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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노조도 곧 파업 종료…173일 만에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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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노조도 곧 파업 종료…173일 만에 복귀

공정보도 견제장치 마련…"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

이번 언론파업 국면에서 가장 오랜기간 투쟁했던 전국언론노동조합 국민일보·씨티에스지부(지부장 직무대행 손병호, 이하 국민일보 노조)가 지난해 12월 23일 파업을 개시한 이후 173일 만에 파업을 풀고 직무에 복귀한다.

12일 오후 5시 국민일보 노조는 서울 여의도동 국민일보 본사에서 노사합의문에 공식 서명하고, 오는 14일 오전 9시부로 업무에 복귀키로 했다. 언론사 노조의 대규모 파업 국면에서 국민일보 노조는 KBS 새노조에 이어 두 번째로 파업을 풀고 복귀하게 됐다.

173일 만에 합의…지평위 가동, 고소 취하키로

▲국민일보 노조가 오는 14일부로 파업 173일 만에 업무에 복귀한다. ⓒ국민일보 노동조합 제공
합의문에는 △공정 보도를 보장하기 위해 지면평가위원회를 가동하고 △파업 사태를 정리하고 지면을 쇄신하기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며 △민·형사상 고소·고발·진정을 취하하는 한편 △임금을 4.5% 인상하는 방안이 담겼다.

우선 지면평가위원회의 경우, 파업 종료 후 1개월 안에 구성한다. 위원회에는 제작간부와 노조가 추천한 기자가 각각 10명 이하의 동수로 참여하며, 이들의 평가결과는 편집국장과 종교국장 임면에 반영된다. 특히 그간 국민일보 노조가 중요한 문제로 지적했던 종교면의 편향 문제도 평가대상에 포함키로 했다고 노조는 강조했다.

또 사측과 구성할 태스크포스팀을 포함해 기존의 공정보도위원회, 신설되는 지면평가위원회를 세 축으로 노조는 공정보도를 위한 감시와 견제 기능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측이 파업 기간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제기한 업무방해, 명예훼손, 민사소송의 경우, 우선 조판팀에 대한 민사소송을 취하키로 했다. 명예훼손 건은 사측 교섭대표인 김성기 사장과 노측 교섭대표인 손병호 지부장이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구두합의했다. 이에 따라 사측에 고소 및 고발당했던 조합원 23명 중 18명에 대한 고소·고발이 취하된다. 징계 가능성을 열어뒀던 기존 가합의안과 달리 이번 합의안에서는 해당 문구를 삭제했다.

다만 업무방해 건은 합의대상에서 제외됐다. 노조는 "치밀한 법률적 대응을 벌여갈 것"이라고 전했다.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고소 및 진정은 취하조치에 착수할 방침이다.

진통 끝에 노조 합의안 승인…남은 상처 치유해야

해고된 조상운 전 노조위원장의 복직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기존의 '법적 판단에 따른다'는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조 위원장도 원하지 않았다"며 "향후 노조가 조 위원장의 복직을 지속적으로 회사에 요구하고, 그 사이 소송비용과 생활비용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상운 전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해고당한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내린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정에 불복해, 향후 해고의 정당성 여부는 법정에서 판가름난다.

이번 노사 합의는 조합 내부에서 치열한 논쟁을 거쳐 이뤄졌다.

당초 국민일보 노사는 지난 4월 19일 노사 협상을 시작해 파업 국면 해소를 위한 방법 모색에 나섰으나 파업 참가자 징계 문제 등에서 난항을 겪어왔다.

실제 최초 합의안은 이미 2주 전 노사가 도출해냈으나, 조합원 총회에서 국민일보 노조 조합원들은 안건 상정 자체를 거부해왔다. 만일 사측이 이를 거부했다면 협상이 장기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사측이 이를 받아들여 지난 11일 재협상에 들어갔고, 이 결과 노조가 요구해 온 쟁의대책위원 징계, 해고자 복직 관련 문항이 수정됐다. 결국 노사 협상 55일 만에 해법을 찾아냈다.

그리고 조인식에 앞서 노조는 임시총회를 열어 조합원들은 찬성 50표, 반대 33표, 기권 2표로 합의문을 추인했다. 재적 조합원 89명 중 85명이 투표에 참여해 재적 과반 찬성으로 노사합의문을 가결했다.

국민일보 노조는 파업에 복귀하는 과정서 그간 노조를 지지해준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좋은 신문, 바른 언론을 만들기 위한 우리들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며 "(그간 지원에) 진심으로 감사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국민일보 노조가 파업에서 복귀하며 쓴 편지의 전문.

그동안 함께 싸워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국민일보·씨티에스지부가 파업을 6월 12일 종료하고 14일 복귀합니다. 그동안 노조를 응원하며 우리들을 걱정해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이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우리들의 우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앞으로 계속 이어지며 더 깊어질 것입니다.

노조는 12일 오후 조합원 총회를 열고 노사 합의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습니다. 노사는 2주 전 이미 합의안을 도출했으나 7시간에 걸친 조합원 총회 결과 안건 상정 자체를 거부했습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재협상을 요구했고 노조 측 협상대표 5명 전원이 단식농성을 해왔습니다. 회사는 11일 재협상을 수용했고 노조가 요구해온 쟁의대책위원 징계와 해고자 복직 관련 문항의 수정이 이뤄졌습니다.

14일 아침 우리는 회사로 복귀합니다. 파업사태 정리 문제는 '노사 공동 태스크포스'를 통해 해결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공정보도 및 종교면 균형보도 문제 역시 새로 구성되는 노사 공동의 '지면평가위원회'를 통해 감시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복귀 뒤 조합원을 추스르고 노조를 정비해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조합원 징계나 고소·고발 문제에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 또 지난해 10월 해고된 조상운 전 노조위원장의 복직 투쟁도 계속 해 나갈 것입니다.

173일이었습니다. 한 달이면 되겠지, 늦어도 두 달 안에는 끝나겠지 하면서 시작했던 파업이었습니다. 무너뜨리기 어려운 존재를 상대로 싸운다는 게 어떤 노정이 될지, 반년에 달하는 장기파업이 조합원들에게 어떤 고통으로 다가올 지에 대해 사실 잘 모르고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113명이 그렇게 시작한 파업이 6개월이나 이어졌고 100명 가까운 조합원들이 남아 파업 종료 순간을 지켰습니다. 173일, 그것은 우리와 우리 가족들의 살을 내주고 그들의 눈물을 바치면서 하루하루 쌓아올린 숫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거둔 성과가 비록 보잘 것 없는 것이라고 해도 우리에겐 무엇보다 소중한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고백합니다. 도와주신 여러분들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분들이 저희 싸움을 격려하며 힘든 순간마다 손을 잡아주셨습니다. 승패에 대한 계산이나 이익을 떠나 혹은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고통의 현장과 연대하는 시민들과 종교인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땅에서 약자들의 투쟁이나 가치를 위한 투쟁은 불가능해질 것입니다.

2012년 상반기 국민일보 노조와 함께 사상 유례 없는 언론항쟁을 만들어온 MBC KBS YTN 연합뉴스 부산일보 동료들과의 우정도 잊지 못합니다. 우리는 서로를 보며 용기를 얻고 서로를 격려하면서 언론투쟁의 새로운 역사를 썼습니다. 이 한 시기 수 천 명의 언론인들이 언론노동자로 각성한 경험은 한국 언론의 소중한 자산으로 축적될 것입니다.

파업은 끝났습니다. 그러나 좋은 신문, 바른 언론을 만들기 위한 우리들의 투쟁은 계속됩니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지켜봐 주시고 격려해 주십시오.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2012년 6월 12일
전국언론노동조합 국민일보·씨티에스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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