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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대 맞은 4월의 평양, 내가 본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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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대 맞은 4월의 평양, 내가 본 것은…"

위성 발사, 평양 열병식 현장 목격한 박한식 교수

지난 10~17일 북한을 방문해 위성 발사와 인민군 열병식 등을 보고 돌아온 박한식 미 조지아대 석좌교수가 20일 한반도평화포럼(공동이사장 임동원·백낙청) 월례포럼에 참석해 방북 결과를 설명했다.

박한식 교수는 특히 위성 발사 사실을 알고도 북한과 2.29 합의를 맺은 미국이 대북 영양지원을 중단한데 대해, 미 정부 안에서 새롭게 발생한 '모종의 상황'이 원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사이에서 대북 문제에 대해 이견이 있을 가능성도 함께 제기했다.

▲ 20일 한반도평화포럼 월례포럼에서 방북 결과를 전하고 있는 박한식 미 조지아대 교수. ⓒ한반도평화포럼

마르크스-레닌 초상화 사라진 김일성광장

미 <ABC> 방송의 자문역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박 교수는 "이번 발사가 미사일의 한 유형으로 봐야하는 걸 부정할 순 없지만 북한으로서는 이를 취소할 수 없는 정치적·문화적 배경이 있었다"며 "(발사에 따른) 후과를 통제하기 위해 외신 기자들을 불러 투명성과 진정성이라는 말을 강조하면서 다 보여줬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이례적으로 위성 발사 실패를 시인한데 대해서는 "북측의 여러 인사들에게 확인한 결과, 김정은이 '진실대로 하라. 외국사람들도 오라고 한 것은 투명성을 위해서였는데 (실패 사실을) 은닉해서 되겠느냐'고 말해 발표했다고 한다"라며 "이는 과거 방북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상당한 변화"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인민군 열병식에서 김정은의 첫 연설을 직접 들은 경험도 소개했다. 그는 "김일성광장에 과거 보였던 마르크스와 레닌의 초상화가 사라졌다"라며 "이제는 북한이 인민의 나라, 혹은 마르크스-레닌식 사회주의의 한 유형의 나라가 아니라 '김일성의 나라'라는 독특한 정체성을 관철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김정은의 육성 연설에 대해 박 교수는 "철저히 군을 앞세우고 주체사상을 강조한 것은 (김정일과) 똑같았지만 '새 세기의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등장했다"며 "나름으로는 무기 개발로 발전시킨 중공업에서 경공업에 중점을 두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라고 분석했다.

ⓒAP=연합뉴스

"선군사상은 '군대의 인민화'"

박 교수는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의 새로운 미사일도 직접 목격했다. 그는 "광장을 매연으로 가득 메울 정도로 많은 무기를 실은 차량이 지나갔는데 마지막에 바퀴 16개가 달린 트럭에 기다란 로켓 2~4개가 실려 있었다"며 "북한 인사가 포병 출신이어서 물어보니 새로 나온 로켓이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나중에 더 물어보니 사정거리가 1만~2만㎞라고 해 많이 부풀렸다고 생각했다"며 "경공업 발전을 위해 개방이 필요한데 개방하면 안보가 위험해지니 건들 생각도 하지 말라는 얘기를 하려고 열병식을 취재진에 공개한 게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또 북한이 역대 가장 많은 무기를 선보인 이날 열병식에서 김정은이 연설을 통해 선군정치를 강조한 데 대해 "선군사상을 군이 앞장서고 인민이 따라간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일성 시대에는 '모든 인민의 군대화'를 주창했지만 선군사상은 군대의 인민화"라며 "민과 군의 차이를 없앤다는 것이며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이 실질적으로 군의 장성이면서 최고인민회의의 핵심 위원이자 당의 중앙 간부가 되는 것에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연설로 느껴진 김정은 체제에 대해 "김정은은 '우리는 우리에 우호적인 모든 국가나 단체를 막론하고 손을 잡고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남한, 미국, 일본을 겨냥한 것"이라며 "김정은 체제의 성격을 (새로) 규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김정은과 집단지도체제의 공존을 김정은 체제의 특징으로 꼽았다. 그는 "김일성은 자신이 박식한 인물이기도 했고 당시 시대도 단순해 모든 걸 본인이 세부적으로 지시했지만 김정일 때는 대외관계를 비롯해 전문가들의 조언이 필요했다"라며 "김정은 시대에도 집단적 정책 결정 양상이 현격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美, 영양지원 중단한 진짜 이유는?

아울러 박 교수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북한 문제가 선거에서 당락을 좌우하지 않는 미국에서 북한을 적대시하는 이유는 군수산업과 직결된다"며 "북한이 없었으면 미사일 방어체제(MD)를 정당화할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낮지만 군수산업 유지를 위한 명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과거 MD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연구 보고서를 보면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게 없다"며 "북한이 미국 군수산업에 큰 공헌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미국 입장에서 북한의 대체재로 이란이 부상했다"며 "이란을 적대화, 악마화하면 미국 유대인들의 지지를 얻는 부수적인 효과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란이 미국 대외정책의 핵심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북한과의 갈등을 키우지 않으려고 한 결과가 2.29 합의라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기독교 문화를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 인도적 사안인 대북 영양지원을 (위성 발사에도 불구하고) 했다고 보수진영에 날개를 달아주는 상황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자신이 품은 의제를 자유롭게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성 발사 이후 미국이 2.29 합의 위반을 지적하며 반발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한 상황에서 북한이 합의에 응한 것은 모순이 아니냐는 질문에 박 교수는 "미국은 멍청하지 않다"며 "문구에 위성 발사 금지 조항을 넣지 않은 건 미국이 인식하면서도 안 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미국이 2.29 합의를 발표할 때 (위성 발사를) 모르고 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그렇게 보면 (발사 이후 영양지원 중단은) 미국에서 미처 자기들이 생각한 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만큼의 상황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그 '상황'에 대해 박 교수는 "매파와 비둘기파 안에도 종류가 많다"며 "클린턴 국무장관과 오바마 대통령도 같은 편이 아니다"라고 에둘러 말했다. 그는 "정치 신인인 오바마는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앉혔지만 불화가 현격하게 눈에 보인다"라고 말했다. 대통령과 국무장관 사이의 견해차로 대북정책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클린턴 장관은 취임 후 콘돌리자 라이스보다 더 강경한 대북관을 보였다"며 "오바마가 재선이 되면 (국무장관) 교체가 기대되고 대북정책도 재검토될 것이라 본다"고 2.29 합의 이행 재개에 낙관적인 모습을 보였다.

"3차 핵실험설 유포는 남측 국내정치일 뿐"

북한의 이번 발사체를 로켓으로 볼 것이냐, 미사일로 볼 것이냐에 대해 박 교수는 "발사 당시 외국에서 과학자가 3명이 왔다"며 "미국 나사(NASA) 출신으로 <NBC>의 자문을 맡았던 이는 미사일이라고 하기에 과학적 뒷받침(backup)이 약하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북한은 그 3명을 먼저 상황실로 초대해 더 자세히 설명했다"며 "비과학도인 내가 봐도 북한이 (위성 발사임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 이후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박 교수는 "과거 북한은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기 위해 핵실험을 했지만 지금 주목을 끌려고 플루토늄을 써가면서 핵실험을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한국 내에서 정치적 필요성 때문에 그런 설도 나오지 않는가 하는 반론을 하고 싶다"라며 "정치권이 그런 말을 유포시키고 정당화해서 어떤 정치적 이득을 보느냐가 대답하기 더 쉬운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위성 발사 이후 안보리 의장성명에 동의한 중국과 북한과의 향후 관계를 묻는 질문에 박 교수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며 "평양은 외국에 의존하는 것을 싫어하는데 현실적으로 많은 상품과 식량을 받는 중국을 표면적으로는 공격하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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