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삼성전자에서 또 희귀병 사망…발병 당시 만 18세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삼성전자에서 또 희귀병 사망…발병 당시 만 18세

올해만 4번째 '삼성전자 사망자'…화학물질 묻은 LCD 패널을 손으로 자르는 일 하다 발병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노동자였던 고(故) 이윤정(33) 씨가 '산재 소송' 결과를 보지 못하고 지난달 7일 뇌종양으로 사망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삼성전자 사망자'가 나왔다.

삼성전자 LCD 천안공장에서 일하던 중 재생불량성빈혈에 걸려 퇴사한 윤모(32) 씨가 발병 13년 만인 지난 2일 오후 10시경 끝내 숨을 거뒀다. 윤 씨는 올해 들어서만 4번째로 발생한 '삼성전자 희귀병 사망자'다. 산재 신청을 애초에 포기하거나 산재 판정을 기다리다 지친 환자들이 시간이 흘러 이제는 하나둘씩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고(故) 윤 모 씨는 군산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 때인 1999년 6월 삼성전자 LCD 천안공장에 입사했다. 입사 당시 고인은 회사가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정상' 판정을 받았으며, 집안에 혈액관련 질병 이력도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화학물질이 묻은 LCD 패널을 손으로 자르는 일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인 1999년 11월 말, 윤 씨는 공장에서 일하던 도중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고 희귀병인 재생불량성빈혈 진단을 받아 같은 해 12월 퇴사했다. 이후 그는 한 달에 한 번씩 13년째 수혈에 의존해 살아왔다. 발병 당시 윤 씨의 나이는 만 18세였다.

지난달부터 급격히 상태가 나빠진 윤 씨는 응급실에 입원했고 심한 통증으로 모르핀주사에 의존했다. 숨지기 직전에는 양쪽 대퇴부 고관절이 70% 괴사했고, 온몸에 검붉은 반점과 멍이 들었으며 하혈이 멈추지 않았다. 방광은 물론이고 폐에까지 피가 들어찼던 그는 결국 지난 2일 사망했다.

윤 씨는 입사 후 검은색 유리재질의 LCD 패널을 자르는 일을 맡았다. 생전에 그는 "바로 앞 공정에서 독한 냄새가 진동하는 화학물질을 LCD 패널에 발라서 넘겼고, 3조 3교대로 일하면서 화학물질이 묻은 패널을 면장갑만 끼고 손으로 조각 내서 잘랐다"고 증언했다. 고인은 또한 유리패널을 자르는 과정에서 미세한 유리가루에 노출됐고, 설비가 고장 나면 직접 화학약품이 묻은 기계부품을 교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LCD도 반도체처럼 감광제 및 유기용제와 여러 화학물질을 사용해 유리기판을 가공하는데, LCD는 반도체보다 크기가 크기 때문에 제품 한 개당 화학물질 사용량이 더 많다"며 "윤 씨가 LCD 패널에 묻은 희귀병(혈액질환)을 유발하는 화학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 씨가 19살에 희귀병에 걸려 삼성전자를 퇴사한 이후로 윤 씨 모녀는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전락했다. 정부에서 월 40만 원을 받으며 근근이 생활한 윤 씨는 골수이식을 해야 했지만, 경제 형편이 어렵고 맞는 골수도 없어서 연명치료를 이어왔었다.

고인의 빈소는 고향인 전북 군산의 월명장례식장에 차려졌다. 한편, 윤 씨가 일하던 삼성전자 LCD 사업부는 지난 4월 삼성디스플레이로 분사됐다.

- 관련 주요 기사 모음

"삼섬 반도체에서 일하다 '앉은뱅이 병'에 걸렸어요"
"반도체 공장에서 일한 남편의 마지막 유언은…"
"반도체 직업병 때문에 신혼 8개월 만에 이혼"
"알아주는 삼성, 돈 좀 벌자고 들어갔는데…"
"삼성, 아무것도 모르는 19살 아이들 데려다가…"
'시한부 1년', 80년생 윤정씨에게 삼성반도체란…

"딸이 죽어가는데 500만 원, 귀싸대기를…"
"뇌종양 수술 후, 사지가 묶여 있는 딸을 보고…"
"맨손으로 만진 반도체, 그리고 어린이날 시한부 선고"
"뽀얀 피부 예쁜 눈의 그녀, 마비된 손으로…"
"'가까이 하면 고자 된다' 알면서도…"
"하혈하고 생리 거르더니 백혈병"…우리가 정말 무식해서일까?
"자식 잃은 부모 앞에서 삼성은 돈 이야기만 했죠"
"삼성, 생리 끊어지고 구역질 나는데 '증거 있느냐고?'"
"뼈가 녹는 느낌에 삼성에 문의했더니 답은…"

97일만의 장례식, 끝내 삼성의 조문은 없었다
"유족들 시위는 잘도 막아내면서, 삼성 직원 자살은 왜?"
이 청년, 왜 죽었을까?
삼성전자와 구로공단 영세업체의 공통점은?
내팽겨쳐진 영정 사진, "그날, 삼성 본관에선…"
"삼성 본사 앞 1인시위 현장, 검은 점퍼 20여 명이…"
"삼성 취업규칙이 영업기밀인가?"
故 김주현 누나 "동생을 비난하는 악플에 가슴이 아픕니다"
"반도체 클린룸은 생지옥…얼마나 더 죽어야 삼성 노조 생길까"
"방진복 벗으니 온통 붉은 반점, 문드러진 살"
"故 김주현씨, 4번 투신 시도…막을 수 있었다"
천안노동지청, 삼성 노동자 자살 사건 조사 벌이기로
"자식이 삼성 다닌다고, 그저 좋아만 했던 저는 죄인입니다"
삼성LCD 자살 노동자 유가족, 1인 시위 시작
"아들이 회사에서 죽었는데, 삼성은 돈 얘기만…"
업무 스트레스 받아온 삼성 LCD 노동자 자살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