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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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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한윤수의 '오랑캐꽃']<515>

주말이 가까워 올수록 꼼지락거리기가 싫어진다.
사업주들과 싸우느라 지치는데다가
*일요일의 대접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금요일 오전
보름달 같이 잘 생긴 태국 미인이 와서 밑도끝도없이
"지가 불법이 맞것지유?"
영문을 몰라 가만히 있었더니
"맞을 거예유. 그래두 알아봐 주세유."
하는데 여간 천연스럽지 않다.

경기도 이천의 도자기 공장에서 일하는데
알러지로 몸이 가려워 8일을 쉬었단다.
"사장님한테 말 안하고 쉬었남?"
"그야 안 했지유."
"진단서는 있구?"
"없쥬."
"그럼 진단서 떼어 와."
"못 떼유."
"왜?"
"이제 안 가려우니께."
아마도 직장을 옮기고 싶어서 병탈을 하다가
괘씸하게 여긴 사장이 이탈신고를 해서 불법이 된 모양이다.

그래도 불법이 되면 인생 망치는 거라
회사에 무슨 잘못이 없나 알아보니
두 달 임금을 안 주었단다.
옳다!
<돈을 안 줘서 일을 안 했다>고 진정하면 다시 합법이 될 수 있다.

오후에 진정서를 준비하는데 보름달한테서 전화가 왔다.
"진정하지 마세유."
"왜?"
"사장님하구 얘기 잘 됐슈. 간섭하지 마세유."

간섭은 무슨?
저 혼자 다해놓고.

나는 다시 무위(無爲) 자연으로 돌아왔다.

*일요일의 대접전 : 노동자들이 몰리는 일요일 상담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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