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김현석)와 노사합의를 이룬 지 일주일 만에 일부 간부를 교체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교체 대상 간부들이 새노조 파업 당시 이들의 복귀를 종용하는 간부 성명에 실명 게재를 거부한 인물들이어서 사측의 보복 인사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14일 KBS와 KBS 새노조에 따르면 전용길 KBS 콘텐츠본부장은 지난 12일 오전 교양다큐국의 송모, 우모, 황모 EP(부장)에게 직위해제를 통보하며 '새노조 파업 도중 공을 세운 사람(간부)들에게 자리를 줘야 하니 물러나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 본부장은 위와 같은 입장을 홍기호 KBS 새노조 부위원장에게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EP는 KBS 간부들이 새노조 파업 당시 파업 복귀를 요구하는 간부 성명 발표 때 실명게재를 거부한 인물들이다. 사실상 보복 인사 아니냐는 지적이 새노조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홍기호 부위원장은 "세 분이 모두 업무 능력이 있었던 데다 상대적으로 EP로 업무를 오래하신 분들도 아니다. 그나마 후배들과 소통을 원활히 하신 분들"이라며 "그런 분들만 콕 찍어서 날린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홍 부위원장은 "결국 본부장이 말한 '파업기간 중 공을 세운 사람'을 '노조탄압에 앞장선 사람'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노사협상 정신을 위배하는 인사"라고 강조했다.
새노조 소속 교양다큐국 조합원들은 지난 13일부터 철야농성에 돌입하고, 사측을 규탄하는 피케팅 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이번 인사를 "사측의 보복인사"로 규정하고 "MC 선정 등의 제작 자율성 침해 문제가 사장이 합의한 공정방송을 위한 노사합의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공정방송을 위한 조직문화를 약속한 합의문의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았다"며 "이번 보복인사는 새노조 조합원들의 복귀를 무의미하게 할 뿐 아니라 노사화합을 위한 노사 간 합의정신을 정면으로 위해하는 행동"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이에 따라 △노사합의 사항 이행 △부당인사 획책 중단 △아나운서조합원들의 기존 방송 복귀를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아직 직위해제 대상 EP들을 대체할 간부들은 정해지지 않았다. KBS 관계자는 "부서장들이 이번 주 중 승진 후보명단을 제출하고, 다음 주 중 인사발령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큰 논란을 낳았던 이승만 다큐를 연출한 김모 PD 등이 승진 후보일 것이라는 추정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새노조 파업 과정에서 업무로드가 편중돼 고생한 사람도 있었고, 그간 지친 사람도 있어서 전체적으로 인사가 필요했다"며 "특정 부서에만 인사가 이뤄지는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보복인사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간부로서 회사의 방침과 다른, 개인의견을 낸 분들은 이미 당시 자신의 보직을 내놓겠다는 각오를 해당 본부장들에게 피력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보복인사가 아니라 후배들의 뜻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내면서 자연스럽게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파업 중인 후배들을 지지하는 입장을 취한 만큼, 개인 입장 피력 자체를 간부로서 일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본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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