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집트 선거관리위원회는 무바라크 체제의 마지막 총리였던 아메드 샤피크를 포함한 13명의 대선 후보 명단을 발표했다.
샤피크는 지난 24일 군부가 무바라크 체제에서 대통령, 부통령, 총리를 지낸 인물의 대선 출마를 금지하는 의회의 법안을 승인하면서 자격이 박탈됐었다. 이에 샤피크는 자신이 입후보한 뒤 만들어진 법으로 후보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항의해 하루 만에 기사회생했다. 선관위는 대법원에 이 법안의 위헌 여부를 묻기로 결정했다.
▲ 아메드 샤피크 전 총리. ⓒAP=연합뉴스 |
선관위는 지난 14일 10명의 출마 희망자에게 내렸던 부격적 판정은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모친의 이중 국적이 문제가 된 이슬람 근본주의자 하젬 아부 이스마일, 추천 서명 용지에서 문제가 발견된 오마르 슐레이만 전 부통령, 지난 총선에서 의회를 장악한 무슬림형제단 진영의 카이라트 알 샤테르 국회 부의장 등은 이번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알자지라>는 우여곡절 끝에 확정된 13명의 후보 중 당선을 노려볼 수 있는 인물로 5명을 꼽았다. 압델 모네임 아불포투 아랍의사연합 사무총장은 오랫동안 무슬림형제단에 몸담으면서 무바라크 체제에 저항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시위로 호스니 무라바크 대통령이 하야한 후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가 무슬림형제단에서 축출됐다. 하지만 온건 이슬람주의자인 그는 이슬람 진영은 물론 민주화 시위대 등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무바라크 체제에서 오랫동안 외교관 생활을 한 인물이다. 구체제 인사지만 그가 무바라크 정권 하에서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을 앞장서 비판한 점, 민주화 시위에 대해 공개 지지를 보낸 점 등으로 인해 지난달까지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렸다. 하지만 지난 2010년 무바라크가 6번째 임기에 도전한다면 무바라크에게 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한 과거 발언이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말을 뒤집은 무슬림형제단은 전과 경력이 문제가 돼 낙마한 알 샤테르 대신 모하메드 무르시 자유정의당(FJP) 당수를 후보로 냈다.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2000년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2005년에는 떨어졌다. 알 샤테르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그로서는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높은 지지를 자신의 표로 만드는 게 관건이다.
함딘 사바히 존엄당 대표도 대선에 도전장을 했다. 2선을 지낸 그는 1952년 이집트 혁명을 일으켰던 가말 압델 나세르 전 대통령이 주창한 아랍민족주의를 추종하는 나세르주의자다. 2003년 의원 시절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반대하는 시위를 주도했다가 면책특권을 박탈당하고 투옥된 경력이 있으며 군부와도 가장 날카로운 각을 세우고 있는 인물 중 하나다.
샤피크 전 총리는 무바라크 체제 말기에서 33일간 총리를 지내면서 지난해 2월 2일 타흐리르 광장에 모인 시위대를 무력진압했던 사건의 배후로 여겨지고 있다. 공군에 오래 몸담았던 그는 현재 이집트를 통치하고 있는 군부가 미는 후보로 보인다고 방송은 덧붙였다.
이집트 대선은 5월 23~24일 치러지며 50% 이상 득표한 후보가 없을 경우 6월 16~17일 득표 1, 2위를 기록한 후보끼리 결선 투표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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