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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펜 돌풍', 프랑스 유권자 좌절과 분노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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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펜 돌풍', 프랑스 유권자 좌절과 분노 파고들었다"

<이코노미스트> "르펜 지지자, 사르코지 '거수기' 안 될 것"

지난 22일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18.1%를 득표하며 돌풍을 일으킨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에 대한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유럽의 극우정당 열풍이 프랑스에 상륙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있지만, 그보다는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프랑스에서 무능한 정치권에 염증을 느끼는 유권자들의 심리를 르펜이 효과적으로 파고들어갔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24일(현지시간)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이들이 '프랑스 국민의 5명 중 1명이 인종차별주의자가 됐는가'라는 우려를 보내고 있지만 너무 단순한 분석이라고 지적했다.

르펜이 유세 기간 동안 극우적 가치를 내세운 것은 사실이다. 잡지는 "르펜은 유세 기간 동안 그의 부친(장 마리 르펜)을 비롯한 국민전선의 전임자들이 보여준 이슬람 혐오증에 위험스럽게 접근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달 유대인 아동을 포함해 8명을 살해한 알제리계 이민2세 모하메드 메라 사건이 터지면서 르펜은 "얼마나 많은 모하메드 메라가 날마다 보트나 비행기를 타고 프랑스에 도착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는 "일반적으로 지난 1년 간 르펜이 거둔 성공은 국민전선으로 하여금 부친의 상스럽고 고약한 반이민과 반유대주의에서 벗어나 그가 '이슬람화'(Islamification)라고 칭하는 보다 미묘한 사안으로 향하게 했다"며 "르펜은 모스크(이슬람 사원)뿐 아니라 이슬람교도들이 거리를 점령하거나 프랑스에 '이슬람 복고주의'(Salafism)을 퍼트리는 것을 반대했다"고 전했다. 이민정책의 '중단'이 아닌 '통제'를 요구하면서 '유연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AP=연합뉴스

잡지는 르펜이 동시에 자신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다른 의제를 발굴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것이 '국제주의자'(internationalist)에 대한 반대다. 잡지는 "르펜은 국경, 시장, 무역의 개방과 유로화에 반대 입장을 취했다"며 이러한 주장이 특히 전통적으로 공산당에 표를 주던 프랑스 북부와 동부 산업지역의 실업자들에게 먹혀들었다고 전했다.

르펜이 동원한 또 하나의 주제는 반 기득권, 반 엘리트주의다. 잡지는 르펜이 파리 외곽의 거대한 저택에서 자란 엘리트 중 하나지만,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프랑스 북부의 옛 탄광촌 '에낭 보몽'에 두면서 노동자의 대변자로 자신을 다시 포장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르펜은 1차 투표 결과 에낭 보몽에서 35%의 표를 얻어 27%를 얻은 사회당의 프랑수와 올랑드와 16%를 얻은 대중운동연합(UMP)의 니콜라 사르코지를 제쳤다.

잡지는 르펜의 높은 지지율을 프랑스에서 인종차별주의가 나타는 징후로 해석하는 것은 너무 단순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결과는 또 시스템에 대한 단순한 저항도 아니다"라며 "사람들은 르펜을 좋아하며, 그의 부친 시절과 달리 자신이 그를 지지한다고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잡지는 또 "르펜의 성공은 사르코지에 대한 실망, 실업에 대한 절망, 세계화를 마주해 느끼는 당혹감, 유럽의 허약함에 대한 좌절, 정치권에 대한 환멸을 반영한다"며 "이러한 점이 5월 6일 치러지는 결선투표에서 르펜의 지지자들이 사르코지에게 자동적으로 표를 던지지 않을 이유"라고 말했다.

<르 피가로>의 24일 설문에서 올랑드에 54% 대 46%로 뒤지는 등 수세에 몰린 사르코지는 르펜 지지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극우 진영을 겨냥한 유세를 펼치고 있다. 그는 23일 "국민전선에 투표한 이들은 존중받아야 하며, 그들의 투표는 고통에 대한 투표, 위기에 대한 투표"라고 달랬다. 좌파 진영의 후보인 올랑드도 르펜을 찍은 이들의 분노를 이해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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