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사고 날 때까지 일단 먹고 보자고?"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사고 날 때까지 일단 먹고 보자고?"

[토론회] "광우병 언론보도 '3무1편'"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광우병이 재발했다. 10년 7개월령 젖소로 알려진 감염 소는 다리를 절고 일어나지 못하는 '다우너' 증상을 보였고, 비정형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이명박 정부와 보수 언론은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 요구를 거부했다. 비정형 광우병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괴담 내지 무지의 소산으로 칭했다. 현재도 한국은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하므로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며, 검역 강화를 통해 국민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 논리는 2008년 촛불 집회 당시와 다를 바 없다. 이 해 4월 18일 정부는 뼈 있는 쇠고기를 포함해, 미국의 동물사료 금지조치 강화안이 통과되는 대로 월령제한까지 푸는 전면 개방안에 합의했다. 이를 반대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일어나자 정부와 보수언론은 모든 우려를 괴담으로 치부하며 집회 강경진압과 비난성 사설로 맞대응했다. 당시 상당수 시민이 검거되거나 경찰의 강경진압에 상해를 입었고, 여전히 수배자 명단에 오른 이도 있다.

시민사회의 이와 같은 희생에 쇠고기 재협상이 겨우 이뤄졌고, 이 결과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는 월령제한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정부는 이를 근거로 시민들에게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시민 사회 스스로가 정부의 강경대응에 맞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만들어냈고, 이제 정부는 이를 근거로 '입을 다물'어 주길 요구하고 있다. 당장 촛불집회가 예고된 2일, 경찰은 집회 시작도 전에 이날 사회를 보기로 했던 김동규 등록금넷 팀장을 연행했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 첫 해와 마지막 해는 따라서 공교롭게 광우병으로 시작해 광우병으로 저문다 해도 과언이 아닌 모양새가 됐다. 다시 맞이하게 된 비상시국에 경향신문사와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한겨레신문사는 광우병감시 전문가 자문위원회와 공동으로 2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에서 긴급토론회를 열어, 현재 떠오르는 문제들을 되짚어봤다.

이날 토론회에서 거론된 주제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현재 한국이 최소한의 방어태세라도 갖출 수 있었던 건 온전히 시민사회의 힘이었다는 것이며, 정부는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현재도 정부는 '농장주의 반대'를 이유로 광우병 발생 농장을 확인조차 하지 못한다.

둘째는 2008년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언론, 특히 주류 보수언론이 '정부발 받아쓰기'에 집중하고, 이를 통해 시민사회단체의 우려를 모조리 괴담으로 격하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정부와 정부측 전문가들의 주장이야말로 학계에서는 그야말로 '괴담'으로 치부될 법한 논리라는 점이다.

이와 같은 주장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 조능희 MBC <PD수첩> PD, 송기호 변호사,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이강택 <KBS 스페셜> PD(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을 통해 제기됐다. 토론회의 사회는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이 맡았다.

박상표 국장과 우석균 실장은 2008년부터 광우병 사태, 의료보건 문제 등의 이슈에서 정부의 논리를 다양한 전문 자료를 근거로 정면에서 반박해 온 대표적 의료전문가다. 우희종 교수는 광우병에 관한 한 국내 최고 권위의 학자며, 송기호 변호사는 식품, 농업, 통상부문에 대한 해박한 법 지식을 바탕으로 한미 FTA 협상 국면에서 통상교섭본부와 정면 대결을 벌인 전문가다.

조능희 PD는 <PD수첩>이 광우병 문제를 네 차례에 걸쳐 다루던 당시 책임 PD였으며 이강택 위원장은 지난 2006년 미국 현지 농장과 렌더링 회사 등을 돌아다니며 최초로 광우병 문제의 위험성을 제기하는 <KBS 스페셜>을 제작했다. 이들이 거론한 이야기들을 주제별로 정리했다.

- 미국에서 네 번째 광우병 발생, 언론 4사 공동주최 긴급토론회

<1> "쇠고기 전면개방했던 정부, 이제와 촛불시민 주장 홍보?"

<2>"사고 날 때까지 일단 먹고 보자고?"
<3>"장관이 광우병 소 먹어도 된다는 괴담 유포하니…"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2007년 4월1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한미 FTA 협상 반대 집회를 열고 광우병으로부터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
"한국은 광우병위험 정보통제국"

조능희 MBC PD와 이강택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다시 일어난 광우병 정국에서 주요 언론이 정부 논리를 강화하고 시민사회의 우려를 괴담으로 전락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비판했다.

언론이 '정부발 보도자료 받아쓰기'를 통해 속보경쟁 체제에 들어가면서 사실확인이 전혀 되지 않은 기사가 사실인양 유통됐고, 특히 보수언론은 각종 사설과 기획기사를 통해 정부 논리를 사실처럼 가공해냈다는 얘기다. 보수언론은 이 과정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조 PD는 "2008년 당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홍보하기 위해 기사에서 사용된 비과학적, 비논리적 논조가 4년이 지난 지금에도 보인다"며 "정부발표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그에 대한 반론조차 기사 한 귀퉁이에 넣지 않는다거나, 반론을 싣되 사실은 취재하지 않고 단지 '공방을 벌인다'는 상황으로 만든다거나, 일부 통계들의 의미를 확인하지 못하고 단순 숫자를 비교하여 사실을 왜곡하는 기사가 생산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기자들 뭐 하는 사람이냐"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PD수첩>의 광우병편 제작을 지휘한 조능희 MBC PD가 광우병 사태를 보도한 언론 태도에 대해 일침했다. 이날 토론회는 2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프레시안(최형락)
조 PD는 대표적 사례로 지난 1일 <조선일보> 경제부장의 칼럼을 꼽았다. '11만 유학생이 먹는 '미국 쇠고기''라는 제목의 이 칼럼 주제는 '많은 해외 동포와 유학생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있지만 아무 문제도 없다. 그런데도 반대 진영은 미국산 쇠고기만 찍어 괴담을 유포한다'는 것이다.

조 PD는 "2008년 찬성진영에서 단골로 써먹던 논리"라며 "그렇다면 발생할 때까지 일단 먹자는 뜻이냐"고 지적했다. 또 "사실상 국가검역권이 필요 없다는 뜻"이라며 "전 세계 모든 인류가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숫자를 왜곡하는 보수언론의 태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대표적인 사례가 '광우병이 36건이나 발견된 일본도 있는데, 미국은 겨우 4건만 발생했으니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일본은 전수조사, 즉 일정 월령에 이른 모든 소를 검사하는 반면 미국은 겨우 0.1%의 소만 광우병 검사를 한다.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EU, 일본, 캐나다, 멕시코 등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데 왜 한국만 호들갑이냐'는 내용이 담긴 '靑경제수석 "美 쇠고기 검역중단 않는 이유 있다"'는 <조선일보> 기사 역시 문제라고 조 PD는 지적했다.

EU와 캐나다는 이미 광우병이 상당수 발견된 국가로 미국과 같은 입장이고, 일본은 한국보다 훨씬 강한 20개월 미만의 월령제한 조치를 취해뒀는데 한국과 단순 비교가 가능하냐는 얘기다.

조 PD는 이런 주장을 그대로 싣는 주류 언론 태도를 지적하며 "기자는 뭐 하는 사람이냐"고 거칠게 비판했다. 특히 '젖소는 한국에 수입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퍼뜨리는 언론보도까지 나왔다며 조 PD는 기자들의 보도태도가 "악의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어디에도 젖소고기 수입을 금지하는 조항이 없으며, 젖소는 각종 가공과정을 통해 한국에 유입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보통제 카르텔 작동"

2006년 당시 미국의 도축 실태를 담은 영상을 들고 돌아와 "나는 지옥을 보았다"고 표현했던 이 위원장은 이와 같은 언론의 보도태도는 주요 권력 카르텔(담합) 작동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한국 언론이 미국과 한국의 권력과 강력한 카르텔을 형성해 '위험한 정보'를 통제하고, 이 때문에 여론이 왜곡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 위원장은 "'미국 농무부(USDA)→한국 정부관료, 관변학자→조중동→공중파 TV'라는 정보통제·전파 카르텔이 위력적으로 작동하는 반면, 그 거짓의 체인을 깨뜨릴만한 여건은 불비하다"며 "최근 언론의 보도양태는 한 마디로 '3무(무지, 무철학, 무식견) 1편(편파)'"이라고 비판했다.

한국 언론이 광우병 위험 실태를 전혀 모르고, 제대로 취재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의 거짓말을 받아쓰기하게 됐고(무지), 방역관리의 기본인 사전예방원칙마저 고려하지 않으며(무철학), 국제정부기구(OIE)에 대한 환상만 갖고 그 실체(미국의 힘)를 고려하지 않아(무철학) 지금과 같은 친정부적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 위원장은 "광우병 관련 보도는 한 마디로 '혹세무민의 전형'"이라며 "인간 이성이나 지각능력에 대한 일종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모르면 공부라도 해라"며 "미국의 치아감별제(월령 확인 방법)가 얼마나 엉터리인지, 미국의 정보통제 체계가 얼마나 강력한지, 미국 육류업계와 정부의 회전문 인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기자들이 알아야 할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주류 언론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리를 옹호하기 위해 "자기 스스로도 모순되는 보도를 내고 있다.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 한국이 수입을 중단할 당시는 국내 언론 어디서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정녕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지 이 시대 언론인들에게 묻고 싶다"고 따졌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