는, 부채 보유 가구를 기준으로 수치를 다시 살펴보면 매우 '경이로운' 수준이다.

[표-2]를 보면 부채 보유 가구만을 대상으로 했을 때, 가처분소득 대비 총부채의 비율은 220.6%이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가장 소득이 적은 1분위의 경우 가처분소득 대비 총부채의 비율이 무려 902.4%에 달한다는 점이다. 2분위 역시 가처분소득 대비 총부채 비율이 무려 313.6%에 달한다.

'만기 일시 상환' 대출이 1분위의 경우 55.4%에 달해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는 상환 방법이다. 역시 한국은행의 <2011년 가계금융조사>에 의하면 아래 [표-3]에서 볼 수 있듯이, 담보대출의 상환방법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만기 일시 상환 방식이다. 전체의 43.4%를 차지한다. 이중에서 소득이 가장 적은 1분위의 경우 무려 55.4%가 만기 일시 상환 방법이다.

만기 일시 상환의 비중이 높다는 것은 리스크가 특정 시기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또한 만기 일시 상환 비율이 높기 때문에 가계부채 폭탄은 동시에 부동산 가격 하락의 폭탄이 될 소지가 다분하며, 동시에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하는 가계 파산 폭탄의 요인이 되는 셈이다.

가계부채 폭탄의 공급측 원인 - 약탈적 대출과 '금융주도' 자본주의 그 자체

그렇다면, 가계부채 폭탄의 원인은 무엇인가? 먼저 질문을 던져 보자. 가계부채 폭탄은 이명박 정부 때문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가계부채 폭탄은 참여정부 때부터 자라났던 폭탄이며, 이명박 정부는 그것을 약간 확대-발전시켰다고 볼 수 있다. [표-4]를 보면, 노무현 정부 시절의 가계부채 증가 규모는 연 평균 52.2조원이었으며, 이명박 정부의 가계부채 증가 규모는 연 평균 77.15조원이었다. 규모의 차이가 있지만, '질적인' 차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가계부채 폭탄이 커진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말하면 '약탈적' 대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약탈적 대출이란, 상환할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대출을 통해 금융권이 이익을 챙기는 경우를 의미한다. 미국의 경우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에, <금융개혁법 제14장> 항목에 "모기지 개혁과 약탈적 대출 금지법"(Mortgage Reform and Anti-Predatory Lending Act)이라는 챕터를 따로 만들었을 정도로 '약탈적' 대출은 공인된 용어인 셈이다.

그런데, 우리는 가계부채 폭탄 이전에도 '약탈적' 대출의 전사(前史)를 알고 있다. 그것은 바로 2002년~2003년에 있었던 신용카드 대란이다. 상환능력과 무관하게 남발되던 신용카드는 '돌려막기'라는 유행어까지 만들어낼 정도였다.

당시 신용카드 대란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어 600만 명이 넘는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카드 대란에 대한 대책으로 강구되었던 것이 '결제 능력 심사 강화' 정책이었다. 이 정책은 몇 년간에 걸쳐서 강력한 효과를 보게 된다.

[표-5]는 신용카드 이용 실적의 연도별 변화추이를 보여준다. [표-5]를 보면 2002년에 357.6조원에 달하던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2006년에 이르러 91.6조원 수준으로 급감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금융권의 반응이다. 신용카드의 남발로 '짭짤한' 재미를 보던 금융권은 신용카드에 대한 결제능력 심사가 강화되자,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2005년~2007년에는 '부동산 버블'이 있던 해였다. 그래서 카드대란 때의 원리와 똑같이 상환 능력과 무관한 대출의 남발, 즉, 가계를 대상으로 하는 '약탈적 대출=과잉대출'로 방향을 전환한 셈이다. 바야흐로 가계부채 폭탄이 커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가계부채 폭탄의 원인을 이와 같이 진단할 때 가계부채 폭탄의 진짜 원인은 <'약탈적' 금융주도 자본주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금융의 본질적인 기능은 기업에 '자금 중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금 중개 기능을 매개로 하여, 선별기능과 감시기능을 하는 것이다.

IMF 구제금융 이전에 한국 은행권의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의 비중은 2 대 8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역전되어 7 대 3으로 바뀌었다. 소매(=소비자)금융 중심으로 전환된 것이다. 소매금융이 '선진금융'인양 떠들어댔던 각종 경제신문과 보수언론들, 재벌 산하 경제연구소들, 그리고 '금융허브론'을 주창하던 노무현 정부와 당시 경제 관료들이 신용카드 대란과 가계부채 폭탄의 최초 원인제공자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볼 때, 가계부채 폭탄의 진정한 극복은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의 가치를 위해, 참여정부의 한계와 과오에 대한 '근본적 성찰'에서부터 시작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가계부채 폭탄의 수요측 원인 - 서민들의 가처분소득 감소

▲ 그림 1.
[그림-1]은 가계부채 증가율과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함께 보여주는 그림이다. 그리고 이 그림은 동시에 가계부채 폭탄이 증가한 '수요측'(=금융 소비자측) 요인의 본질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가처분소득은 정체 및 축소되고 있으며, 그에 반비례하여 가계부채는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요컨대, 가계부채가 증가한 원리는 명백하다. 바로 서민들의 '지갑'이 비어있기 때문이다. 서민들은 실제로 '돈'이 없었기 때문에 금융권으로부터 돈을 빌린 것이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감안한다면, 가계부채 증가원인을 마치 국민들이 '부동산 버블-투기'에 한바탕 가담한 것에서만 찾고 있는, 경제지의 각종 칼럼과 분석 기사들은 정정되어야만 한다. 그러한 원인 분석은 고작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서민들의 가처분 소득 감소를 착목할 때만 비로소 온전한 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가계부채 폭탄 - 공정대출법 등의 제정으로 막을 수 있어

그렇다면, '가계부채 폭탄'이 터질 경우 무슨 일이 발생할까? 우선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① 만기 일시 상환으로 인한 서민들의 '지급 불능' 사태이다. 그리고 이러한 지급불능 사태는 ② 부동산 가압류-부동산 경매로 이어질 것이며 ③ 이러한 부동산 가압류-경매는 다시 서민들의 '주거권의 박탈'로 이어질 것이며 ④ 거시경제적으로는 부동산 가격 하락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⑤ 지급불능 사태에 직면한 서민들은 변영주 감독의 영화 '화차(火車)'와 같이 파산 및 잔혹한 채권추심의 상황에 내몰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적 방향 역시 분명하다. 첫째, 만기 일시 상환은 '장기 분할 상환'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고정 금리로의 전환과 사전 채무재조정(=Pre Workout)이 이뤄져야 한다.

둘째, 또한 부동산 '과잉' 가압류와 '과잉' 경매 역시 억제되어야 한다. 예컨대, 5억원의 집을 구입함에 있어서 3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는데, 은행에 5천만원을 갚지 못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경우 5천만원의 지급불능으로 인해 5억원의 집을 가압류하고 경매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채권자'에게 과도하게 유리한 조치이며 채권자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법제도가 과잉대출=약탈적 대출을 부추겼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러한 과잉 가압류와 과잉 경매 조치는 헌법 제16조가 규정하고 있는 '주거의 자유'가 너무 쉽게 무력화되는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과잉 조치는 제한될 필요가 있다.

셋째, 영화 화차와 같은 '잔인한' 채권추심을 원천적으로 막는 방안이 필요하다. 잔인한 채권추심이 작동하는 이유는 인센티브 구조 때문이다. 예컨대, 원래 1억원짜리 부실채권이었지만 은행이 채권추심업체에게 약 2천만원에 팔아 넘긴다. 그러면 채권추심업체의 입장에서는 1억원 모두를 되돌려 받게 될 경우 8천만원의 '추가적인' 이익을 볼 수가 있다. 바로 이 지점이 잔인한 채권추심이 작동하는 원리이다. 그렇기에 채권 추심 수수료의 공시 및 수수료 통제 등을 통해서 이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

민병두 의원(민주통합당, 정무위원회)은 위와 같은 대안적 내용을 담는 '가계부채 폭탄 제거'의 일환으로 공정대출법 제정안을 발의한다. 그리고 부동산에 대한 과잉가압류와 과잉경매를 막기 위해서 민사집행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채권추심의 인센티브 구조를 재설계하는 수수료 통제를 위해서 채권추심법 개정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 개정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공정대출법의 제정은 채권자와 채무자의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교정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공정대출법은 '금융 버전의' 근로기준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계부채 폭탄을 제거한다는 것은, 결국 '금융 주도'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는 것이며, 그것은 결국 채권자-채무자 사이에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법-제도를 통해 교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볼 때, 공정대출법의 제정은 동시에 경제민주화 담론에 '금융 정의 실현'이라는 화두가 추가된다는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 '약탈적 대출'의 폐해를 잘 보여준 영화 <화차>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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