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는 29일(현지시간) 밤 공개한 '2012년 세계 고용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실업자의 수를 2억2000만 명으로 추산했다. 이는 전년보다 600만 명 이상 늘어난 수치이며 잠정 실업률은 6.1%다. ILO는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50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ILO는 특히 선진국에서 취해지는 긴축재정이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긴축정책과 고용시장 개혁이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했다"며 이러한 상황이 조만간 개선될 여지가 없다고 경고했다.
ILO는 전 세계 경제성장은 둔화되는 반면 더 많은 이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있어서 앞으로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세계 경제가 향후 몇 년 안에 일자리 부족 현상을 해소하고 그 사이 노동시장에 편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8000만 명을 고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성장할 것 같지 않다"라고 전망했다.
ILO의 이같은 보고서는 재정 부채 위기가 가장 부각된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이 지난해 말부터 약 600억 달러(약 678조 원) 규모의 긴축정책을 시행하는 가운데 나왔다. ILO는 유럽 국가들의 긴축정책이 부채 해소 실패에 그치지 않고, 경제성장을 저해하며, 그 결과로 고용시장에도 충격을 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ILO는 각 정부가 정책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고용시장은 2016년 말까지 정체된 상태에 머물면서 성장도 더 둔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ILO 산하 국제노동문제연구소의 레이몬드 토레스 소장은 "유론존 회원국들이 편향적으로 재정 긴축에 집중함으로써 일자리 위기가 심화됐고, 이는 심지어 유럽의 또 다른 경기 후퇴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ILO는 개발도상국의 실업률은 빠르게 낮아져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청년 실업률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높은 청년실업률이 이어지면 사회적 갈등과 폭동으로 비화되고, 향후 고용된 이들의 숙련도와 노동의욕도 떨어져 인적 자본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수천명의 군중들이 정부의 교육.보건 예산 감축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도 지난 2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전문가 토론회에서 유럽의 긴축정책에 대해 "유럽은 자살로 향하고 있다"며 "어떤 강대국에서도 긴축정책이 성공한 적은 없다"라고 맹비난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독일과 같이 상대적으로 위기가 덜한 국가들이 사회 기반시설과 교육, 기술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며 이러한 투자에 따르는 보상이 비용보다 더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3일 <유러피안>과의 인터뷰에서도 "유럽에서도 상황이 괜찮은 덴마크와 스웨덴, 노르웨이 등의 공통점은 강력한 사회 안전망을 갖추고 있고 모두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현재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 안전망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우리가 더 큰 파이를 갖겠다'는 1%의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더 이상 국내총생산(GDP)에 대해선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를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우파들도 GDP가 경제 상황을 측정하는 적절한 수단이 아니라는데 동의하기 시작했다"며 대다수 시민들의 복지를 우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긴축정책이 실업을 악화시키고 사회 안전망을 파괴한다는 ILO와 스티글리츠의 우려는 스페인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실업률이 24.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스페인에서는 29일 수도 마드리드, 바로셀로나, 발렌시아 등 주요 도시에서 정부의 교육 및 보건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에 참가한 39세의 교사 루스 콜로모는 <AP>에 "스페인의 공공교육 시스템과 건강보험은 지난 수십 년 간 국민들의 세금으로 세워진 것"이라며 "이는 우리의 것이기 때문에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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