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정영하)는 총파업특보에서 "김재철 (사장)은 청주MBC 사장으로 부임하고 몇 달이 지난 2008년 봄, 비자금 조성을 관련 부서에 직접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지난달 18일 MBC 노조는 "김재철 사장이 지역사 사장으로 재직할 때 간부 명의로 차명통장을 만들어 관리했다"고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했으나, 당시 MBC와 지역 계열사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MBC 사내게시판에 밝힌 바 있다.
이와 같은 반론에 대해 이날 특보에서 MBC 노조는 관련 정황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기한 것.
▲김재철 사장. ⓒ연합 |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 사장은 회사수익을 횡령한 혐의를 받게 된다. MBC 노조의 취재에 응한 당시 차명계좌 관리자는 "국세청이 알게 된다면 큰일 날 돈"이라고 강조했다.
MBC 노조에 따르면 김 사장은 울산MBC 재직 당시 사내 모 부장 명의의 차명계좌를 개설해 비자금을 조성했고, 청주에서도 결국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자금을 따로 만들었다.
MBC 노조는 이후 김 사장이 필요할 때마다 관련 계좌에서 자금을 찾도록 지시했고, 한 번에 보통 50만 원 이하의 돈을 찾았다. 대부분은 경조사비용이나 골프 접대에 사용할 상품권 구매에 쓰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노조는 차명계좌에 쌓였던 돈의 규모가 약 6~7000만 원가량이라고 밝혔다.
이 차명계좌는 김 사장이 서울 본사 사장으로 부임한 지난 2010년 폐기됐다고 MBC 노조는 밝혔다. 노조는 "당시 한 언론사에서 이와 관련한 취재가 들어오자 다급해진 OOO 부장(차명계좌 관리자)이 자기 이름의 차명계좌를 입출금 부서에서 직접 가져와 해지하고 폐지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청주MBC 관계자는 차명계좌 조성 내역은 인정했으나, 이를 비자금으로 규정하는 건 잘못이라고 해명했다. 차명계좌를 만드는 게 일종의 관행이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사장이 차명계좌를 만들어 업무에 사용하는 건) 일종의 관례였다. 다른 계열사에서도 이런 일은 많았다. 노조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며 노조의 "전례 없는 일"이라는 주장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차명계좌를 만드는 것 자체가 문제임에도 이와 같은 일이 관례로 이어져왔다는 주장이라 또 다른 파장을 낳을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 관계자는 "사장이 개인 비자금 형태로 사용한 게 아니라, 사규 상 외부 접대 한도를 넘는 접대가 필요할 때 업무를 위해 사용할 현금이 필요해 차명계좌를 만든 것"이라며 "골프 칠 때 상품권을 제공하는 등의 사례는 (노조 주장이) 맞다. 비자금처럼 확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차명계좌 통장 규모는 노조 주장(6~7000만 원)에 못 미친다. 필요할 때마다 소액을 사용한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