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맹목적 대학 입학 수요가 경제성장률을 갉아먹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30일 류지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대학에 가지 않아도 성공하는 세상'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와 같이 밝히고, 고졸자들이 성공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학병' 때문에 경제성장률 1%p 잃어
류 연구위원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진학률에도 불구하고 인적자본 성장률은 1991년 0.96%를 정점으로 2011년 0.86%까지 하락했다"며 "최대 42%로 추정되는 대졸 과잉학력으로 인해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진 결과 2009년 이후 노동투입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마이너스로 반전되었다"고 지적했다.
인적자본 성장률이란 교육이 노동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정도를 나타내는 척도다. 노동자가 교육에 따라 더 높은 노동생산성을 갖게 되는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자본축적이 높을수록 인적자본 성장률이 커진다.
즉, 인적자본 성장률이 낮아졌다는 건 노동자에게 투입하는 교육의 질과 양은 늘어났으나, 그로 인해 축적되는 자본 수준은 떨어졌다는 얘기다. 인적자본 성장률이 낮아진 만큼 노동시장에 투입되는 학력은 과잉이라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청년층이 학력을 높이기 위해 노동시장 진출을 늦춤으로 인해 발생하는 연간 기회비용은 최대 19조 원에 달했다. 과잉학력으로 인한 기회비용, 즉 등록금 부담 증가와 임금 손실액은 4년제 대졸자의 경우 최대 14조7660억 원에 달했고, 전문대 졸업자도 4조2370억여 원으로 추산했다.
류 연구위원은 "4년제 대졸자의 경우 과잉학력으로 인한 1인당 기회비용은 1억2000만 원에 달한다"며 "대졸 과잉학력자 42%가 대학진학 대신 취업하여 생산 활동을 할 경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01%포인트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달리 말하면 현재의 과도한 대입 수요로 인해 1%포인트 추가 성장할 기회를 잃었다는 뜻이다. 입시 열병이 국가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대학 입시 의존은 사회적 비용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류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지난해 현재 한국의 총 사교육비는 20조1000억 원으로 GDP의 1.63%에 달한다.
류 연구위원은 "자녀가 2명인 경우 가계 월평균 소득 384만 원의 12.5%인 48만 원이 사교육비로 지출되는 셈"이라며 "대학진학 기회비용과 막대한 사교육비를 더하면 총 39조1000억 원(GDP의 3.2%)에 달하며, 이는 올해 국가일자리예산(10조 원)의 약 네 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고졸자 일할 풍토 만들어야
문제는 현재 한국의 상황이 대학에 가지 않을 수 없다는 데 있다. 류 연구위원은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고, 고졸자들이 직업을 선택해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연구위원은 "지난 10년 간 상장사 고졸 출신 임원은 7.2%에서 2.6%로 급감했다. (고졸 취업자의) 임금은 4년제 대졸자의 77.5~79.4% 수준으로 고착되어 있다"며 "고졸자 일자리의 질 보장, 지속 가능한 종합적인 처방과 접근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고졸자들의 취업 현실도 녹록지 않다고 그는 지적했다. 지난해 말 현재 고졸 청년층의 고용률은 59.1%, 실업률은 7.9%에 달한다. 이에 반해 대졸이상자의 고용률과 실업률은 각각 74.1%, 7.2%로 모두 고졸자보다 양호하다.
일자리의 질도 낮다. 고졸 취업자 중 기능ㆍ기계조작 단순노무 종사자가 38%, 서비스 판매 종사자가 32.8%에 달한다. 취업환경 또한 열악해 상용직 비중은 47.3%에 불과하다. 절반가량이 정규직에 준하는 취업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셈이다. 전문대졸 이상자의 상용직 비중은 72.4%다.
류 연구위원은 대입 중시 풍토를 개선하기 위해 우선 기업이 노동자의 학벌 대신 개인 능력에 맞는 업무를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또한 기업이 고졸자를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산학 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고교 교육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대졸자에 맞춰져 있던 채용 기준을 고졸 수준으로 완화하고 직군전환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도 있다고 류 연구위원은 강조했다. 사회적으로 학력을 중시하는 풍토를 개선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그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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