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로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지부장 공병설)가 파업에 돌입한 지 51일째를 맞은 가운데, 연합뉴스 노사 갈등 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박정찬 사장이 노동조합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힌 가운데, 수습을 마친 기자 전원은 파업에 합류해 노조의 힘을 실어줬다. 상대적으로 해결 가능성이 엿보이던 연합뉴스의 노사 갈등도 MBC, KBS, YTN처럼 극한 투쟁 양상으로 돌입하는 모양새다.
수습 기자 전원 파업 합류
연합뉴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입사한 33기 기자 조합원 32명 전원은 수습 과정을 마친 지난 1일부로 파업에 합류했다. 박 사장과 이래운 편집국장 등 간부급 인사들은 수습 기자들이 파업에 나서기 전, 이들과 잇달아 면담했었다.
이에 따라 <연합뉴스>가 제공하는 기사량은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노조 관계자는 "그간 수습 기자들이 기사의 절반 가까이를 소화해왔다"며 "기사량이 아무래도 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측의 압박은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사측은 특파원 조합원들에게 파업을 풀지 않으면 소환 명령을 내리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에 따라 3일자로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특파원 조합원 9명이 모두 현업에 복귀했다. 파업에 참여했던 특파원 조합원은 20명가량이다.
특파원 조합원의 이탈과 막내 기수의 참여에 따라 4일 현재 파업 중인 연합뉴스 노조 조합원 수는 412명가량이다.
노조 관계자는 "특파원들은 복귀 후 일단 (전면 파업이 아닌) 부분 파업에 들어간다. 방송제작은 거부하고 통신 본업만 하기로 했다"며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다시 대오에 합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사장, 노조에 사실상 최후통첩
두 달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면서도 노조가 파업 일정을 무리 없이 소화하는 데는, 박 사장의 입장 변화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사장은 지난달 27일 조합원들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를 통해 공채 4~7기 간부급 사원들이 낸 중재안을 거부하고, 노조가 파업을 풀지 않을 경우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박 사장은 지난 3월 21일 노사 공동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회사 제도 개선안을 논의하고, 협상이 결렬될 경우 사장 신임 투표를 수용할 수 있다는 제안을 했고, 이에 대해 4~7기 사원들은 2개월 안에 공동특위를 구성하고, 협의 후 곧바로 박 사장 신임 투표를 실시하자는 중재안을 마련했다. 사장 신임 투표가 파업을 푸는데 대한 조건으로 추가된 셈이다. 노조는 4~7기 중재안 수용 의사를 밝혔었다.
박 사장은 그러나 공개편지에서 "파업을 풀고 업무에 복귀해 발전적인 제도를 마련하자는데 방점을 찍었던 이 제안(3·21안)은 공정 보도와 인사 투명성의 기틀 마련을 포함한 협의체 운영 방안보다는 제 거취를 묻는 투표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라며 "그 이후에 나온 연합뉴스 4~7기 중간 간부들의 중재안도 투표를 2개월 이내로 못 박아 저를 옥죄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자신의 거취를 묻는 투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히고 노조가 파업을 풀지 않을 경우 "저는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어려운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천명하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합의 의사는 밝혔으나, 투표는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또 "저는 회사가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뉴스전달자로서의 정상적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이번 사태에 대해 법 절차에 따른 원칙 대응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음을 밝힙니다"라며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는 연합뉴스 사업장에서도 노사 갈등이 더욱 격화됐음을 뜻한다. 파업 중인 한 공영 언론사 집행부 간부는 "각 파업 언론사 집행부 모임에서 '그나마 박정찬 사장이 다른 회사 사장보다는 낫다'는 말이 오갔는데,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고 우려했다.
노조, 자체 신임 투표 실시
박 사장의 이와 같은 입장에 대해 노조는 같은 달 30일 "박 사장이 스스로 중재안을 걷어찼다"며 "박정찬 사장은 연합뉴스 전 구성원의 최소한의 기대마저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노조는 박 사장의 뜻과 상관없이 박 사장 신임 투표를 오는 9일까지 자체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노조는 "박 사장은 마지막까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해놓고 뒤에서는 '정면돌파'를 추진하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징후가 곳곳에서 보인다"며 파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사원 대표가 참여하는 전사적인 사태 수습 기구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우리는 연합뉴스 바로 세우기를 위해서는 엄정한 과거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며, 박 사장은 그 평가를 피해 갈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라고 박 사장 퇴진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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