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촉발된 한일 갈등을 장기전으로 끌고 갈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일본은 21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주재하는 각료회의를 통해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과' 발언 등에 대한 대응 조치를 모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독보 방문 직후 나왔던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방안의 경우 각료회의 이후 제소 제안을 담은 구상서를 한국 정부에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
ICJ에 가입해 있는 한국은 강제관할권 유보 권한을 갖고 있어서 재판에 강제로 참여할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한국이 제소 불응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면 일본은 1965년 한일협정 당시 교환 공문에 따른 양자 조정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구상서를 국제사회에 공개하는 방안 등을 통해 독도 문제를 영토분쟁화 시키는데 주역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각료회의에서는 또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의 중단 또는 규모 축소, 한국 국제 매입 방침 철회라는 경제적 압박 카드, 올해 10월 유엔(UN) 총회에서 한국의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선출을 지지하지 않는 방안 등도 검토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오는 9월로 정기인사에서 주한 일본대사의 지위도 격상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부국장급인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현 주한대사의 후임으로 차관급인 벳쇼 고로(別所浩郞) 정무 담당 외무심의관이 내정됐다. 앞으로 한일 외교에 보다 무게를 싣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일본은 또 9월 인사에서 주미대사와 주중대사까지 한꺼번에 교체할 계획으로 알려져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동북아 외교를 전면 쇄신하는 작업에 착수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국은 '독도는 영유권 분쟁 대상이 아니'라는 기존의 방침에 따라 일본의 ICJ 제소에 거부 입장만을 밝혔을 뿐 추가 대응을 피하고 있다. 17일 노다 총리가 이 대통령에게 독도 방문과 '일왕 사과'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서한을 보내면서 이를 외무성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외교 결례를 범했지만 서한에 대한 답변이나 항의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민감한 주제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택한 셈이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초래될 외교적 갈등에 대한 대비가 미미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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