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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안철수 영입에 목맬 때인가?

[이태경의 고공비행] 야권에게 진짜 필요한 건 유권자 감동시킬 비전과 결기

전국단위 선거가 늘 그렇듯 4.11총선은 많은 것을 말해 준다. 4.11총선은 한국사회 구석구석을 지배하고 있는 메인스트림이 지닌 힘의 크기와 동원할 수 있는 물적,상징적 자원의 양, 새누리당 지지세력의 범위와 응집력이 진보개혁 진영의 것보다 여전히 우위에 있음을 여실히 증명했다. 비록 야권이 연이어 전략적, 전술적 실수들을 범하긴했지만, 87년 체제 성립이후 모든 면에서 최악의 정부인 이명박 정부의 모태이며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유권자들의 심판을 모면하고 대승을 거둔 사실은 뜻하는 바 크다.

총선 승패의 원인을 둘러싼 분석들은 다양하고 분명 진리의 일단을 담고 있을 것이다. 박근혜 새누리당의 리더십 및 선거전략 등이 야권의 그것보다 나았기 때문에 접전 지역에서 대부분 승리를 거뒀고 이를 토대로 원내 과반의석을 차지했다는 분석에 이견을 달기는 어렵다. 하지만 야권이 아무리 선전(공천개혁, 킬러컨텐트 발굴 및 전파, 김용민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 등)했다 해도 새누리당을 130석 이하로 묶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새누리당의 마르지 않는 화수분이라 할 영남의 의석수 67석에, 새누리당이 얻을 비례대표 의석수 25개 안팍을 더하면 새누리당은 거의 모든 총선에서 90석에 가까운 의석을 기본으로 가지고 선거에 임한다는 의미가 되는데, 수도권과 충청, 강원 등에서 새누리당이 40석 정도를 얻지 못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새누리당이 130석 미만으로 의석을 획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런 일이 과거에 한 번 일어났는데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직후에 열린 총선이 그런 경우였다.

따라서 이번 선거 결과는 새누리당의 기본 전력에 야권의 실책, 박근혜 리더십이 어우러진 결과라고 평가하는 것이 온당해 보인다. 그리고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130석 안팎(300석 기준)을 늘 얻을 조건을 갖춘 기본 구도는 적어도 당분간은 전혀 변할 것 같지 않다. 새누리당은 한국사회의 모든 부면을 장악하고 있는 주류를 정치적으로 대표하는 정당이며, 언론시장의 9할을 차지하는 과점언론들이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정당이다. 그 뿐이 아니다. 대한민국에는 인간 도살자 전두환의 후계자인 노태우가 출마해도, 외환위기로 나라를 완전히 말아먹어도,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들어 대통령을 탄핵해도, 정부를 사유화하고 온갖 불법과 부정과 부패를 저질러도 한치의 동요 없이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35%내외의 유권자들이 있다. 이들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어떤 충격적인 사건도, 너무나 훌륭한 인물의 헌신과 희생도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거나 인식을 바꾸지는 못했다.

결국 새누리당은-이름을 뭐라고 바꾸건-앞으로도 오랫동안 1당의 위치를 굳건히 지킬 것이다. 또한 35%내외의 유권자들은 한결 같이 새누리당을 지지할 것이다. 대한민국 선거지형을 규정짓다시피하는 이런 객관적인 조건들은 야당과 진보개혁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중대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전국단위 선거에서의 승리와 집권 후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지난하다는 것, 대한민국에서 급진적이고 진폭이 큰 개혁은 매우 어렵다는 것, 이제는 낡은 표현처럼 느껴지지만 긴 호흡과 장기적 안목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 진보개혁 성향의 유권자들을 결집시키고 부동층이나 무당파 성향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정치.사회.경제적 의제의 발굴 및 선점 그리고 이런 의제들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체계의 마련이 긴절하다는 것, 서로 간의 차이를 존중하되 이를 적대의 근거로 삼지는 않는 전략적 사고와 전략적 인내가 요구된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사고하면 대선을 앞두고 야권이 무엇을 해야 할지가 자명해진다. 야권은 진보개혁 성향의 유권자들은 물론이거니와 부동층도 견인할 수 있는 비전과 솜씨와 결기를 보여줘야 한다. 전통적인 지지자들만이 아니라 중간에서 부유하는 사람들에게 '저 정도면 박근혜 새누리당 보다 확실히 낫다', '믿고 미래를 맡길 수 있겠다', '야권을 밀어주면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대한민국의 앞날이 지금보다는 좋아지겠다'라는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연후에 안철수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 ⓒ뉴시스
적어도 지금은 야권이 안철수를 옹립하느니 마니 하는 수준의 궁리를 할 때가 아니다. 이 타이밍에서 안철수가 야권에 결합한다고 해서 선거승리를 보장하지도 못할 뿐더러, 안철수와 야권 모두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공학에 의존해 대선에서 승리한들 집권 기간 내내 참담한 실패를 거듭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만약 진보개혁 진영이 기적적으로 대선에서 승리한 후 국정운영에 실패한다면 꽤 오랜 기간 진보개혁 진영은 불임상태에 놓일 것이다. 준비 않된 승리는 재앙을 예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우리 앞에는 지루한 산문(散文)의 시대가 펼쳐졌다. 야권과 진보개혁 성향의 유권자들은 시지프스가 돌을 언덕으로 밀어올리는 자세와 심정으로 현실과 대면해야 한다. 인내와 땀과 헌신과 지혜로 무장한 시지프스들이 늘어나야 세상이 차츰 변할 것이다. 그것도 아주, 아주 느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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