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사회의장이 나란히 노조가 강렬히 반대해 온 인물들로 구성돼, 대선을 앞두고 다시금 KBS와 MBC는 논란의 한복판에 들어오게 됐다. 두 방송사 사장 교체 여부가 대선을 앞두고 결정되기 때문이다.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 연임…'김재철 체제' 지속?
▲김재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26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 의원들의 질의에 물을마시고 있다. 김 이사장은 지난 25일 문방위 출석이 예정되었지만 건강과 일신상의 이유로 불출석했다. ⓒ뉴시스 |
야권 추천 이사로는 최강욱 변호사, 권미혁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선동규 전 전주 MBC 사장이 선임됐다.
이로써 9기 방문진 이사진은 언론계 안팎의 예상대로 기존과 마찬가지로 여권 이사 6명과 야권 이사 3명 구도로 짜여졌다.
특히 연임된 3명의 이사는 지난 3월 야당 측 이사들이 낸 김 사장 해임 안을 부결시켜, 단순히 MBC 사태를 방관하는 게 아니라 '김 사장 지킴이'에 나선 인물들이란 이유로 일각에서는 "MBC 사장 교체가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엄기영 전 MBC 사장이 사장직에서 물러나고 김 사장을 새 사장으로 선임한 이사진 역시 이들이다.
언론계 일각에서는 김용철 전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두 여당 추천 이사도 청와대가 지지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민주언론실천시민연합은 이날 곧바로 논평을 내 이번 인사가 지난 6월 말 여야 개원협상 당시 여야 합의의 "파기 선언"이라며 나아가 "지속적으로 MBC를 혼란에 빠트리고 장악해 다가오는 대선에서 새누리당에 유리한 언론지형을 형성하겠다는 정권과 새누리당, 특히 유력한 대선 후보인 박근혜 의원의 속내를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야당 상임위원인 방통위 김충식·양문석 위원은 전체회의 후 보도자료를 내 "여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다수의 힘을 앞세워 김재우, 김광동, 차기완 등 현 방문진 이사의 연임을 밀어붙였다"며 "MBC 파업사태에 책임이 있는 이들의 연임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노조의 입장은 미묘하게 엇갈린다. MBC 노조는 성명을 내 재선임된 방문진 이사들의 역할이 "김 사장 체제 지키기"라는 평가를 내리고 청와대를 비판했으나, 나머지 여권 3명의 이사들에 대해선 논평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6대 3 구도는 현 체제에선 바뀌기 어려웠으며, 새로운 이사진이 8기 방문진의 여권 이사들과는 다른 성향의 인물들이란 평가였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여당이 추천한 3명의 이사진은 기존 이사진과 생각이 다른 것으로 안다"며 "노조가 복귀할 때 밝힌 대로 상황이 진행될 것(김재철 사장 해임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KBS는 여전히 안갯속
한편 같은 날 KBS 이사진도 새로운 구성이 이뤄졌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여야 7대 4 구도가 변함 없다.
여당 추천 이사로는 이길영 KBS 감사, 이병혜 전 KBS 아나운서, 양성수 전 KBS 아트비전 사장, 임정규 전 KBS 기술본부장, 한진만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최양수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이상인 변호사가 선임됐다.
야당 추천 이사로는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 김주언 전 기자협회장, 이규환 전 KBS 정책기획센터장,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가 선임됐다.
▲이길영 KBS 감사. ⓒ뉴시스 |
캐릭터가 이사장을 맡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이유다. 이 감사는 전두환 군부독재 당시 보도국장을, 노태우 정부 때는 보도본부장을 맡은 인물이다.
KBS 새노조는 성명을 내 이 감사가 "대구경북한방산업진흥원 원장으로 재직중일 때 친구 아들을 부당한 방법으로 채용했고 이로 인해 감사원 감사 시 적발돼 감봉3개월의 중징계도 받은 인물"이라며 "방통위가 이런 인사를 KBS 이사에 앉히려고 청와대에 추천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KBS 이사진 선임은 새로운 KBS 사장 선임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계돼 있어, 대선을 앞두고 언론계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KBS는 오는 11월 새 사장을 선임해야 한다. 다만 현재로선 KBS의 새로운 사장 선임 방향을 예단하긴 어렵다.
김현석 KBS 새노조 위원장은 "이길영 감사가 어떤 식으로 이사회를 운영할거냐를 논하기 이전에, 인물 자체가 KBS 이사를 맡기 부적절하다는 점이 문제"라며 "아직은 정치적 문제를 논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KBS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도 "이 감사가 5공 시절 (김인규 사장과 마찬가지로) KBS 보도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지만, 김 사장과 개인적인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현재로는 KBS 이사진이 이전보다 나빠졌다, 좋아졌다고 평하긴 이르다"고 설명했다.
다만 11월 이전까지 KBS 경영진의 새노조에 대한 공세가 지속될 것이고, 이번 이사진 개편이 이런 상황을 제어하는 구심점이 되길 기대하기란 현재로서 힘들다. KBS는 새 이사진 선임안이 나온 날 김현석 위원장을 해고하고 홍기호 부위원장은 정직 6개월의 중징계에 처했다. 장홍태 사무처장, 윤성도 정책실장, 오태훈 조직국장, 이철호 선전국장도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성재호 특임국장, 김경래 편집주간이 정직 2개월을, 김우진 노사국장, 강윤기 공추위 간사는 정직 1개월에 처해졌다. 100일 간의 제작거부를 이끌었던 황동진 전 기자협회장은 정직 4개월, 정윤섭 전 기자협회 부회장은 정직 1개월에 각각 처해졌다.
사측은 당초 새조노와 합의 당시 "징계를 최소화하겠다"는 데 합의했으나 곧바로 새노조에 파업 책임을 묻기 시작한 것이다. KBS 새노조는 이사진 선임 등 관련 문제를 놓고 31일 정오에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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