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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

[한윤수의 '오랑캐꽃']<395>

고무줄 만드는 공장.
베트남 여자들 간에 충돌이 있었다.
발단은 사소했다.

기숙사 목욕탕에 샤워기가 하나다.
그 샤워기 밑에 샴푸가 담긴 대야가 얌전히 놓여있었다.
A는 무심코 대야를 치우고 샤워를 시작했다.
문이 열렸다.
"내가 맡아 놓았는데 왜 니가 먼저 해?"
B가 소리 지르며 빗자루를 던졌다.

다음날
A가 기숙사 방문을 여니, B가 물을 마시고 있다.
순간 어제 일이 생각나 침을 뱉었다. 땅바닥에!
B는 분했다.
자기한테 뱉은 게 분명해 보이니까.
"이게 나를 *우습게 봐?"
B는 마시던 물을 A의 얼굴에 끼얹고, 그릇을 면상에다 대고 찍었다.

플라스틱 그릇이 깨져 산산조각 나고,
이마와 코에서 피가 흘렀다.

파출소에서 순경이 왔다 갔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과장이 두 사람을 불러 *화해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8일이 지났건만,
가해자는 치료비도 안 주고 위로의 말 한 마디 없었다.
여자의 얼굴에다 24 바늘이나 꿰매게 해놓고!

기막힌 것은 가해자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여느 때처럼 공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경찰에서도 회사에서도!

나는 진단서를 떼어 오라고 시켰다.
그러나 회사 앞에 있는 병원에서는
"과장한테 떼어주었어."
하며 진단서를 떼어주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다른 병원에서 진단서를 때어 경찰서에 고소했다.

나는 B의 다음 행동을 기다리고 있다.

치료비만으론 부족하다.
성형수술비까지 주지 않으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우습게 봐? : 그 회사에는 원래 ABCD 네 명의 베트남 여자가 있었다. ACD는 B를 왕따시켰다. B의 성격이 좀 모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CD가 다른 회사로 가버렸다. 혼자 남게 된 A는 이때부터 코너에 몰렸고 B로부터 공격받게 된 것이다.

*화해 : 작년에도 B는 A의 팔을 물어 큰 상처를 낸 적이 있다. 그때는 다 잊어버리기로 하고 화해했다. 그러나 이제는 화해할 생각이 없다. 상습범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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