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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대세 하락, 나빠도 너무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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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부동산 대세 하락, 나빠도 너무 나쁘다

[이태경의 고공비행] 경제 파국 피할 유일한 해법, 부동산 연착륙

유로존 재정위기로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경제의 글로벌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다 보니 대한민국도 유로존 위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형편이다. 아니 자유롭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수출에 사활을 거는 개방형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에 유럽의 재정위기는 재앙에 다름 아니다. 시작단계에 있을 뿐 아니라 어느 수준까지, 어떻게 전개될지 짐작하기도 어려운 유로존 재정위기만 문제가 아니다. 이미 가시화되고 있는 미국의 더블딥과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중국의 경착륙도 세계 경제를 파국으로 몰아넣을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글로벌 경제여건이 시시각각 악화되는 가운데 대한민국호는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일엽편주와 같은 신세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리고 대한민국 일국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을 선제적으로 취해 외부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 국외에서 벌어지는 글로벌 경제변수야 대한민국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얼마나 선제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의 차이는 매우 클 것이기 때문이다.

대세하락이 시작된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

글로벌 경제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과제 중에서 손에 꼽히는 것이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이다. 기실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는 그리스나 스페인 등의 경제위기는 부동산 투기와 그로 인한 가격급등이 금융과 부적절하게 결합한데서 기인하는 바 크다. 투기공화국이라고 불러도 하등 이상하지 않을 대한민국도 부동산 붐 앤 버스트의 위험이 엄존한다.

물론 참여정부가 힘써 만든 종합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다른 선진국들보다 지난 10년간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현저히 낮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연소득이나 국민총생산 등과 대비해서 대한민국의 부동산 가격-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이 워낙 높은 수준인데다 2006년 이후 가파르게 상승해 거의 400조원(가계부채는 1,000조원)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을 감안하고 가처분 소득의 1.5배에 달하는 가계부채와 빠르게 늘어나는 연체율 등을 고려할 때 대한민국의 부동산 시장에도 이미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MB정부는 임기 내내 부동산 가격을 지탱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들을 모두 동원했지만, 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인플레이션 등을 반영할 때 2005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미 부동산 시장의 대세하락은 불가역적인 추세로 보인다. 경제성장률, 산업구조, 인구의 증감 및 인구의 구성, 도시화 정도, 취업률, 실질구매력 등 부동산 시장을 규정짓는 요소들도 거의 모두 가격 하락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최배근(2011)에 따르면 '"인구와 성장 요인을 결합한 것이 핵심노동력을 비생산인구(연소인구+노인인구)로 나눈 '역부양인구비율'인데, 이 비율은 (주택)자산시장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예를 들어 미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국가들의 경우 역부양인구비율이 하락하는 시점과 자산시장의 붕괴가 정확히 일치했다. 한국은 2010년 이후부터 역부양인구비율이 하락하고 있는데, 가계부채와 깊은 연관성이 있는 주택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한 배경이다. 이처럼 한국 경제는 일본이 20년 전에 겪던 자산 버블의 붕괴와 인구 오너스의 결합이 막 도래해 장기 불황이나 침몰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의 대세하락 시점이 너무 나쁘다는 것이다. 부동산 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 부채 규모가 GDP의 80%를 넘는데다 유로존의 재정위기를 비롯한 치명적 외부 위협요인이 너무나 많은 타이밍에 부동산 시장의 대세하락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건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가계 자산의 80%이상이 부동산인 나라, 생산과 고용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세계최고 수준인 나라에서 부동산 시장이 금융부문과 함께 붕괴될 지도 모르는 위기국면이 펼쳐지니 이처럼 엄중한 상황이 달리 또 있겠는가?

차기정부는 부동산에 관한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국민경제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고 금융과 연결돼 있다 보니 차기 정부는 각종 부양책을 동원해 부동산 시장의 가격 하락을 막으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대세하락은 정부의 정책을 가지고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며 이미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부양책도 바닥난 상태다.

차기정부는 불가항력적인 부동산 시장의 대세하락을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부동산, 더 정확히 말해 토지문제는 한국사회의 정상적인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 가운데 으뜸이다. 토지문제는 토지불로소득으로 인해 발생하는데 토지불로소득은 분배를 악화시키며, 토지를 적정하지 못하게 사용하게 만들고, 개발 갈등을 유발하며, 주택문제를 악화시키고, 생산과 소비를 위축시키며, 경기변동의 진폭을 크게 만드는 등의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토지불로소득은 토건분야에 엄청난 예산 할당을 강요하며, 토건형 산업구조를 고착화시키고, 부정부패를 양산하며, 경제위기와 노사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아울러 토지문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을 악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토지투기가 금융과 결합해 주기적인 공황을 야기하고 있다.

차기 정부는 만악의 근원이라 할 토지문제를 부동산 시장의 대세하락을 이용해 해결할 정책 패키지와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즉 차기정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연(토지)을 이용하고 편익을 누릴 권리를 평등하게 가지고 있다는 평등지권(平等地權)-이를 헌법적으로 표현하면 사회적 기본권의 일종이 될 것이다-에 근거해 수요정책, 공급정책, 금융정책, 미시적 주거복지정책 등이 적절히 배합된 정책패키지를 설계하고 이를 실행할 로드맵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차기 정부가 이 같은 정책패키지와 로드맵을 만들었다고 해서 이를 제도화하고 입법화하는 일이 쉬운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참여정부는 종부세를 제도화하는 데에도 피투성이 싸움을 벌여야 했다. 부동산이 한국사회 메인 스트림의 물적 토대라는 점, 부동산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고려할 때 부동산에 관한 패러다임을 정부가 바꾼다는 것은 지난하기 이를 데 없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정상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차기정부는 부동산에 관해 이중의 과제를 부담하고 있다. 잘못된 경로의존성에 의해 고착화된 부동산 불패신화를 평등지권의 패러다임으로 재편해야 하는 과제가 하나고,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과 그로 인해 발생할 파국적인 결과를 예방해 부동산 시장을 연착륙시켜야 하는 과제가 다른 하나다. 두 과제 중 하나도 달성하기에는 너무나 힘겹다. 차기정부의 어깨가 참으로 무거워 보인다.

▲ ⓒ프레시안(손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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