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 초기부터 사고와 고장이 잦았던 고리 1호기는 국내 전체 원전 고장·사고의 20%가 집중될 만큼 문제투성이 원전이다. 이번이 무려 129번째로 매년 평균 3~4회씩의 사고가 발생했다. 고리 1호기는 지난 2007년 설계 수명을 연장할 당시에도 원자로가 파괴 시험을 견디지 못하자 비파괴 검사인 초음파 검사를 통해 편법으로 수명을 연장했다. 사람으로 치자면 조직검사에서 암 진단이 나왔는데 초음파 검사를 통해 암이 아니라는 판정을 한 셈이다. 게다가 35년째 운영중인 노후화된 고리 1호기의 압력용기는 유리처럼 깨지기 쉬운 위험한 상태에 처해 있다.
▲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와 탈핵울산시민행동 등 반핵단체 회원들이 지난 11일 오전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전 앞에서 고리1호기 폐쇄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
IAEA의 안전성 검사, 믿을 수 있나
고리 1호기의 중대 사고와 본질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다. 한수원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불러들여 안전조사를 하게 한 이후 이를 통해 재가동 명분을 얻고자 했다. 지난 11일 IAEA 조사단이 일주일간의 조사를 통해 '고리 1호기의 발전설비 상태가 양호하다'고 발표하자 몇몇 보수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재가동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러나 환경단체, 지역주민, 부산시의 반박은 물론 원자력안전위원회 강창순 위원장조차 "조사단 8명이 와서 일주일 조사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며 "고리 원전 1호기에 대한 IAEA의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 IAEA의 짜맞추기식 발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IAEA는 국내에서 핵관련 안전성 논란이 있을 때마다 한수원과 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이용해왔던 집단이다. 지난 2007년 고리 1호기 수명연장 안전성 평가,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의 안전성 평가, 95년 굴업도 핵폐기장 부지의 평가를 통해 당시 크게 사회적 논란이 된 사건마다 IAEA는 안전하다는 면죄부를 발행해주었다. 그러나 경주 방폐장은 연약 지반 탓에 하루 3000여톤의 지하수가 새어나오는 문제로 30개월 공사기간이 세차례에 걸쳐 84개월로 연장되었으며, 굴업도 핵폐기장은 IAEA 조사 몇달 이후 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부지로 적합하지 않은 활성단층이 발견되었다며 건설 계획이 백지화됐다. 아직도 사고가 계속되고 있는 고리 1호기는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사고 위험 직시하고 대체 방안을 찾자
고리 원전 반경 30km에는 340만명의 인구가 밀집해 있다. 고층 빌딩과 아파트가 빽빽이 들어찬 해운대가 불과 20km 반경에 있다. 전세계적으로 인구가 이렇게 밀집된 곳에 5기 원전이 가동중이고 7기가 건설중이거나 계획중인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사고가 났을 경우 그 피해도 심각할 수밖에 없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5월 일본 칸사이가쿠인(關西學院)대학의 박승준 교수와 연구 조사한 원전 사고피해 모의실험에서는 고리 1호기에서 사고가 나면 1년 안에 급성 사망으로 8만 5천명이 사망하고 최대 85만명이 암으로 사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고 수습과 폐로(廢爐) 및 제염(除鹽) 등을 제외하고 인명피해로 인한 손실액과 피난비용만 628조원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35년 전 박정희정권이 민족중흥의 불이라며 추앙했던 고리 1호기가 이제는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되었다. 정부와 한수원은 여름철 전력난을 구실로 고리 1호기 재가동을 추진하겠지만 고리 1호기가 전체 전력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밖에 되지 않는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사회가 전체 원전 54기를 중단하고도 대규모 정전사태 없이 지내왔던 것에서 보듯이 에너지 수요관리와 체계적인 절전 시스템을 통해 고리 1호기는 대체할 수 있다. 국민의 79%가 고리 원전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후쿠시마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탈핵으로 가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고리 원전 1호기는 당장 폐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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