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머리를 깎을 때
수수하고 싼 미용실로 갈까, 비싸도 화려한 미용실로 갈까?
비싸도 화려한 쪽으로 간다.
그래서 사무실 옆에 있는 A헤어는 외국인들로 항상 붐빈다.
외국인이 나보다 낫다.
아무데서나 깎을 수 있으니까.
이론상으로 나는 A헤어에서 특별대우를 받는다.
8천원을 5천원으로 깎아준다.
하지만 이게 오히려 독이다.
손님이 한 명도 없을 때나 깎아주니까.
그럴 때가 있나?
없지!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너무 외지고 수수해서 손님은 별로 없는 대신에, 동네 아줌마들이 모여 온갖 소문들을 긴급히 처리하는 B숍을 주로 이용한다.
하지만 여기는 더 골치가 아프다.
돈을 받았다 안 받았다 하기 때문이다.
시골 인심이 그렇지 않은가.
어떤 날은
돈을 내밀어도
"*오라버니가 무슨 돈이 있어요?"
하며 받지 않고,
받으면
시퍼런 배춧잎을 집어넣고
거슬러 줄 생각도 않는다.
그럼 다음번에는 그냥 깎아주느냐?
아니!
누가 그걸 기억해?
맞돈 주고 이발하는
외국인이 부럽다.
*오라버니 : 촌에서는 웬만하면 오라버니다. 나는 같은 산에 다닌다고 오라버니다
*세빌리야의 이발사 : 로시니의 오페라에 나오는 이발사. 동네일에 다 참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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