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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후보들, 임박한 경제위기 어떻게 넘을지를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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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후보들, 임박한 경제위기 어떻게 넘을지를 말하라"

[복지국가SOCIETY] 대통령을 선택하는 기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공식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우리가 대통령 선거에서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많은 국민들의 삶과 우리의 미래가 막대한 영향을 받게 된다. 이건 분명하다. 압도적으로 늘어난 자살률, 청년실업, 대학등록금, 늘어나는 민생불안과 줄어드는 국민행복, 이 모든 게 지난 대선 때 이루어진 순간의 잘못된 선택에 상당부분 기인한다. 이번 12월 19일의 선택에서 우리는 무엇을 근거로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한 번 생각해 보자.

주요 후보들의 출마 선언문을 통해 본 선택지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후보들에 대한 공식적인 판단기준으로는 역시 후보들의 출사표인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문'을 분석해보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통상 출마 선언문은 각 후보를 돕는 캠프의 핵심 참모들이 심혈을 기울여 작성하고, 최종 발표까지는 여러 번의 수정과 보완을 거치면서 후보 개인의 인생관과 철학을 담아 완성된다. 또한, 출마 선언문은 각 후보가 인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상황을 기술하면서 그가 만들어 가고자 하는 차기 정부의 방향을 제시하는 장이 된다.

출마 선언문에서는 오천만 국민의 행복 플랜(박근혜), 사람이 우선이다(문재인), 저녁이 있는 삶(손학규), 내 삶에 힘이 되는 나라(김두관) 등에서 보는 것처럼, 각 후보가 국민에게 제시하고자 하는 주제어가 함축적으로 담긴 문구가 제목으로 강조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제목이나 슬로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주요 후보들의 출마 선언문들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면, 그 내용들이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일자리다. 고용률 중심의 국정운영체제(박근혜), 일자리 정부(문재인), 완전고용 국가(손학규), 일자리와 연계한 조세감면과 공제제도(김두관) 등이 그것인데, 이는 일자리가 대선의 당락을 결정한 핵심적 문제이고 시대의 화두인 점을 반영한 것이다. 다음으로 경제민주화다. 지난 대선 때의 '줄·푸·세' 공약을 철회하지는 않았지만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경제 질서의 확립'을 외치며 좌측으로 이동한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분배와 재분배를 강화하겠다는 문재인 후보, 기업의 소유와 지배 구조를 정상화하겠다는 손학규 후보, 그리고 서민과 중산층의 매월 생활비를 50만 원씩 줄여주겠다며 생활의 경제민주화를 강조한 김두관 후보의 경제민주화에 이르기까지 방향과 강도는 다르지만, 이제 경제민주화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우리시대의 과제가 되었다.

복지 확대를 통한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등으로 강한 복지국가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후보, 국가가 노후를 보장하도록 하겠다는 김두관 후보, 반값등록금·공정임대차·무상보육 등의 복지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손학규 후보, 이에 대해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주장한 박근혜 후보 등은 모두 국가복지의 확대를 공약하였다. 출마 선언문으로만 본다면, 이제 복지는 적어도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의 과제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복지의 개념도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선별적 복지가 아니라 다수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복지로 확실히 정립되는 양상이다. 이제 남은 것은 각 후보들이 어느 정도의 예산을 실제로 마련하여 보편적 복지를 내실 있게 관철할 것인지, 그리고 누가 진짜로 복지국가를 만들려는 확고한 의사를 지니고 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다.

남북관계를 포함한 동북아 평화체계의 구축도 공감대가 이미 형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박근혜), 한반도 평화 공동체(손학규) 등을 넘어 좀 더 구체적으로 북한의 지하자원을 공동으로 개발하자는 한반도 경제공동체(김두관), 한반도 평화와 남북협력을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자(문재인)는 차기 정부의 구체적인 남북 간 경제협력 방안까지 제시되고 있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차기 정부에서는 현재와 같은 남북 간의 긴장관계가 아니라 남북 평화체계를 중심으로 대북정책이 추진될 것이며, 개성공단이나 남북철도 연결, 금강산 관광 등 민주정부 시기에 추진되었던 각종 교류 정책들이 다시 재개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차기 정부가 맞을 경제위기를 어떻게 넘을 것인지 말해야

대선 주자들이 공통적으로 놓치고 있는 게 하나 있다. 바로 눈앞으로까지 다가온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그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어느 후보도 제대로 주목하지 않는 것 같다. 경제위기를 뚫고 차기 정부가 열어 가야할 새로운 시대가 무엇인지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다. 세계적 경제위기의 도래는 굳이 전문가가 아니라 해도 누구나 알만한 것이다. IMF 구제금융 시기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남부 유럽의 그리스, 스페인, 이태리가 위기에 처해있다. 유럽 발 경제위기는 미국의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고 있고,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제도 난관에 처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수출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전자를 제외하고 선박을 비롯한 석유, 철강, 기계 등 우리의 5대 주력 수출 품목이 모두 수출 감소세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안으로도 심각한 경제위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음이 연일 울리고 있다. 현 정부 들어서만 수십 차례의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과 미분양 아파트의 정부 매입 등의 지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매매를 해도 전세 보증금조차 갚을 수 없는 깡통아파트가 속출하고, 시장은 얼어붙어 마치 터지기를 기다리는 폭탄 같은 존재가 되었다. 부동산 가격 폭락이 가시화될 경우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100조원의 부동산 대출을 포함하여 1,0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 담보 대출을 안고 있는 가정들은 부도를 낼 것이고, 서민경제는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다.

15년 전 IMF를 극복하면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나 의료급여법의 제정 등의 일부 사회안전망을 갖추었지만, 우리나라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더욱 강화하였고, 주주자본주의의 강화와 대기업 중심의 경제체제를 더욱 고착화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기에 노동의 유연화는 가속화되었고, 비정규직이 급증하였다. 소득의 양극화, 자산의 양극화, 일자리의 양극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교육의 양극화까지 우리사회는 심각하게 나뉘어졌다. 재벌규제를 외쳤지만 실효성은 없었고, 오히려 경제력의 집중을 강화시켰을 뿐이었다. 이제 차기 정부를 맡을 대권주자들은 이러한 우리나라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어떻게 차기 정부 기간 동안 이를 극복해 나갈 것인지도 말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대통령 선택 기준: 위기를 넘어 시대정신을 구현할 미래 비전

대통령 중심제는 차기 정부 기간 동안 우리 국민들이 만들고자 기대하는 나라를 만들 수 있도록 국민의 총의를 모아 대통령을 선택하고, 그에게 국민들의 권한을 위임하는 제도이다. 대통령 선거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정책 방향을 선택하는 국민투표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7년 대선에서는 대통령 선거의 긍정적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여, 우리 국민들이 겪지 않아도 될 어려움을 너무 많이 겪었다. 이러한 선택의 결과는 현 대통령의 임기 만료와 동시에 끝나지 않고 여러 형태로 다음 시기에까지 계속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러한 과오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잘 뽑아야 한다.

우리 국민은 무상급식이 화두가 된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올바른 선택을 통해 무상급식 혜택뿐만 아니라 보편적 복지를 여야 정치권이 받아들이도록 하는 큰 성과까지 이루어냈다. 이후 정치적 선택을 통해, 우리 국민은 주요 정당들이 보편적 복지를 당헌에 명시하도록 강제했고, 참여정부 시기의 연간 2조원 규모의 무상급식 단계에 이어 최근에는 연간 8조 2천억 원 수준으로 무상보육이 확대되도록 하였다. 그러나 진흙탕의 정쟁과 네거티브 비방전으로 치러진 2012년의 4.11총선에서는 우리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얻은 게 거의 없다.

천문학적인 선거비용이 지출되는 대통령 선거를 지난 총선처럼 그렇게 허망하게 지나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 누가 당선되는지, 어느 당의 후보가 당선되는지, 그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대통령이 만들어갈 대한민국의 구체적인 모습, 즉 내가 대통령이 되면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 이게 중요하고, 이것이 확고한 대통령을 뽑아야 그로 인해 나의 삶이 바뀌게 된다. 오지 않으면 좋겠지만, 현재로서 경제위기의 도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우리는 또 다시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할 게 분명하다. 유능한 지도자는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켜낼 확고한 미래 비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번 대통령 선거 과정은 다가올 경제위기 상황과 국제 정세의 변화에 대한 후보자들의 과학적 전망과 확고한 대응 전략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채워져야 한다.

▲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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