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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안드로이드 전쟁, 일방 승리로 끝난다면…

[해외 시각] 우리는 IT 세계의 유일한 기업을 원하나?

24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애플과 삼성의 재판에서 애플이 완승을 거뒀다. 배심원단은 삼성의 스마트폰이 애플의 디자인 특허 등을 침해했다며 약 1조2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반면, 삼성이 제기한 애플의 특허 침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날 판결에 전 세계가 주목한 이유는 현재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을 대표하는 삼성의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항소 의사를 밝힌 삼성이 결국 패배한다면, 현재 9개국에서 벌어진 50여 건의 같은 특허 소송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 나아가 애플이 이번 판결을 바탕으로 삼성을 비롯해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를 사용하는 전 세계 제조사들의 제품의 판매를 금지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미국에 앞서 한국에서 내려졌던 애플-삼성 간의 특허 분쟁 판결과 더불어 각국이 '보호 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오는 상황이다.

30년 넘게 언론계에 몸담으며 IT 전문 기자로 잘 알려진 댄 길모어는 25일 <가디언>에 쓴 칼럼에서 애플과 삼성의 특허 분쟁이 시장뿐 아니라 일반 사용자들의 생활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특히 현재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애플에게 더 많은 무기를 쥐어준 이번 판결은, 향후 IT 생활을 하나의 기업이 통제할 수 있는 불안감을 던져준다고 길모어는 지적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원문 보기) <편집자>


ⓒ연합뉴스

애플-삼성 전쟁 이후의 세계는?

실리콘밸리의 배심원들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을 통제하려는 애플에게 온 세상을, 적어도 미국을 내줬다.

애플이 안드로이드 기반 시스템을 상대로 모든 곳에서 소송을 거는 작전을 펴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후 캘리포니아 산호세 연방법원에서 가장 이목을 끈 재판에 패배한 삼성은 확실히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결국 10억 달러의 배상액을 물게 되더라도, 이를 낼 여력이 있다.

그러나 이번 재판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애플이 전례 없는 독점 상태를 만들려 시도하면서 삼성이나 다른 제조사의 많은 IT 기기(의 판매)가 금지당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궁극적으로 패배하는 것은 IT 시장에서의 경쟁 자체가 될 것이고, 기존에 이미 지나치게 많은 힘을 가지고 있는 기업에 더 많은 힘이 모일 것이다.

재판정이 100쪽이 넘는 지시를 내릴 정도로 방대하고 복잡했던 재판에서 배심원들의 심의가 단 이틀 밖에 소요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들의 빠른 결정은 확실히 그들이 법정에서 마음을 굳히고 배심원 협의실에서 보낸 시간의 대부분을 20쪽에 달하는 확인란과 세부적 내용을 채우는 데 썼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문제가 되는 거의 모든 사안에서 배심원들은 애플에 원하는 것을 줬다. 배심원들은 (반대로) 삼성이 애플에 제기한 특허 침해 사안 모두를 기각해 애플이 지불해야 할 배상금은 없다고 평결했다.

결정적으로 배심원들은 애플의 특허 중 무효가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애플이 첫 아이폰을 출시했을 때 (기존의) 많은 발명을 가져왔다는 수많은 증거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는 부끄러운 일이다. 애플이 고삐 풀린 특허 제도를 남용함으로써 삼성 등의 많은 제조사들이 수용한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를 파괴하려는 계획에 총알을 쌓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배심원들의 결정은 3명의 한국 판사들이 유사한 재판에서 두 기업 모두가 서로의 특허를 침해했고 몇몇 (대부분 오늘날 시장에서 찾아보기 드물게 오래된) 제품을 진열장에서 치우라는 혼합된 판결을 내리고 하루 뒤 나왔다.

자, 난 삼성의 팬이 아니다. IT 세계의 다른 많은 기업들처럼, 삼성은 윤리적으로 의문이 가는 방식으로 행동했다. 그리고 삼성은 분명히 아이폰의 기능 상당 부분을 모방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지만 위대한 예술가는 훔쳐온다"는 피카소의 격언을 인용한 것으로 유명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애플의 팬도 아닌 것 같다. 애플은 이제 IT 업계에서 다른 기업을 가장 괴롭히는 존재이며,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세상의 최전선에서 우리의 미래 IT 기기 이용을 제한하는 데 자신들의 막강한 권위와 방대한 현금을 사용한다.

결국 애플은 잡스가 생전 '핵전쟁(thermonuclear war)'이라는 말을 써가며 계획했던, 안드로이드 진영과의 대결에서 항복 문서를 받아낼 생각이다. 애플이 성공한다면, 모든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이 애플에 특허 사용료를 내든지, 애플이 재판을 통해 다른 제조자들이 경쟁하기에는 감당하기에는 너무 비싼 배상금을 얻어낼 것이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폰이 판매 제품 숫자에서는 앞서지만) 금융 지배력과 태블릿PC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애플은 극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올라설 것이다. IT 기기 사용자들은 많은 이유 때문에 이러한 시나리오를 우려해야만 한다.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가 가장 무자비하게 굴었던 1990년대보다 더 우리가 IT 기술을 사용하는 방식을 통제하길 원한다. 애플은 자신들의 운영 체제를 걸어 잠그고, 자신들이 만든 포털(앱스토어)을 통해서만 애플리케이션을 구입하라고 요구하며, 개발자들이 자신들의 사업에 더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일을 하려고 할 때 경쟁을 제한한다. 그리고 애플이 (시장에서 공평한 경쟁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진 TV가 있는) 우리들의 거실로 영역을 넓혔을 때, '우리가 그런 영향력을 가진 유일 기업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애플의 팬들만이 그런 전망에 열광한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기업의 품에 안겨 살아가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자신들이 더 안전하고 부드럽게 (새로운 혁신을) 경험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자신들이 쓰고 싶은 방식대로 IT 기기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 이들은 (이러한 상황에) 덜 매혹된다. 우리는 애플, 혹은 IT를 이용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통제하려고 하는 어떤 기업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바로 우리가 향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곳이다.

특허의 어떤 점이 애플에 그런 힘을 줄까? 또 하나의 애플 대 안드로이드 사건을 맡은 연방 판사 리처드 포스너는 (구글의 모토로라 사업부가 연관된 재판에 대해 무효 결정을 내리고 나서) 현재의 특허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며 정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는 하지만 당장의 시스템에 매여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애플이 혁신, 그리고 모든 IT 기업들이 과거의 성공을 바탕으로 새워지는 과정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선로를 벗어난 특허 제도를 남용할 수 있다면,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이 기업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얻었던 것보다 더 큰 힘을 쥐게 될 것이다.

서울과 산호세 그리고 전 세계에서 벌어진 재판은 모두의 미래에 관한 것이다. IT 분야에서의 경쟁을 믿는 이들에게, 그리고 우리가 IT 기기를 이용하는 방식에서의 자유를 원하는 이들에게 지난 금요일의 사건은 확실히 절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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