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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자기 상처부터 먼저 다스려라"

[이태경의 고공비행] 검찰 탄압이 혁신 멈추는 빌미돼선 곤란

박정희 일가를 제외하곤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누구도 자유롭지 않던 유신 시대에는 억울한 사람들이 도처에 있었다. 사고나 실수로 우연히 북한 해역으로 월경했다 북한 당국에 상당기간 억류당한 후 대한민국으로 복귀한 어부들 가운데 일부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만큼 억울한 사람들이다. 납북 어부 중 일부가 공안기구들에 의해 졸지에 간첩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조작간첩이 된 납북어부들은 살아서 지옥을 경험했다. 이들의 영혼과 육신은 고문과 부당한 사법작용으로 인해 철저히 파괴됐고, 이들의 가족과 친인척의 삶도 완전히 유린됐다. 납북어부 가운데 일부가 조작간첩이 된 이유는 간명하다. 공포와 비상(非常)을 통치의 기둥으로 삼았던 박정희 유신체제가 지탱되기 위해서는 늘 희생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가진 것 없고, 배운 것도 적으며, 자신을 지킬 능력도 부재한 납북어부와 그들의 일가붙이야말로 박정희 유신체제가 필요로 하는 희생제의에 딱 맞는 제물들이었다.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고 확장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는 그렇게 국민의 기본권을 유린했다. 국가는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국가폭력의 희생자들에 대한 사과와 배상에도 극히 인색했다. 그리고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새누리당의 박근혜는 납북어부들을 조작간첩으로 만들었던 유신체제의 최종책임자인 선친 박정희의 부채는 누락시킨 채 자산만 상속받으려 하고 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 납북어부 얘기를 끄집어 낸 건 통합진보당 당권파들이 입만 열면 억울하다는 소리를 하기 때문이다. '당권파들이 억울할 것이 무어냐' 고 주장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당권파들도 억울한 일이 분명 있을 것이다. 어쩌면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이 억울하다 한들 납북됐다 조작간첩이 된 어부들에 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당권파들은 납북어부들을 포함해 박정희 통치기간에 국가권력으로부터 억울함을 입은 수 없이 많은 국민들이 박근혜의 집권으로 인해 해원의 기회를 영영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자신들의 억울함을 눅였어야 했다. 놀랍게도 당권파들에게는 자신들의 억울함이 훨씬 중요한 것 같다. 절제되지 못한 당권파들의 억울함은 급기야 여론의 외면과 검찰의 탄압을 불러왔다.

박근혜 새누리당과 조중동 입장에서 통합진보당 사태의 최선의 해법은 당권파와 비당권파 사이의 어정쩡한 봉합일 것이다. 그래야 대선 때까지 종북과 패권의 이미지로 진보당을 가둘 수 있고, 그럼으로써 야권연대도 무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정확히 간파한 검찰이 행동에 돌입한 것 같다. 외부에 강적이 등장한 마당에 내부에서 혁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기가 얼마나 어렵겠는가? 물론 검찰이 압수수색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 통합진보당의 혁신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만은 아닐 것이다. 영민한 대한민국 검찰이 움직일 때는 항상 주위적 목적과 예비적 목적이 있기 마련이다. 압수수색을 통해 얻은 당원 명부 등은 앞으로도 요긴하게 사용될 것이다.

검찰이 원내 제3정당을 압수수색하는 초강수를 둔 데 그치지 않고 이정희 전 대표를 겨냥하는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는 등 사실상 통합진보당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하며 대선 국면에 주요한 선수로 직접 뛰어든 마당이니 진보당을 비롯한 야권이 법치주의 실현을 빙자한 검찰의 횡포에 결연히 맞서야 하는 건 당연하다. 걱정되는 건 외환(外患)에 대응하느라 내우(內憂)해결에 소홀할까 하는 점이다. 통합진보당이 아무리 견결한 투쟁 한다해도 검찰로 대표되는 공권력을 당해낼 수는 없는 일이다. 통합진보당은 시민들의 전폭적인 성원과 지지를 반드시 확보해야만 검찰을 비롯한 수구세력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의 조직과 문화와 의사결정 방식 그리고 당이 지향하는 진보적 가치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해 한국사회가 요구하는 진보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정권교체의 필요조건이라 할 민주당과의 야권연대를 위해서도 이는 긴절하다. 내우외환에 둘러싸인 진보당이 내우를 슬기롭게 극복함으로써 외환을 제압하는 모습을 꼭 보았으면 좋겠다.

▲ 22일 새벽 서울 가산동에 위치한 '스마일서버' 업체로부터 통합진보당 당원 명부가 저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서버(차량 좌석 가운데 검은색 물체)를 압수한 검찰 수사관이 현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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