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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극우와 프랑스 극좌, 선거 시스템이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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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극우와 프랑스 극좌, 선거 시스템이 키운다

[월러스틴의 '논평'] 美·佛 대선, 같은 듯 다른 꼴

프랑스의 미국의 대선 :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Elections in France and the United States: The Same and So Very Different)


올해 매우 중요하고 경쟁이 치열한 두 개의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4월 22일 프랑스, 그리고 11월 6월 미국이 치르는 대선이다. 두 국가에서 사실상 같은 이슈가 거의 같은 방식으로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그리고 두 국가에서 대통령은 권력이 가장 막강한 직책이다. 그러나 한 가지 큰 차이점이 있다.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선거법의 차이다. 룰이 다르다는 것은 매우 다른 선거 전략의 차이를 낳는다.

두 국가엔 역사적으로 중도우파와 중도좌파를 각각 표방하는 두 개의 주요 정당이 있다. [그러나] 설득력을 가진 관찰자들은 두 당이 권력을 잡았을 때 펼치는 실제 정책은 별로 다르지 않다는데 동의한다. 하지만 각 정당의 분위기에는 결정적인 몇 가지 차이가 있으며, 이러한 차이점은 각 정당이 맹렬하게 대권을 추구하는 동기가 된다.

두 국가에는 극우와 급진적 좌파로 불릴 만한 이들이 있다. 극우와 급진 좌파들은 중도 성향의 두 정당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쌍둥이] '트위들덤과 트위들디'라고 비난하면서 진짜 우파와 진짜 좌파의 공약을 만들자고 요구한다. 이들의 비난과 요구는 두 국가의 매우 상이한 선거 시스템 때문에 꽤 다른 방식으로 나타난다.

▲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유세 중인 니콜라 사르코지 대중운동연합(UMP) 후보. ⓒAP=연합뉴스

미국 대선은 50개 주(州)에서 '선거인단'이라고 불리는 특정한 수의 유권자들에 의해 승자독식의 방식으로 치러진다. 이로 인해 '제3의 정당'은 누가 선출될지를 가르는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치기 매우 어렵다. 하지만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선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항상 있다. 때때로 이들은 몇몇 주에서 투표 결과에 영향을 주면서 결국엔 최종 투표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2000년 대선 당시 몇몇 분석가들은 녹색당의 랄프 네이더가 출마해 2개 주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을 정도로 충분한 표를 얻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가끔씩 네이더의 출마가 조지 W. 부시의 당선으로 귀결됐다는 말도 나온다.

미국의 극우 진영은 과거 공화당이 자신들의 성향에 비해 너무 '자유주의적'이라고 생각하면서 선거 참여를 자제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약 20년 전 극우 진영은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공화당 내부로 들어가 자신들의 생각을 강제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공화당 내부 경선 과정에서 지나치게 '중도적인' 후보에 맞서 보다 '보수적인' 후보를 선택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오늘날 극우 진영은 대부분 '티파티'(Tea Party)라는 이름으로 움직인다. 이 '정당속으로' 전술은 매우 성공적이었고, 공화당은 확실히 지난 십 수 년 간 상당히 오른쪽으로 기울었다.

프랑스의 선거는 매우 다르게 작동한다. 우선 대선이 전 국민의 투표로 치러져 선거인단이 따로 없다. 둘째로 어떤 후보도 과반 득표를 못하면 1차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두 후보를 놓고 결선투표가 실시된다.

이러한 시스템은 정치적으로 다양한 성향의 모든 당들이 1차 대선 투표에 나설 수 있도록 하고 사실상 그것을 독려하는 측면이 있다. 유권자들이 (1차 투표가 아니더라도) 결선투표로 가면 두 주요 정당 중 한쪽에 투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1차 투표는 대중의 힘을 드러내고,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정당의 정책에 그들이 바라는 영향력을 미치는 기능을 한다.

프랑스의 선거 시스템은 한 가지 결점이 있다. 두 주요 정당은 결선투표에 진출하기 위해 충분한 표를 얻어야 한다. 2002년 중도좌파 정당인 사회당은 극우정당 국민전선 후보에 뒤져 결선투표 진출에 실패했다. 올해 사회당은 이런 일이 재발하기 않기 위해 '사표방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의 2000년 트라우마는 프랑스 사회당의 2002년 트마우마와 맞아 떨어진다.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에서 대선 출마가 확정된 공화당 후보는 티파티의 압력 때문에 자신이 '매우' 보수적인 성향임을 표방할 것이다. 이는 보다 '중도적' 성향 유권자들의 표를 잃을 리스크를 가지는 것이다. 민주당 후보로 나설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은 집권기간 동안 두드러지게 오른쪽으로 기울면서 열정적인 지지자 상당수의 환상을 깨트렸다. 그는 이제 보다 '대중영합적인'(populist) 공약으로 등 돌린 지지자의 표를 다시 얻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환상이 깨진' 중도성향 공화당 지지자 일부를 잃어버릴 수 있다고 걱정한다. 2012년 미 대선에서 소수 정당의 무게감 있는 후보는 보이지 않는다.

프랑스는 상황이 더 복잡하다. 유권자 설문조사 결과 두 주요 정당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중운동연합(UMP) 후보와 중도좌파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후보가 1차 투표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두 후보는 각각 전체의 30%에 못 미치는 지지를 받고 있다. 나머지 40~50%의 표는 다른 3명의 후보에 분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UMP와 사회당 모두 충분히 중도를 표방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중도중도정당인 민주운동의 프랑스와 바이루, 그리고 또 다른 극좌정당 후보가 있음에도 극좌 진영의 표를 모으려고 애쓰는 프랑스 공산당·좌파전선의 공동후보 장-뤽 멜랑숑이 그들이다.

르펜과 바이루, 멜랑숑은 현재 각각 14~18%의 지지를 받고 있다. 3명 중 누구도 결선투표에 진출할 것 같지 않다. 멜랑숑의 선전은 이번 선거에서 큰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올랑드의 지지율이 너무 많이 떨어질 경우 멜랑숑 지지자의 절반 정도는 르펜이나 바이루가 올랑드를 가까스로 제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기 위해 멜량숑보다는 올랑드에게 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만약 멜랑숑이 많은 표를 얻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랑드가 결선투표에 진출한다면 두 가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우선 사회당이 정치적으로 왼쪽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가 나올 것이다. 둘째로 1차 투표에서 멜량숑에게 표를 던진 이들은 결선투표에서 올랑드에게 투표할 것이다. 반면 우파 진영에서 르펜에게 투표했던 이들은 결선투표에서 사르코지에게 표를 주는 것을 주저할 것이고 국민전선은 이를 권장하지도 않을 것이다. 사르코지에게 투표하라고 독려한다면 자신들의 존재 기반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선거시스템은 극좌 진영에 보다 유리하게 작동하는 것 같다. 미국의 선거 시스템은 극우 진영에 더 유리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주로 서로 다른 선거법 때문이다.

* <월러스틴의 '논평'>은 세계체제론의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가 매달 1일과 15일 발표하는 국제문제 칼럼을 전문번역한 것입니다. <프레시안>은 세계적인 학자들의 글을 배급하는 <에이전스글로벌>과 협약을 맺고 월러스틴 교수의 칼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4월 1일 논평 원문보기)

* 저작권 관련 알림: 이 글의 저작권은 이매뉴얼 월러스틴에게 있으며, 배포권은 <에이전스 글로벌>에 있습니다. 번역과 비영리사이트 게재 등에 필요한 권리와 승인을 받으려면 rights@agenceglobal.com으로 연락하십시오. 승인을 받으면 다운로드하거나 전자 문서로 전달하거나 이메일로 보낼 수 있습니다. 단 글을 수정해서는 안 되며 저작권 표시를 해야 합니다. 저자의 연락처는 immanuel.wallerstein@yale.edu입니다. 월러스틴은 매월 2회 발행되는 논평을 통해 당대의 국제 문제를 단기적인 시각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조망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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