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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 쳐낸 이집트 대선, 온건주의자 대결로 압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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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 쳐낸 이집트 대선, 온건주의자 대결로 압축

고등선거위원회, 구체제·이슬람 근본주의자 후보 등 부적격 판정

다음 달 23~24일 치러질 이집트 대선을 앞두고 논란을 불렀던 유력 주자들이 이집트 고등선거위원회의 부적격 판정으로 대거 낙마했다. 각 후보 지지자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정국이 또다시 혼란스러워질 전망이다.

15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집트 고등선거위원회는 14일 23명의 대선 출마 희망자 중 10명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그 동안 출마 자격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던 유력 대선 후보 3명이 무더기로 탈락했다.

중도 성향의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AL) 사무총장에 이어 여론조사 2위를 달리고 있던 이슬람 근본주의자 하젬 아부 이스마일은 모친의 이중국적 문제가 결국 발목을 잡았다. 그의 모친은 지난 2008년 미 정부가 발급한 여권으로 이집트를 드나들어 '대선 후보의 부모는 외국 국적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이집트 선거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아부 이스마일의 지지자들은 반미 성향의 아부 이스마일을 불편해하는 미 정부가 모친의 서류를 위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고등선거위원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1일 이집트 법원은 내무부에 아부 이스마일의 모친이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아부 이스마일 측에 제공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내무부 역시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그런 상황에서 고등선거위원회의 결정이 나오자 지지자들은 항의 시위를 제안하고 있다.

▲ 지난해 지지자들에게 둘려쌓여 있던 하젬 아부 이스마일의 모습. ⓒAP=연합뉴스

지난해 축출된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의 2인자였던 오마르 술레이만 전 부통령 역시 탈락했다. 술레이만은 지난 8일 마감 직전에 후보 등록을 마쳤지만 자신이 모은 3만 명의 추천 서명 중 신원 파악이 힘든 이들이 발견됐고, 15개 지역에서 충분한 추천인을 모으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술레이만은 이의 신청 기간 안에 부족한 서명을 다시 받아서 제출할 수 있지만, 구체제 출신 인사의 대선 출마에 반대하는 이들은 술레이만이 과거 자신이 수장으로 있었던 이집트 정보당국의 도움 없이는 서명을 모으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등선관위는 술레이만과 같은 구체제 정보라인 출신 후보 등록자 2명에게도 퇴짜를 놨다. 이집트 하원은 지난 12일 무바라크 체제에서 활동한 관료의 출마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현재 과도정부를 맡고 있는 군 최고위원회(SCAF)가 이를 비준하면 아메드 사피크 전 총리의 출마도 불가능해질 수 있다.

'대선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내세웠다가 막판에 번복하고 후보를 냈던 무슬림형제단도 타격을 받았다. 이들이 내세운 카이라트 알 샤테르 국회 부의장은 무슬림형제단이 '불법 단체'로 지정됐던 무바라크 체제에서 테러와 돈세탁 혐의로 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전과가 있는데, '형 집행이 끝난 뒤 6년 안에 선거에 출마 할 수 없다'는 현행 선거법이 발목을 잡아 탈락됐다.

무슬림형제단은 샤테르가 과거 무바라크 정권에 저항하다가 부당하게 투옥된 경우라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샤테르의 부적격 판정에 대비해 자신들의 창당한 자유정의당(FJP)의 모하메드 무르시 당수를 예비 후보로 등록했지만 대중적인 인기는 샤테르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각 진영은 이번 결정이 법적 근거보다는 정치적 판단에 의해 내려졌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고등선거관리위원회가 기술적인 차원에서 부격적 판단을 내렸다는 점에서 이미 기정사실화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이집트 대선 전망, '대립'에서 '타협'으로

고등선거관리위원회의 이번 결정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일부는 무라마크 체제에서 선임된 5명의 판사들이 이슬람세력과 구체제 인사에 대해 모두 부적격 판정을 내린데 대해 '비교적 독립적인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십 년간의 독재를 종식시킨 이집트 민주화 운동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대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정치적 혼란을 부르는 결정이 내려짐으로써 절차적 신뢰성에 의심이 갈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는 '이슬람주의자 대 구체제 인사'의 대결로 형성될 수 있었던 이번 대선 구도가 이번 결정으로 약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슬람 진영의 압델 모네임 아불 포투 아랍의사연합 사무총장은 지난해 무슬림형제단에서 축출당해 거리를 두고 있고, 아므르 무사 AL 사무총장 역시 구체제 인사로 분류되지만 야권 성향의 인물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격렬한 대립 구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가디언>은 구체제와 이슬람 진영, 이집트 군부와 모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아므르 무사가 각 정파간 갈등을 조율할 타협적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온건 이슬람주의자이자 자유주의 성향으로 이집트 시위대에게도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 다양한 지지층을 갖고 있는 아불 포투는 지난해 그를 축출한 무슬림형제단이 그의 당선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온건 이슬람정파로 이집트 국회 의석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무슬림형제단의 무르시 당수는 낮은 지명도를 극복하고 유권자들이 무슬림형제단에 보내는 지지를 자신의 표로 끌어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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