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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깎았으니 수업 덜 하겠다'는 한양대, 학생들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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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깎았으니 수업 덜 하겠다'는 한양대, 학생들 반발

계절학기 늘려 등록금 감소분 메우려는 '꼼수'까지

학생들의 등록금 인하 요구로 시끄러웠던 2012년 첫 학기가 끝나가고 있지만, 논란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난 7일 오후, 기말고사가 여느 때보다 한 주 일찍 시작한 서울 성동구 한양대에서는 학생들이 수업일수를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등록금 인하 요구를 둘러싼 잡음이 자리하고 있다.

등록금 깎는 만큼 수업도 줄여

등록금 인하 논쟁이 새 학기 초 대학계에서 불붙자, 한양대 측은 지난 1월 25일 열린 4차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등록금을 2% 인하하고, 장학금 50억 원을 확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리고 이틀 뒤인 같은 달 27일 이를 확정했다.

시민단체와 학생단체, 야당 측에서 요구한 '반값 등록금'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치였다. 그런데 한양대 측은 이와 더불어 수업일수도 기존 16주에서 15주로 줄이기로 했다. 돈을 적게 내니 그만큼 수업도 적게 들으라는 얘기나 다름없었다.

학생들은 이와 같은 학교 측의 조치로 인해 학내에 큰 혼란이 왔다고 주장한다. 학생회 관계자는 "휴일 보강수업이 무리하게 잡혔고, 이로 인해 학생들의 개인 스케줄에 큰 혼란이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며 "심지어 일부 과목의 보강수업은 총선 투표일에 진행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 학교 생활과학대의 한 과목은 지난 4.11 총선일에도 수업이 진행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교수들이 16주 수업을 준비했다 뒤늦게 줄어든 수업일에 맞추다보니 벌어진 일이었다.

인문대에 재학 중인 이 학교 L학생(22)은 "수업이 급히 진행돼 한 과목은 중간고사 대신 쪽지시험으로 대체한 후 수업을 계속했다. 지난 현충일에도 수업들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줄어든 수업일수로 인해 학생들이 받는 교육 서비스의 질도 떨어진 셈이다. 한양대 총학생회가 지난 3월 실시한 수업일수 단축 찬반 투표 결과, 투표에 응한 7689명(재학생의 50.36%) 중 5750명(74.80%)이 수업일수 단축에 반대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여전히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7일 오후 임덕호 총장과 수업일수 복원을 놓고 면담한 강경루 학생회장은 "수업일수 축소가 급하게 이뤄져 학생뿐 아니라 그간 16주에 맞춰 수업일정을 짜 오신 교수님들 사이에서도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 주말 보강수업이 여러 개 겹치는 사례가 많았다"며 "이런 의견을 전달했으나 (총장이) '일단 올해까지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학생들이 7일 오후 총장실이 위치한 신본관 앞에 모여 수업일수 복원을 요구하고 있다. ⓒ한양대학교 한대신문 제공

학교는 여전히 '돈벌이' 급급

당초 한양대 측은 학생들의 요구에 전임교수 수업시간을 늘리고, 계절학기를 확대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그리고 아직 학교 측은 현재 상황에 대해서도 종전과 같은 입장이다. 학교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종전 입장과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그러나, 학교가 내놓은 대책도 결국 수입을 늘리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학교 측이 계절학기를 늘리면서 오히려 계절학기 수강 수입을 더 늘리게 됐다는 게 학생회의 주장이다. 등록금을 소액 낮추는 대신, 계절학기 수입을 늘려 등록금 수입 감소액을 최소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한양대의 여름 계절학기 이수가능학점은 이번 학기 들어 종전 6학점에서 9학점으로 늘어났다. 계절학기 수업일도 4주에서 5주로 늘어났다.

학생회는 또 "(수업일수 축소로 인해) 시간강의료 절감, 이른 종강으로 인한 막대한 관리비용 절감이 학교가 학생들에게 제공한 자료에 빠져 있다"며 "수업일수 축소가 등록금 인하와 관계없다는 학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등록금 인하 요구에 대한 무성의한 태도는 비단 이 학교만의 일이 아니다. 올해 초 감사원은 "학교법인이 '정상적으로 회계를 운영할 경우' 내릴 수 있는 등록금 수준"이 12%에 달한다고 밝혔으나, 올해 1학기 각 대학의 평균 등록금 인하율은 2%대에 불과하다.

그리고 상당수 대학이 한양대처럼 각종 '꼼수'를 부려 최소한으로 줄인 등록금 인하액을 보전했다. 광운대도 한양대처럼 수업일수를 한 주 줄였고 단국대 역시 마찬가지 조치를 취했다. 동아대는 120개이던 교양과목을 50개로 줄였다. 그만큼 시간강사들은 일자리를 잃고, 학생들은 수업선택권을 박탈당했다.

황희란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올해 들어 등록금 소액 인하에 대응해 학생 1인당 실험실습비를 줄이거나, 교원 1인당 학생수를 늘리는 학교가 많았다. 여전히 상당수 대학은 적립금을 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등록금을 인하하는 대신 실질적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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