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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앞날 암울, 긴축-성장 동시 달성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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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앞날 암울, 긴축-성장 동시 달성 어려워"

[분석] "최악의 청년실업률, 성장 기반 무너져 가고 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영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부여해, 영국마저 '트리플 A' 등급 국가에서 탈락할 위기에 놓였다.

이에 대해 영국은 재정적자 수준이 GDP 대비 8.4%, 국가부채 85%로 그렇게 심각한 편은 아닌데 무디스의 평가가 너무 심한 게 아니냐는 반응들이 적지 않다.



▲ 데이비드 캐머론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재정적자 축소와 경제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나섰지만, 최악의 청년실업률 등 경기침체만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AP=연합
최악의 청년실업률, 긴축정책으로 악화일로

하지만 무디스의 평가는 현재의 재정적자 수준 등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의미의 경고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프랑스는 재정적자 비율이 5.7%로 영국보다도 적은 데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아예 트리플 A 등급을 상실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간판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17일자 칼럼을 통해 "무디스가 영국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매기면서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재정적자, 부채, 경제성장 부진 등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요소들"이라면서 "지금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고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연일 영국의 실업률, 특히 청년실업 사태를 조명하면서 장기적으로 영국의 경제성장을 이끌 토대가 허물어져가고 있다는 경고를 했다. 이 신문은 "영국의 청년실업률은 22.3%로, 지난 1992년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의 전체 실업률도 8.4%로 1995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머빈 킹 영국중앙은행 총재는 "유로존 위기가 지속되면서 올해도 영국의 경제는 부진할 것이라면서 "경기부양책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언스트앤드영의 이코노미스트 니다 알리는 "영국의 노동시장은 상당히 암울하다"면서 "올해 실업률이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업사태는 정부의 강도 높은 긴축 정책으로 공공부문 일자리가 대폭 감축되고, 많은 기업들이 비용 절감과 고용 축소 등에 나선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청년층에 대한 신규고용이 줄어 청년실업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 "유럽 전역에 젊은이들의 소외감과 분노 축적"

이런 청년실업 문제는 영국의 경제와 밀접한 유로존에서도 전반적인 현상이다. 부채위기로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유로존 국가들에서 청년실업 문제는 더 심각하다. 스페인이나 그리스는 청년 두 명 중 한 명은 실업자다.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등 다른 부채위기 국가들도 3명의 1 명꼴이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00년대에 들어 2010년까지 15~24세의 청년실업률이 전 기간에 걸쳐 하락하는 추세에 있는 독일, 노르웨이, 스위스조차 현재 청년실업률이 약 9% 수준이다.

이탈리아나 스페인의 경우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늘어난 경우이고, 영국은 프랑스, 포르투갈 등과 함께 2000년 들어 전 기간에 걸쳐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들 나라에서 청년층의 고용기회가 줄어들면서 유럽 전역에 걸쳐 젊은이들의 소외감과 분노가 쌓여가고 있다"면서 "젋은 세대가 미래에 대한 꿈을 잃게 만들고 그리스에서 영국에 이르기까지 폭력 시위가 분출하게 만드는 적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지난해 여름 영국에서 발생한 폭동도 청년실업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8월 영국에서는 수도 런던, 제2도시 버밍엄 등 영국 곳곳에서 청년들이 폭동을 일으켰는데, 이 폭동에는 학교를 졸업했지만 일자리나 교육훈련 기회를 갖지 못한 젊은이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폭동 이후 청년 실업자들에 대한 인식이 더욱 나빠져 취업이 더 힘들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이 신문은 "전문가들은 영국 정부의 긴축정책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가 청년실업률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 영국 정부의 긴축정책은 어떻게 보면 모범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유로존 국가들처럼 재정문제로 국가부도 위기에 몰려서는 안된다면서 선제적인 재정긴축에 나섰기 때문이다.

재작년 5월 노동당에서 보수당으로 정권이 바뀐 이후 영국은 주요 선진국 중 가장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집권 보수당의 정책에 "경제가 좋지 않을 때 지나친 긴축은 경제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보수당은 정교하게 경제 정책을 운영하면 경제성장도 문제가 없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성적표가 좋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9월까지 지지부진한 성장률를 보이다가 급기야 지난해말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면서 연간 성장률이 1%도 안됐고, 올해도 경제성장률이 0.7% 정도로 부진할 것으로 영국 정부 스스로 전망하고 있다.

보수당 데이비드 캐머론 총리도 재정긴축 정책이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무디스의 평가와 함께 국가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바뀌면서 정치적 타격을 면치 못하게 됐다.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에서 보수적이라는 소리를 듣는 무디스가 가장 앞장 서서 영국에 대한 어두운 전망을 했다는 것도 관심을 끌고 있다. '부정적' 전망은 통상적으로 향후 12~18개월 사이에 강등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재정적자 감축과 경제성장 동시 달성, 실천은 벅찬 과제"

이론적으로는 재정지출을 줄이면서, 경제성장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말이 쉽지 실제로는 실천하기 어렵다. 기업의 수익을 줄이고, 화폐 가치를 낮춰야 하는 등 경제 전반에 걸친 조율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바로 이 점을 지적했다. 마틴 울프는 "재정긴축을 강도 높게 하면서 경제성장도 잘 하려면 이론상 해답은 간단하다"면서 "기업과 대외부문, 가계 등 다른 경제부문에서 그만큼 자금이 대량 흘러나와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런 변화가 소득이 감소하면서 이뤄져서도 안된다. 그렇게 되면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와 특히 투자가 늘어나는 방식이어야 한다. 문제는 이런 변화를 어떻게 일으키냐는 것이다. 영국의 현실은 바람직한 방향과는 정반대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영국의 기업들은 단기적인 성과 올리기에 치중하고 있다. 경영진도 주가에 연동하는 보수를 받기 때문에 장기적인 효과를 기다려야 하는 투자보다는 당장의 수익을 위해 노력한다.

마틴 울프는 "지속적으로 재정긴축이 경제를 침체에 빠드리지 않기 위해서는 경제성장이 반드시 따라줘야 하지만, 재정지출을 대신할 다른 분야의 보완 없이는 벅찬 과제"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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