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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주자 손학규, 이제 신발 끈을 고쳐 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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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선 주자 손학규, 이제 신발 끈을 고쳐 매고

[김민웅 칼럼]<62> 부디 매일 달라지는 그를 보고 싶다

분당 승리가 역사의 에피소드가 되지 않으려면

4월 27일 재보선의 최대 승리자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라는 점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승리의 기쁨을 충분히 누리기도 전에 이미 2012년의 격전을 시작해야 하는 출발선에 그는 서 있다. 이번 당선의 의미가 내년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 이 날의 승전보는 역사의 에피소드로 그칠 수 있다는 것을 그 자신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기력을 일정하게 회복했다. 대안정당으로서의 존재감이 실종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감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지점에 이르렀다. 야권연대의 중심에 서서 이명박 체제 이후를 준비하는 지도력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게 되었다. 따라서 선거결과를 보면 기분 좋을 일만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바로 이 대목이 민주당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적지 않은 이들이 하고 있다.

그러는 까닭은 달리 있지 않다. 그간 숱하게 봐왔던 민주당 내부의 관성, 즉 구태의연한 자만심과 기득권 확장의 욕망에 또다시 갇힐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제 손학규 대표가 거의 유일무이한 야권의 대권주자로서 위상이 달라진 상황에서 민주당의 야권 내 권력과 흡인력은 4.27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야권연대나 통합에 대한 자세도 보다 강력해진 장악력에 기초해서 펼쳐나가려는 의지를 가지게 될 것이니 의도는 그렇지 않아도 자칫 사사건건 벌써부터 대권을 다 쥐게 된 양 오만하게 보일 수 있는 입장에 처해 있다.

그런 시선은 민주당이나 손학규 대표에게 억울한 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몸이 불어난 만큼 상대가 바라보는 눈길이 달라지고 있음을 알고 더더욱 겸허하게 처신하지 않으면 야권연대를 통한 지도력 강화에 비상등이 켜질 수 있다. 우리가 수없이 경험하는 일이지만, 정치란 순간순간 변화하는 생명체라서 여간 조심해서 대하지 않으면 어떤 변화가 상황을 주도하게 될 것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공성이불거(功成而不居)

정치권력의 속성 상 얻은 것이 생긴 순간부터 그걸 기득권으로 만들려고 하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겠지만, "공을 이룬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功成而不居)"는 원칙을 지킬 때 더 큰 위력이 생길 수 있다. 이것을 깨닫지 못하면 그에게 모아졌던 민심은 다시 흩어질 수 있다. 오늘날 국민들은 자존감이 매우 높아져서 겸손하지 못한 지도자에게는 점수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 점에 관해서는 이제 너무나도 명백해졌다.

▲ 손학규 민주당 대표. ⓒ연합
이번 선거를 통해서 우리가 큰 흐름에서 짚어낼 수 있는 것은, 이명박 정권을 떠받치고 있던 기반들이 와해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본축적의 욕망을 내세워 집권한 세력이 그 욕망을 실현할 수 없는 무능력, 무책임을 목격함과 동시에 근본적으로는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절박한 요구가 이명박 정권에게서는 기대할 수 없다는 민심의 반격이 입증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권의 강력한 옹호자인 거대 교회들이 도처에서 저지르고 있는 비리와 부패, 타락상이 폭로된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체제를 근본으로 하는 대자본 위주의 경제와 거대 교회를 중심으로 하는 종교, 이 두 기둥이 이명박 정권의 뿌리라고 한다면 특히 분당의 경우, 고학력 중산층에 속하는 40대 장년층이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선거라는 점에서 이명박 정권으로서는 최대의 동맹세력이 이탈하는 현실에 직면했다. 물론 이들은 진보세력이라고 할 수 없으나 이들의 요구가 해결되기 위해서라도 현실은 진보적 방향으로 나가지 않으면 사태수습이 어려워졌다.

절박한 진보적 해결책의 제시

기존의 보수적 해결책이 실패하고 있는 마당에, 진보적 해결의 구체적 방식이 제시하는 것이 손학규 대표를 비롯해서 야권 전체가 감당해야 할 숙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지역의 경우도 이미 그러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고, 전체적으로 보자면 국가 체제의 중심에 사회적 안전망의 토대를 굳건히 하는 것만이 대안세력으로서 입지를 이루어내고 정권교체의 길을 뚫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민주당 내 쇄신연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이들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고 진보정당과의 소통과 연대, 또는 통합의 구도를 만들어내는 것은 이제 대선 주자 손학규에게 주어진 절체절명의 핵심적 과제다. 어중간한 정책 제시나 머뭇거리는 모습으로는 확실하고 통쾌하게 물길을 터달라는 민심의 기대나 요구에 응할 수 없다. 교육과 주택, 노동과 복지, 평화와 환경 문제는 최근 들어 자유주의적 접근이나 진보적 접근이 어느 정도 수렴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06년, 경기도 도지사직에서 물러나 "민심 100일 대장정"을 하고 나서도 손학규는 별반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그는 사실 적지 않은 변모를 이루어냈다.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닌 것을 그는 나름 해냈던 것이다. 강원도 삼척시 도계 동경탄광의 갱도에 내려가 다섯 시간이나 탄을 캐내기도 했던 그다. 그 저력이 오늘날 그의 위상을 만들어 내는 데 내공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본다. 그 시절을 잊지 않고, 지금도 그렇게 갱도 밑바닥에 내려가 민심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그가 선택할 길은 분명해질 것이다.

매일 달라지는 손학규에 대한 기대

우리는 하루하루 달라져가는 손학규를 보고 싶다. 저 정도면 정말 기대해도 좋다는 공감이 폭넓게 생기기를 바란다. 물론 손학규의 위상변화로 다른 잠재적 대권주자에게 길이 막힌 것은 아니다. 상황은 언제나 열려 있다. 지금이라도 잘못하면 손학규는 가라앉을 것이며, 국민대중은 다른 대상을 물색해나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당 고개를 넘어 여기까지 왔다면 손학규가 제대로 크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득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은 이명박 정권 심판을 넘어서 새로운 국가건설을 통한 희망의 실현으로 달성해야 하는 임무를 우리 모두에게 부과하고 있다. 이 비전과 실천적 프로그램을 제시해내지 못하면, 국민대중은 변화를 선택하는 데 주저할 수 있다. 국민 대중으로부터의 신뢰와 국가에 대한 책임경영을 위한 실력, 그리고 폭넓은 공감의 정치력을 길러나가는 노력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것만이 새로운 시대를 여는 힘이다.

독자 당선은 불가능한 조건이라는 점을 전제하고 민주당의 역할이 더더욱 중요해진 마당에, 진보세력과 함께 해나갈 야권연대 내지 통합에 대한 보다 진솔한 자세와 기득권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모습, 그리고 겸손하면서 신념이 확고한 카리스마 있는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다면 이제 문턱을 넘은 손학규 시대는 날개를 달 것이다.

부디 스스로 부족함을 절감하면서 끊임없이 배움을 넓혀나가고 아부하는 자들을 경계하며 허심탄회한 자세로 민심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겉은 화기롭고 여유로우나 내면의 긴장은 좀체 늦추지 않는 지혜가 쌓이면 덕이 높은 지도자가 될 것이 아니겠는가?

당선 진심으로 축하하며, "유능한 진보"를 외쳤던 그 마음으로 돌아가서 진보의 대중적 확산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노동과 복지를 하나로 담아내는 민주주의와 민생, 그리고 평화를 이루는 길에 소명으로 헌신하는 손학규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4.27이 그가 새로 태어난 날이 되기를 아울러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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