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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사장, 무용가 J씨에 7년간 20억 몰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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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사장, 무용가 J씨에 7년간 20억 몰아줘"

MBC 노조, 김재철 횡령 및 배임혐의로 구속수사 촉구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정영하)가 김재철 MBC 사장이 재일동포 무용가 J씨에게 몰아준 행사와 그에 따른 출연료 총합이 확인된 것만 20억3000여 만 원에 달한다며 김 사장 구속수사를 재촉구했다.

노조는 또 김 사장이 지난 2년 간 J씨의 자택 인근에서 결제한 법인카드 내역만 2500만 원이 넘는다며, 김 사장이 이와 같은 규모의 금액을 특정 장소 인근에서 결제한 경위를 따졌다.

▲14일 MBC 노조가 본사 1층 로비에서 김재철 사장 관련 비리내역을 밝히고, 김 사장 구속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MBC 노동조합 제공

"김재철 사장, J씨에게 몰아준 금액 20억 원 넘어"

MBC 노조는 14일 오전 11시 본사 1층 로비에서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김 사장이 이번 주 내로 사장직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새로운 사실을 추가 발표하겠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그간 밝힌 김 사장과 J씨 관련 내역을 종합한 결과, 김 사장이 울산 MBC 사장에 취임한 지난 2005년부터 본사 사장으로 재직한 올해 3월까지 7년 간 J씨가 MBC가 주최하거나 후원한 공연에 출연한 적이 확인된 것만 27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J씨에게 지급된 금액 규모가 구체적으로 확인된 16건을 조사한 결과, 그 규모가 20억3000만 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지급액수가 확인되지 않은 11건을 합산할 경우, 그 규모는 더 클 것이라고 노조는 덧붙였다.

노조에 따르면 J씨는 2005년경만 해도 개인 자격으로 MBC 주최 공연에 참석했고, 출연료도 수백만 원대에 그쳤다. 그런데 2008년 9월, 김 사장이 청주MBC 사장이 돼 주최한 '제1회 국궁 페스티벌'을 계기로 J씨의 몸값은 수천만 원대로 치솟았다. J씨는 이때부터 'OO가무악예술단', 'OO아트', 'O&O', 'OOO무용단' 등 다양한 이름의 기획사를 차려 MBC 공연에 참가했다.

특히 J씨가 법인을 차린 후 J씨 공연은 MBC가 공연비만 지급하고, 기획에서 출연자 섭외 등 관련 세부내역은 모두 J씨 기획사가 집행하는 이른바 '턴키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가운데 상당수 공연은 MBC가 공연 세부내역을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장 먼저 알려진 지난 2월 열린 MBC 방송 51주년 기념공연 '뮤지컬 이육사'다. 당초 사측이 "공익적 목적으로 진행해, 수익성을 따지지 않았다"던 이번 행사에서 J씨는 예술총감독, 안무, 여우주연을 홀로 도맡았고, 자신의 아들까지 조연으로 출연시켰다.

이 공연은 11차례 치러졌으며 제작비는 12억 원에 달했으나, 수익성은 사실상 없었다. 안동 공연은 전석 무료 초대권으로 채워졌고, 서울 공연에서도 무료 초대권 비율이 90%에 달했다. MBC 노조는 공연계 인사의 말을 빌려 "턴키로 이런 계약을 하는 이유는 두 가지"라며 "비용을 줄이거나, '해먹기' 위해서인데, 이 공연은 후자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재철 MBC 사장. ⓒ연합
한해 앞선 지난해 10월 7일 경남MBC 출범 홍보 행사인 '대한민국 판소리 페스티벌'도 김 사장 지시로 턴키 방식 공연으로 진행됐다. 노조가 담당 실무자를 취재한 결과, 경남MBC는 J씨 기획사와 1억4088만 원 규모의 턴키방식 공연을 계약했고, 전체 예산 1억9000만 원 중 70%를 J씨 측에 지급했다. 담당 국장은 실무자가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자 "(턴키 계약 지시가) 위에서 내려왔다"고 말했다고 노조는 밝혔다.

2010년 10월 28일부터 사흘간 청주MBC가 개최했던 'G20 성공기원 대한민국 국궁 페스티벌'에서도 청주MBC는 협찬액 15억 원 중 J씨 기획사에 1억3000만 원을 지급했고, 당시 현장 제작진은 "위에서 오더가 내려왔다. J씨를 반드시 쓰라고 했다"고 증언했다고 노조는 밝혔다.

현재 J씨는 관련 보도가 처음 나온 이후 기획사 사무실을 폐쇄했고, 살던 집에서도 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 특정 지역에서 법인카드 집중 사용

한편 노조에 따르면 김 사장은 지난 2년 간 서울 특정 지점에서 눈에 띄게 자주 법인카드를 사용했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 지역 인근에 J씨가 거주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결제했고, 두 번째로 자주 들른 곳은 서울 구기동의 한 일본식 주점이다. 김 사장은 이곳을 2년간 무려 22차례 찾았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특정 주점을 들른 것이다. 주점 사장은 노조와 인터뷰에서 "(김재철 사장이) 차도, 수행원도 없이 혼자 와서 30분 정도 자연산 전복과 홍삼 등을 먹었다"고 밝혔다.

특이한 점은, 김 사장이 이곳을 들를 때마다 회를 포장해 갔다는 것. 그리고 이 주점 바로 길 건너편에는 J씨가 살던 주상복합 아파트가 있었다. 노조는 김 사장이 J씨 자택 반경 3킬로미터(㎞) 이내에서 162차례에 걸쳐 2500여만 원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김 사장의 주점 결제는 모두 밤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이뤄졌다"며 "심야에 해산물을 먹고선, 그걸로 모자라 회까지 포장해 간 것"이라고 밝히고 김 사장과 J씨가 특정한 관계가 아니냐고 추정했다.

실제 노조는 김 사장이 자주 찾은 서울 종로구 사직공원 인근 한 정육식당 직원에게서 김 사장이 "항상 사모님과 함께 오신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직원은 J씨 사진을 보고 '사모님'이라고 설명했다고 노조는 밝혔다. 김 사장은 이 식당에서 14차례에 걸쳐 210여만 원어치를 결제했다. 이 식당은 J씨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김 사장은 이 밖에도 J씨 공연장 인근에서 법인카드를 여러 차례에 걸쳐 사용했고, 심지어 J씨의 일본공연 당시도 현지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했었다.

노조는 △김 사장이 2년 간 7억여 원의 법인카드를 사용했고, 이 중 논란이 될만한 사용액수만 1억 원에 달하는데다 △MBC 사장 직위를 이용해 J씨에게 20억 원이 넘는 특혜공연을 몰아줬고, 그로 인해 회사가 손해를 봤으며 △J씨 친오빠를 특채시켜 약 4000만 원을 월급과 지원금 등으로 지원했다며 김 사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 및 배임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김 사장이 이번 주 중 거취를 결정하지 않으면, 취재 중인 다른 사안을 추가로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MBC 노조는 김 사장이 서울의 특정 지역에서 법인카드를 집중적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가운데 하얀색 바탕에 파란 글씨로 표시된 곳이 J씨가 최근까지 거주하던 서울 종로구 구기동 자택이며, 주변 붉은색은 김재철 사장이 법인카드를 사용한 곳이다. ⓒ프레시안

김재철 "J 선생 국악 능통자라 섭외한 것"

한편 김 사장은 노조가 기자회견을 열기 약 30분 전, 직접 사내게시판에 사원들에 보내는 편지를 올려 J씨와의 관계를 해명하고, 노조의 업무 복귀를 촉구했다.

김 사장은 '우리 모두의 봄을 위하여 2'라는 제목의 두 번째 편지에서 "제 진의를 바르게 전해 한시 바삐 갈등을 풀고 더 좋은 프로그램, 더욱 좋은 방송을 시청자에게 전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편지를 썼다고 밝혔다.

편지에서 김 사장이 다양한 학자들과 자신의 학생 때 전공내역을 인용했으나, 핵심은 자신과 J씨가 특정 관계가 아니라는 점이고, 노조가 하루 빨리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우선 J씨를 'J 선생'이라고 설명하며 "J 선생은 일본에 계신 동포 무용인 가운데에는 손꼽히는 분"이라며 MBC가 J씨 공연을 적극적으로 주최한 이유가 "이 분의 역량과 경험, 행사의 성격과 특성을 두루 고려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또 "신혼 초부터 모친을 모시고 생활"했으며 그 과정에서 모친이 즐겨하던 국악을 자연스레 애호하게 됐을 뿐, J씨와 특별한 관계인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J씨는 무형문화재도 아닐뿐더러, 북한 무용수 최승희 춤의 계승자로 보기도 어렵다는 게 노조 취재 결과다.

김 사장은 지난 주 일부 아나운서들이 업무에 복귀한 것을 들며 "아직도 아쉽고 아쉬운 것은 파업에 참가하고 있는 조합원이 방송 현업에 복귀하길 바라야 하는 상황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노조가 파업을 풀고 업무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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