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흔히 하는 말.
"한국 사람은 도무지 나이를 모르겠어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 역시 외국인의 나이를 모르겠다.
특히 수염을 기른 남자의 나이는 죽어도 모른다.
매일 봐도 그렇다.
마흔은 분명히 넘어 보이는 방글라데시인이 왔다.
웬 걸, 34 살이다.
수염도 안 길렀는데 6살이나 늙게 보다니.
주여, 이 눈을 엇다 쓰리까?
나이배기의 문제점은 구직활동기간(3개월)을 이용하여 방글라데시에 다녀온 데 있다.
작년 12월 말에 출국했다가 이제 막 들어왔으니 5개월 13일 만이다.
왜 갔다 왔을까?
그의 말에 의하면 엄마는 심장병, 아내가 유방암에 걸려서 간호하느라 다녀왔단다.
하지만 외국인노동자가 이렇게 오래 나가있을 수가 있나?
없다.
이미 *불법 신분이 된 지 오래다.
그럼 우리 센터에는 왜 왔나?
1. 자신한테는 딱한 사정이 있고
2. 우리 센터는 외국인을 잘 봐주니까
둘이 힘을 합하기만 하면, 불법을 다시 합법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터무니없이 낙천적인 생각에서 온 것이다.
인도 계통이 좀 그런 경향이 있지만, 방글라데시도 대단히 주관적이다.
"식구들이 아팠고 돈도 많이 썼거든요."
가족이 두 명씩이나 아픈데다가, 돈도 천 8백만 원이나 썼으니 봐줄 수 있지 않느냐는 얘기다.
말 된다.
불쌍한 사람 봐주는 건 좋은 일이니까!
하지만 나는 법을 아는 사람으로서 냉정하게 말할 수밖에 없다.
"그건 당신 사정이지."
그가 다시 애절한 눈빛으로 호소했다.
"어떻게 안 될까요?"
"안 돼."
"변호사를 사도 안 될까요?"
"변호사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이 와도 안 돼!"
오해 마시라.
내가 본의 아니게 이명박 대통령을 언급하는 것은 그 소리를 해야 외국인들이 결정적으로 알아듣기 때문이다.
그 역시 알아들었다.
이제 그의 앞엔 두 길밖에 없다.
출국하든지,
불법으로 일하든지.
*불법 신분 : 3개월 구직기간을 초과했으므로 불법 신분이다. 그럼 불법이 어떻게 입국했나? 여권과 외국인등록증 상에는 체류기한이 지나지 않아서 입국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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