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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위기, '플랜 B' 없는 막다른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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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위기, '플랜 B' 없는 막다른 상황"

[분석] "프랑스 등 강등 사태, 기술적 해법은 모두 소진됐다는 의미"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유로존 9개 회원국들의 국가신용등급을 무더기 강등 조치하고, 그리스 구제금융의 핵심 조건인 민간 투자자들의 채무탕감 협상이 결렬됐다는 악재들이 지난 주말 이어졌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로존 부채위기가 플랜B(비상계획)가 없는 막다른 상황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이 신문의 저명 칼럼니스트 볼프강 뮌초는 15일자 칼럼에서 "프랑스의 강등은 예고된 것이며, 그리스 정부와 민간 채권단 사이에 협상이 결렬됐다는 것도 원래부터 이 조건이 비현실적이었다는 점에서 놀랄 일도 아니다"라며 이번 악재들이 패닉을 부를 돌발 악재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예고된 악재가 현실화돼서 불확실성이 해소돼 긍정적'이라는 일각의 해석은 일축했다.

▲프랑스가 '트리플 A' 신용등급국에서 탈락함에 따라 정치적 후폭풍에 처한 사르코지 대통령(왼쪽)과 메르켈 독일 총리. 한때 유로존 위기를 구할 쌍두마차로 불려 '메르코지'라는 조어까지 등장했지만, 프랑스의 강등으로 두 정상이 힙을 합해 유로존을 구할 합의를 도출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AP=연합
"강등사태의 궁극적 의미, 앞으로 벌어질 일을 알려준다는 것"

뮌초는 "이번 악재들이 지니는 중요한 의미는 이제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지 알려준다는 점"이라면서 "유로존의 신용등급 강등 사태가 이어지고, 경제는 위축되고, 부채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16일 코스피 지수가 1% 정도의 하락에 그치는 것을 보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식의 사후적 평가를 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칼럼에 따르면, 유럽의 경기침체는 시작됐다. 그리스는 대부분의 부채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유로존을 탈퇴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사태가 일어나면 곧바로 포르투갈이 위험해지고 다음 차례의 신용등급 강등 사태가 시작될 것이다.

"프랑스 강등만으로 EFSF 여력 40% 감소 효과"

프랑스 등 '트리플A' 국가들의 신용에 의해 높은 등급을 받았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은 프랑스가 '트리플A'를 상실함에 따라 기금 채권의 등급도 강등될 것이다. (프랑스의 강등으로 4400억 유로의 EFSF의 실제 구제금융 여력은 1800억 유로로 줄어들게 됐다는 분석들이 이미 나오고 있다)

프랑스의 강등이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유로존 회원국들은 플랜B를 세워두지 못한 상태이며, 그저 몇 가지 임시 비상 시나리오를 갖고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EFSF와 함께 항구적인 구제금융 기금이라는 유럽재정안정기구(ESM)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각국의 경제가 위축되고 재정난에 빠진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기금 확충이 이뤄지기 힘들다.

S&P가 프랑스를 강등시킴으로서 '트리플A'를 유지한 경제대국으로는 독일이 유일하게 됐다. 이제 독일과 프랑스의 입장 차이가 더 커졌기 때문에 유로본드처럼 유로존 모두를 아우르는 해법이 합의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재정협약, 신평사 규제 강화…본질 외면한 반응들

등급 강등 사태에 대해 독일의 즉각적인 반응은 이런 사실을 일깨워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연합(EU)이 재정협약을 신속하게 비준할 것을 촉구했다.

이런 발언은 유로존 내부 민간 부문의 차이에 따른 불균형을 외면하는 반응이라는 점에서 재정협약만 강조하는 것은 위기의 본질에 대해 시선을 흩뜨리는 것일 뿐이다. EU 당국이 강등 조치에 보복조치로 국제 신용평가사들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움직임도 정당성에 관계없이 위기의 본질과 관계가 없다.

뮌초는 "지난달 9일 EU 정상회의가 유로존을 구할 마지막 기회였으며, 이 회의에서 유로존 내부의 불균형을 다룰 대타협을 기대할 수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재정과 관련한 것 외에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독일의 승리였다"고 꼬집었다.

"그리스 탈퇴, 감수하는 분위기로 급선회"

뮌초는 "이제 효과적인 해결을 위한 재정적, 정치적 비용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며, 이미 유권자나 그들의 대표들이 기꺼이 떠안을 단계는 지나갔다"면서 "무질서한 결말도 수용하는 분위기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주 독일 집권당에서 중도파에 해당하는 고위 관계자들조차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한다고 해도 별 문제가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칼럼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공급 확대도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지 않는 상황에서, 국채 만기 상환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조차 점점 약해진다. 근본적인 해법은 유로존 전체 차원에서 세금과 재정운용의 결정권을 가진 강력한 통합기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는 "물론,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기술적 해법은 모두 소진했으며, 이런 수준의 대책으로 해결할 상황은 지났다는 것이 이번 강등 사태의 궁극적 의미"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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